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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총수들이 들었으면 뜨끔했을 리카싱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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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총수들이 들었으면 뜨끔했을 리카싱의 한마디

2014년 대한민국 사회에 참부자가 아쉽다
[글로벌이코노믹=박종준 기자] “부와 기회의 불평등 심화 때문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 홍콩 청쿵그룹 오너이자 아시아 최고 갑부인 리카싱의 말이다. ‘참부자’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특권계층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때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말이다. 리카싱은 "미래의 관리자로서 현재에 헌신하고 책임을 진다면, 모든 사람의 불면증을 해소하는 최고의 약이 될 것”이라며 자신과 같은 부자들과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리카싱은 잘 알려진 대로 순수 재산만 325억달러, 우리 돈 32조9712억원으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17위에 오른 부자 중의 부자다. 이렇게 그가 부자의 역할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그가 수억 달러의 돈을 모았어도 77400억달러나 사회에 기부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만큼 리카싱은 아시아 부자 중에서도 기부를 많이 하기로 소문나 있다.

▲지난2009년9월대한민국최고재벌이건희삼성그룹회장과홍콩최고재벌리카싱홍콩청쿵그룹회장이만나사업협력을논의했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2009년9월대한민국최고재벌이건희삼성그룹회장과홍콩최고재벌리카싱홍콩청쿵그룹회장이만나사업협력을논의했다.


동양에 리카싱이 있다면 서양으로 눈을 돌려보면 리카싱보다 더한 참부자바로 ‘20대 기부왕'인,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다. 페이스북 하나로 세계적인 부와 명성을 얻은 이 젊은 청년은 그저 돈만 벌어들이는 데만 혈안이 되지 않았다.
그의 진면목을 보려면 페이스북이 아니라 그의 기부활동을 살펴야 한다. 그의 한해 기부액만 무려 1조원대에 이른다. 액수도 액수지만 지난해 자신이 번 전 재산 3조원 중 3분의 1을 사회에 되돌려줬다는 점이 더 대단하다.

지난 2월 자선단체 전문지 '크로니클 오브 필랜트로피'에 따르면 주커버그 부부가 2013년도에 97000만달러(1조원)를 기부해 지난해 미국 내 기부왕으로 꼽혔다고 한다.

주커버그는 지난 2010년 빌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주도해 만든 기부 서약(Giving Pledge)’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 운동은 빌게이츠, 워런 버핏 등의 부자들이 평생 일군 재산의 절반 이상을 생전 또는 사망 시 기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철강왕록펠러에서부터 빌게이츠까지 미국 내 부자들의 기부문화는 뿌리도 깊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미국 부자들의 기부문화는 특정 행사나 연날 등의 특정 시기에 몰아서 하는 생색내기용오명을 쓰는 우리의 현실과는 다르다 못해 부러울 정도다.

이에 반해 우리 대기업이나 오너들의 기부는 민망할 정도다. 지난 3월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기부금 내역을 공개한 78개 기업의 기부금은 총 14821억원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기부가 세월호 국면이나 연말 등 특정기간에 국한돼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 등 국내 5대기업의 세월호 피해 지원성금 총액은 443억원이었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이 150억원으로 1, 그 뒤를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이 100억원, SKLG는 각각 80억원과 70억원 등으로 기부에 참여했다. 이 액수 역시 재계 서열대로 였다는 점이다.

특히 부자들의 사회적 책임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과거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나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고 박태준 포스코 초대 회장 시절, 사업 보국 등의 이유로 부의 사회적 책임이 어느 정도 중시됐으나 후대에 오면서 점차 부의 세습 형태로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최근 동양, STX 사태 등에서 여실히 확인됐다.

재산 규모가 14조원으로 최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 선정 세계 69위에 오른 이건희 회장 등이 대표적인 부자로 꼽히지만 기부 등에는 아직까지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의 경우 매년 회사와 자신의 이름으로 많은 규모의 성금 등으로 꾸준히 기부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지난 2008년 삼성특검 당시 1조원대의 사재출연 약속은 6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한 일부 재벌들이 눈총을 사고 있는 부분이 바로 최근의 고액 배당논란이다.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회장의 경우 월급을 받는 GS건설이 지난해 어닝쇼크를 기록하는 등 회사가 적자상황인데도 거액의 연봉을 받아 빈축을 샀다.

