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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비 치솟는데 보험료는 제자리”…車보험 손해율 92% ‘적자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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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비 치솟는데 보험료는 제자리”…車보험 손해율 92% ‘적자 전환’

미·영·독, 두 자릿수 보험료 인상·수리제도 손질
한국만 역주행, 감독·업계 대응 시급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이 2024년 이후 적자로 전환된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수리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나연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이 2024년 이후 적자로 전환된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수리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나연진 기자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이 2024년 이후 적자로 전환된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수리비 상승세가 2030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국 보험사들은 이미 보험료 인상과 수리·보상 관행 개선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오히려 보험료가 인하된 채 손해율이 악화되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보험연구원(KIRI)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25년 1~7월 기준 84.0%로 전년 대비 상승했고, 7월 한 달만 보면 92%까지 치솟았다. 대형 4개 손해보험사의 보험영업이익은 2024년 마이너스 97억 원으로 돌아서며 적자 폭이 확대됐다. 자동차수리비 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2.4% 상승한 반면 자동차보험료 물가지수는 오히려 0.8% 하락해, 비용 상승분이 보험료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두 자릿수대 보험료 인상에 착수했다. 미국의 자동차보험료는 2023년 17.4%, 2024년 17.8% 상승했고, 독일은 2024년 18% 인상했다. 영국은 2023년 평균 45%까지 보험료가 올랐으며 프랑스도 한 자릿수지만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각국 모두 시간당 공임 상승과 부품비 급등, 수리 지연에 따른 렌트카 비용 증가 등이 보험 손익을 악화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보험료 인상뿐 아니라 수리비 절감을 위한 구조적 개선도 이뤄지고 있다. 영국은 평균 수리 기간을 2022년 60일에서 2024년 30일로 단축했고, 독일은 디자인보호법을 개정해 대체부품 사용을 허용했다. 프랑스는 재활용 부품 사용을 장려하는 ‘수리조항’을 도입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수리 견적서와 부품 내역 고지를 의무화했다. 이들 국가는 “교환보다 수리” 원칙을 확립해 비용을 절감하고, 정비업체 경쟁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렌트카 관련 손해액을 관리하기 위해 보험사와 렌트카 업계 간 자율협약(GTA)을 강화했고, 독일과 영국은 차량 위험등급 시스템을 개편해 보험료를 차량 위험도에 맞게 현실화했다. 독일의 경우 차량 모델, 지역, 운전자 이력별 사고 데이터를 반영해 매년 위험도를 재평가하고 있다.

전용식 KIRI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2021~2023년까지 흑자를 유지했으나 2024년 이후 적자로 전환됐고, 수리비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감독당국과 업계의 선제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며 “해외처럼 수리비 관리 효율화 및 보험료 현실화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