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작 연대기(60)] 빛의 기억을 희망의 동력으로 삼는 서양화가 홍정희 탐구

홍정희(洪晶姬, Hong Jeong Hee)는 빛의 기억을 희망의 동력으로 삼는 서양화가이다. 그녀는 온전하게 하루를 화실에서 보낸다. 캔버스는 묵상의 도구, 그림에 전념할 수 없었던 시절을 두고 올리는 반성, 생각은 익어져야 그림이 된다. 작은 결심,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자’. 홍정희 화작(畵作)의 후반부는 정형의 삶을 벗어나 동화 같은 자유로 빚은 작가만의 색감과 스타일로 장착된다. 그녀가 꽃을 부린 그림들은 가정의 평안을 넘어 우주와 소통한다.
서양화가 홍정희는 뜨거운 늦여름, 홍원일 김영애의 이남일녀 가운데 장녀로 인천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부평동초등, 상인천중, 인천여고, 경인교대 미술교육과, 홍익대 미술교육원 서양화 과정을 수료했다. 홍정희는 중·고등학교 때 미술 선생님으로부터 그림을 잘 그린다고 늘 칭찬을 받아왔다. 대입 실기시험 때에도 미술과 이재호 교수로부터 데생을 사진보다 더 잘한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그녀는 대학에 진학하여 본능적으로 전공을 미술로 택한다.
작가는 선생님이 되고 나서 그림에 대한 열망이 더 커졌다. 그녀는 앙리 마티스, 클림트, 김환기를 사숙한다. 그녀는 제3회 개인전(경인미술관, 2018)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녀가 아프리카를 다녀와서 ‘빛의 기억’을 주제로 연 한 두 번째 전시에서 주변의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고, ‘빛의 기억’을 분명히 알린 전시회가 되었다. 작가에게 그림 작업은 마음의 평정을 가져오는 명상의 시간이다. 그녀의 휴식은 보물 같은 추억을 끄집어내어 채색하는 명상의 시간이다.








을사년 칠월과 팔월 사이(7월 30일~8월 12일), '빛의 기억-우아한 휴식'展에는 내면의 기(氣)가 함께 한다. 꽃은 삶이며, 존재는 고요하나 위로의 상징이다. 작가는 광휘의 상상력으로 ‘나들이’에서 느끼는 설렘, 자연 풍광, 보통 사람들의 움직임, 어린 시절의 벅찬 기대감 등을 리듬감 있게 표현하며, 사람들의 내면을 쉬면서 회복한 에너지로 채운다. 선인장은 줄기에 축적된 에너지를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쓴다. 작가는 그 강인한 생명력의 선인장을 작품에 접목한다.
작가는 선인장이 ‘울림의 에너지’를 조금씩 꺼내 쓰는 방법을 공유한다. 선인장은 우주이며, 유르트와 의미를 같이 한다. 가족과 지구촌의 평화를 기원한다. 휴식의 에너지로 충만한 선인장 시리즈의 모든 수사는 acrylic on canvas로 이루어진다. 빛의 기억을 공통 분모로 하고 ‘우아한 휴식’(100호. 2023), ‘나들이’(30호, 2025), ‘나들이’(40호, 2025) 2편, ‘나들이’(6호, 2025) 3편, ‘filled’(6호. 2025) 3편, ‘filled’(4호. 2025) 1편‘쉬어가기’(8호, 2024)가 동행한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연대기에 ‘빛의 기억-cycle1’(100호), ‘빛의 기억-우아한 휴식’(100호), ‘빛의 기억-cycle2’(100호), ‘빛의 기억-나들이’(알프스, 50호), ‘빛의 기억-green’(30호), ‘빛의 기억 –봄, 봄’(20호), ‘빛의 기억-나들이’(30호), ‘빛의 기억-비워두기’(30호), ‘빛의 기억-beginning’(10호), ‘빛의 기억-together’(6호), ‘빛의 기억-이화’(배꽃, 50호)를 인생의 순환 속에 빛나는 시절 인연의 주제로 삼고 평화를 기억한다. 그녀의 화작(畵作)은 원색일 수밖에 없다.
기억에 또렷한 ‘빛의 기억-cycle’(20호)은 2021년 구상에서 반추상으로 이전하던 때, 인천미술한마당전에서 수백 명 가운데 한 명이 되어 제1회 우현문 수상작으로서 그해 가을 초대전에 선보인 작품이다. 그때 주변의 많은 시선을 기억해 내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빛의 기억-cycle’(100호)를 완성하여 초대전을 열었을 때, 뜨거운 관심과 찬사가 있었다. 우현문 관장은 당시 “작은 몸에서 이렇게 대담하고 힘 있는 100호를 작업했냐?”라고 하며 춤을 추기도 했다.
홍정희는 늘 자연을 경외한다. 그녀의 화풍은 어느 한 편에 경사 되지 않은 편안한 여행 같다. 그녀는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스페인 빌바오 미술관, 파리 지베르니에서 모네가 살던 곳의 수련과 연못의 잔잔한 물결, 바람에 흔들리던 버드나무 가지를 생각하며 보았던 벽 전체가 360도로 돌아가며 전시된 오랑주리 미술관 등 작가의 창작 환경에 관심이 많다. 홍정희는 개인전 23회, 부스 전 및 아트페어 30회, 단체전 및 기획전 410여 회를 기록하고 있는 화가이다. 그녀는 자신의 개성을 찾아가며 자신의 인생철학이 담긴 선인장 작가로 이미지를 구축하였다.





에피소드, 작가의 큰동생 홍창용은 인천고 수석 졸업, 서울대, 카이스트를 거친 하버드대학원 유기합성 이학박사였다. LG 초빙으로 대덕연구단지에서 팩티브라는 신약을 개발하고 FDA 승인을 받던 2003년 그 동생은 소천했다. LG생명과학 상무로서 집안의 기둥이었고 열심히 노력하며 지독하게 성실한 동생이었다. 그래서 홍정희 작가는 화작에 필요한 건강관리에 힘쓰며 작업에 몰두한다. 가족의 상실은 작가에게 그림 작업을 더 굳건하게 하는 촉매가 되었다.
홍정희는 화작 이외에 한국미협 회원, 인천미협 회원, 인천미술대전·경인미술대전의 초대작가, 청조회, 서울여류화가협회, 윤슬전업작가회, 한하나회, 구상작가회, 경인인물화회, 미그림아트, 창조미협, 부평미술인회 고문 등으로 일상을 소화한다. 그녀는 인천미술대전 특선·입선, 경인미술대전 입선, 공무원미슬대전 입선(행자부 장관상), 한국예총 회장상, 중국 산둥성 고밀시문화재단 최우수상, 한·중 수교 31주년 국제미술교류전 문화예술대상의 수상 실적이 있다.

홍정희의 화제(畵題)를 읽어나가면 시(詩)가 된다. 빛을 기억하며, 봄날의 자연과 더불어 숲을 거닐며 만나는 자연은 치유의 대상이 된다. 스스로 순환하면서 생성되는 자연은 위대하다. 작가는 자신에 잠재된 의지와 개념들로 요즈음 선인장 단모환 작업에 집중하면서 우아한 휴식을 즐긴다. 빛은 작가에게 에너지의 원천이다. 작가에게 화려한 원색의 자연은 태고의 빛나던 자연의 지향이며 빛의 기억이다. 인간이 회복해야 할 자연 공간은 홍정희畵의 대상이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그림 제공=홍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