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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이 바꾼 경제 생태계] 서민 물가 뛰고 기업 달러보유…국민연금은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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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이 바꾼 경제 생태계] 서민 물가 뛰고 기업 달러보유…국민연금은 ‘전전긍긍’

기름값,국제유가 하락에도 환율 상승으로 가격↑
수입물가, 환율 우상향에 9개월만의 최대 상승 폭 기록
기업, 달러 수급 초점에 5대 은행 달러 예금 한 달 만에 21%↑
국민연금, 서학개미 보다 해외투자 규모 커 전전긍긍
이미지=Google gemini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Google gemini 생성
연일 이어지는 고환율 흐름이 경제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 기름값은 국제유가가 내림세지만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으며, 수입물가는 지난 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찍었다. 기업들은 환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달러 비축에 나섰다. 정부가 해외투자를 환율 상승의 주범으로 몰자 국외투자 규모가 서학개미들보다 더 큰 국민연금은 눈치를 보고 있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 달 동안의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61.25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396.06원)대비 약 65원 상승했다. 평균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서며 고환율 ‘뉴노멀’의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고환율 ‘뉴노멀’ 시대는 체감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국제유가의 하락에도 고환율로 상승하고 있다. 이날 휘발유와 경유는 1746.87원과 1663.21원을 기록하며 최근 3개월 사이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9월 최저가보다 87.6원과 133.72원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최근 3개월 동안 내림세에도 고환율 때문에 국내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치솟는 환율은 수입물가를 통해서도 국내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10월 기준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20년 수준 100)는 138.17로 지난 9월(135.56)보다 1.9% 상승했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한국은행은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월대비 1.9%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간 원·달러 환율은 최대 약 2.4%까지 상승한 것으로 계산된다.
또 기업들은 고환율에 환율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달러 수급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7일 기준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기업 달러 예금 잔액은 약 537억 44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443억2500만 달러)보다 약 21% 상승했다. 통상 달러 예금은 환율이 올라가면 환차익 실현을 위해 예금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에는 고환율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달러 수급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속해서 올라가는 환율에 국민연금이 받는 눈치도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환율 상승요인으로 서학 개미의 급증을 언급했지만,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증가율과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발표한 올해 3분기 중 주요 기관투자가의 외화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로 해석되는 일반정부의 해외 주식 투자는 총 245억1400만 달러로 작년 동기(127억 8500만 달러)대비 92% 증가했다. 반면 개인투자자의 투자로 해석되는 비금융기업 등은 95억 6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66억2500만 달러)보다 74% 늘었다.

한편 정부는 고환율 기조를 종료하기 위해 국민연금과의 논의에 들어섰다. 정부는 최근 기재부·복지부·산업부·한국은행·금융위·금감원·국민연금 등이 참여한 회의에서 한은과 국민연금 간의 외환스와프 계약 연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수출업체와 금융회사들의 점검에도 나서는 등 시장 안정 조치도 병행할 계획이다.


구성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oo9ko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