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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의 아침] 가맹점 수수료, 본질은 비용 분담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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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의 아침] 가맹점 수수료, 본질은 비용 분담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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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자 연방정부가 임대료 상한을 도입했고, 뉴욕을 포함한 주요 도시의 임대료가 동결됐다. 이후 전쟁이 끝난 뒤에도 뉴욕에서는 이 제도가 유지·제도화되며 1969년 ‘렌트 스태빌라이제이션’ 체계로 확립됐다.

이 제도는 단기적으로 세입자의 임대료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위축과 시장 왜곡이라는 부작용이 지적돼 왔다. 미국의 정책 연구기관인 브루킹스연구소 등에서는 임대료를 인위적으로 억제할 경우 신규 공급 유인이 약화되면서 주택 부족이 심화되고, 그 영향이 규제를 받지 않는 시장으로 확산돼 임대료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완전히 동일한 사례는 아니지만, 현재 우리나라 가맹점 수수료 정책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임대료 규제가 집주인의 수익을 낮추자 공급 축소와 우회적 비용 회수가 나타난 것처럼,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역시 카드사의 본업 수익 감소를 다른 방식으로 보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무이자 할부를 축소하고 연회비를 인상하는 등 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익 구조를 조정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줄어든 부담은 카드사에 머무르지 않고, 소비자가 부담하는 할부수수료와 연회비, 혜택 축소 등의 형태로 이동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시장 자율에 따른 조정이 아니라 정책에 의해 유도된 구조적 전환이라는 점이다. 가맹점 수수료가 낮아지면서 카드사는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소비자 비용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추세다. 결국에는 가맹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역설적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수치를 보면 이러한 변화는 더욱 분명해진다. 카드사의 전통적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최근 5년간 정체 흐름을 보이고 있는 반면, 소비자 부담 성격이 강한 할부수수료와 연회비 수익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 등 8개 전업카드사의 할부수수료 수익은 3조4000억 원대, 연회비 수익은 1조4000억 원대로 두 항목을 합치면 약 5조 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할부수수료는 연평균 16%, 연회비는 8% 수준으로 증가했다. 최근 2년간 1000종이 넘는 카드가 단종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혜택 부담이 큰 상품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영세 가맹점 보호를 위해 도입된 수수료 인하 정책은 수차례 조정을 거치며 적용 대상이 전체 가맹점의 95% 이상으로 확대됐다. 연매출 3억 원 이하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1%대에서 0.4% 수준까지 내려갔다.

카드 이용 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혜택은 줄고 비용은 늘어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카드산업이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라기보다 비용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수수료를 낮추는 것은 필요할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이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 의심이 든다.
가맹점 수수료 정책은 단순한 인하 여부를 넘어 비용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구조를 손대지 않은 채 한쪽 비용만 낮추는 방식이 계속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다른 곳에서 다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