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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빚투·성장률 반등…. 한은 이달 기준금리 동결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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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빚투·성장률 반등…. 한은 이달 기준금리 동결 무게

기준금리 선행지표 국채 3년 금리 급등
유동성 확장 국면에 금융·외환시장 금융안정 여건 악화
경기 회복 흐름도 추가 금리 인하 발목
이창용 '방향 전환' 언급 매파적 기조로 해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월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이미지 확대보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월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회의(11월 27일)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의 10·15 대책으로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 막히자 '빚투(빚내 주식투자)' 현상이 심화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오히려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외환시장도 장중 한때 원·달러 환율이 1480원 선을 넘보는 등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금융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최근 국내외 기관들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일부 상향 조정하는 등 경기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방향 전환(even the change of direction)'을 언급한 것도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해석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2.944%로 마감하면서 전 거래일(2.932%)에 기록한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장기물인 10년물 금리도 전 거래일(3.267%) 대비 0.05%포인트(P) 상승한 3.317%를 기록하면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종가 기준 3.3% 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6월 26일(3.30%) 이후 처음이다.
국고채 금리 상승(가격 하락)은 시장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3년물 국채는 단기 채권 중 거래량이 가장 많아 기준금리 전망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채로 꼽힌다. 이에 3년물 국채를 기준금리의 선행지표로 보기도 한다.

시장이 기준금리 동결을 점치는 데는 금융 안정 여건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정부의 10·15 추가 대책에도 지난달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한 달 전보다 4조8000억 원 늘었다. 9월 증가 폭(+1조1000억 원)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 폭은 대출 규제가 발표되기 전인 6월의 절반 수준인 3조3000억 원에 그쳤지만, 코스피 '불장'에 빚을 내 투자에 나서는 이른바 '빚투'가 늘면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9월 2조4000억 원 감소에서 10월 1조6000억 원 증가로 돌아섰다.

환율 불안도 기준금리 동결에 힘을 싣고 있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1475.40원(13일 장중)까지 치솟으면서 148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14일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성 발언에 1450원대까지 내리기도 했지만 야간장에서 다시 1460원대로 뛰면서 불안한 모습을 이어갔다. 이날 야간거래종가(15일 오전 2시)는 1453.1원이다.
고환율 장기화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2% 넘게 오르면서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1.9% 올라 9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4%를 기록해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수입물가는 통상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의 경기 판단이 비교적 낙관적으로 돌아섰다는 점도 추가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키고 있다. 올해 3분기 성장률이 소비 회복세에 힘입어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1.2%로 집계되면서 한은은 오는 27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상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전망치는 올해 0.8%, 내년 1.6%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최근 발언도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조기 종료에 힘을 싣는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블룸버그TV와 한 인터뷰에서 "현재 한은의 공식적인 통화정책 경로는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라면서도 "인하 폭이나 시기 혹은 (인상으로의) 방향 전환은 새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이 총재의 '방향 전환'이라는 표현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으로 해석되면서 기준금리 인상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가 종료됐을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인상까지 반영은 과도하다"면서 "다만 만약 한은이 11월 수정전망에서 2026년 성장률을 2.0%까지 상향 조정할 경우 실질적으로 인하 사이클이 끝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