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갭투자 차단한다지만… 전세대출 만기연장 제한, 연체율 상승 우려

글로벌이코노믹

갭투자 차단한다지만… 전세대출 만기연장 제한, 연체율 상승 우려

내년부터 신규 취급·만기 연장 제한…실제 규제 대상·상환 부담 규모는 아직 불확실
은행권 건전성 영향은 제한적 전망…전문가 “기존 차주엔 충분한 경과기간 필요”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만기 연장 제한으로 기존 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만기 연장 제한으로 기존 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 생성


정부가 갭투자 차단을 위해 비거주 1주택자의 기존 전세대출 만기 연장까지 제한하면서 기존 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을 줄이는 효과는 있겠지만 이미 대출을 받은 차주가 만기까지 상환 자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연체 등 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차주에 대해 일률적인 규제보다 충분한 경과기간과 예외를 두고 상환 여력을 고려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3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통해 전세대출 보증 제한 대상을 기존 다주택자 등에서 ‘투기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2027년 1월 1일부터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하면서 본인이나 배우자가 실제 거주한 이력이 없는 1주택자는 전세대출 신규 취급과 만기 연장이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과 10·15 대책으로 신규 갭투자 관련 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기존에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한 1주택자가 다른 주택에 전세로 거주하면서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에는 별도 제한이 없었다. 이번 조치는 이 같은 기존 갭투자 수요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신규 갭투자를 차단하는 과정에서 기존 차주까지 만기 연장 제한을 적용받으면서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별도의 문제다. 만기 연장을 받지 못하면 이미 받은 대출을 만기에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대출은 임대차계약과 연결돼 있어 상환 자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전세보증금 반환 등 임대차계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부담을 고려해 정상적인 주거 수요에 대한 예외를 마련했다. 기존 임대차계약을 승계했거나 법적·계약상 사유로 입주하기 어려운 경우,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해 대출 상환이 어려운 경우 등에는 만기 연장을 허용할 수 있다. 다만 실제 규제 대상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현재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의 전세대출은 약 6만건, 9조3000억 원 규모지만 이 가운데 실제 비거주 1주택자로서 만기 연장 제한을 받는 대출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은행권에서는 차주별 상환 부담과 달리 은행권 전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기준으로는 만기 도래 시 대출 잔액에 대한 전액 상환 처리가 원칙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부 차주의 상환 부담 우려는 있지만 규제 대상이 전체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은행권 전반의 연체율이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세대출 보증을 취급하는 SGI서울보증도 만기 연장 제한이 보증사고 증가로 이어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SGI서울보증 관계자는 “개별 차주의 상환여력과 후속 임차인 확보, 전세가격 변동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은행권 전체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더라도 개별 차주의 상환 부담까지 가볍게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손재성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가계대출 총량이 줄어드는 것과 금융 부실 위험이 낮아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기존 차주의 만기 연장까지 제한할 경우 상환 여력이 부족한 차주의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이미 취급된 대출에 규제를 적용할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특히 이미 대출을 받은 차주는 신규 차주와 달리 갑작스럽게 상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규제를 적용하더라도 대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손 교수는 “기존 차주에게 규제를 즉시 적용하기보다 충분한 대응 기간을 줘야 한다”며 “이미 대출을 받은 차주는 단기간에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최소한의 경과기간을 두는 등 대응할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갭투자 차단과 가계대출 총량 관리라는 정책 효과와 별개로 규제 대상 기존 차주의 만기 도래 과정에서 발생할 상환 부담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한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ksruf061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