GS건설은 올해 1분기 발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허창수 회장 등 등기이사 3인에게 313200만원을 지급했다. 이 중 허창수 회장은 지난해 급여 159500만원, 상여금 13200만원 등 172700만원을 챙겼다.

또한 지난 4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은 자회사로부터 고액배당을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오리온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까지 벌이자는 목소리까지 제기되기도 했을 정도다.

특히 담 회장은 이전에 회삿돈 300억원을 횡령·유용한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지만 윤리경영 등이 참작돼 풀려난 바 있어 반감이 더했다. 담 회장이 53.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자회사 아이팩은 과자 포장재를 만드는 회사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5억원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최대주주인 담 회장은 이 회사로부터 15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긴 것이다.

또 다른 재벌기업인 부영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광영토건은 이중근 회장과 장남인 이성훈 전무에게 100억원을 배당금으로 줘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해 회사로부터 연봉을 단 1달러만 받았다. 물론 이외에도 저커버그는 총 65만달러(68000만원)를 받았다. 얼핏 보면 저커버그도 국내 재벌과 다를 바 없네라는 반응이 나올 법도 있다. 저커버그는 지난 2012년에는 21억원을 받은 바 있지만 지난해에는 주가(배당), 경기침체 등의 이유를 들어 삭감된 것이다. 그의 페이스북 주식가치는 약275000억원이 넘는다,

사실 이러한 저커버그의 ‘1달러 연봉은 미국 내에서는 새삼스러울 게 못 된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1995년부터 사망하기 전까지 단 1달러의 연봉을 받았고, 구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역시 공식적인 연봉은 1달러였다.

여기에 최근 삼성, 현대차 등의 대기업의 경영승계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부의 대물림은 자칫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벌들의 부의 대물림 현상은 미성년자 자손들이 보유한 주식가치만 보면 쉽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최근 CEO스코어에 따르면 재벌 미성년자 자녀들의 주식가치를 환산한 결과, 허석홍·정홍 형제는 각각 지주사인 GS 주식 79만여주와 32만여주를 보유해, 주식가치 평가액이 395억 원과 161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몽익 KCC 사장의 열여섯 살짜리 아들 정제선 132억원,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의 딸 허정현 120억원, 구본무 LG 회장의 친척 구현모 99억원, 정몽열 KCC건설 사장의 장남인 정도선 86억원 순이었다.

7~13위에는 임성연, 김원세, 임성지, 김지우, 임성아·임윤지·임후연 등 한미사이언스 임성기 회장의 12살이 채 안 된 손자·손녀들이 차지했다. 이들 7명은 76~78억 원대의 주식을 보유한 자산가였다. 부가 대물림된 것이다.

재계 1위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주식자산이 총 129615억원으로 1위이다. 2위는 역시 정몽구 현대차 회장 일가로 96261억원이다. 뒤를 이어 3위는 구본무 LG 회장 일가(46990억원), 4위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일가(41407억원), 5위는 최태원 SK 회장 일가(32253억원) 순이다.

▲주커버그의해맑은미소속에는박애가숨어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주커버그의해맑은미소속에는박애가숨어있다.


이처럼 미국의 저커버그와 우리 재벌, 즉 부자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단순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만큼 부자들의 기부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전통이나 인식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그런 상황에서 부자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관련 최근 국내에서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맏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얼마 전 호텔 출입문을 택시로 들이받은 사고를 낸 택시기사에게 4억원의 배상액을 물지 않게 해줘 화제가 된 것.

이 일은 곧바로 언론 등은 물론 인터넷 등에서 화제가 되며 '노블리스 오블리제' 사례로 등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사례가 국내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대한 스펙트럼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그만큼 재벌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드물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우리나라에서 부라는 것은 단순히 축적의 대상으로만 인식돼 온 실정이라면서 외국의 사례처럼 부가 단순히 축적의 대상이 아닌 사회적 나눔의 도구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부 등에 탐욕적으로 접근해 유럽에서는 정복자 이미지가 강한 반면 바스코 다가마는 대륙을 늦게 발견했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진 정보나 부를 나눔으로써 진정한 개척자로 재조명되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벌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부의 나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감시 및 제도 보완은 물론 어릴 때부터 부에 대한 윤리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적인 부분도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춘궁기에 자신의 곳간을 열어두었던 최부잣집의 환생은 불가능하더라도 과거 일부에서 주창된 재벌과 부자의 사회적 책임 등을 강조한 청부론(깨끗한 부, 기독교의 청부론과는 별개)’를 다시 되새겨볼만한 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