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지난달 19일 조기 합병 절차를 중지해달라면서 낸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이 일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법원은 오는 6월말까지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의 조기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 개최와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명령을 4일 내렸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경영진은 노조 설득, 이의신청 등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나 조기합병은 애초 경영진이 계획한 일정보다는 늦춰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 법원 판단의 주된 근거는 2·17 합의서
법원의 판단 배경에는 2012년 2월 17일 노·사·정이 서명한 '2·17 합의서'가 있다.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에도 5년간 하나은행과 합병하지 않고 독립법인으로 존속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노조와의 대화를 전제로 이 합의를 파기하고 조기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장기간의 저금리로 은행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만큼 유망한 해외 시장을 선점하는 방안이 앞으로 조직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논리에서다.
재판부는 합의서가 당사자 사이에 구속력을 가진다고 인정했다. 합의서가 합병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아니라 일정 기간 제한하는 내용이어서 경영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1~2013년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을 비롯한 국내 시중은행 전체 당기순이익 등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지금 당장 합병하지 않으면 외환은행의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은 앞으로 급격한 국내외 경제·금융 여건의 변화가 있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해 가처분 인용의 효력 시점은 오는 6월말로 제한했다.
만일 6월까지도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분쟁이 지속한다면 노조 측에서 종전 합의서를 근거로 다시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은 이 경우 다시 '현저한 사정변경의 여부' 등을 판단하게 된다.
◇ 합병기일 재연기 불가피…조직 운용에도 타격
이로써 하나금융그룹이 추진해온 하나·외환은행 통합 작업은 완전히 꼬이게 됐다.
하나금융은 이달 금융위원회 예비인가 승인이 나는 대로 하나·외환은행 이사회를 열어 새 합병계약서를 확정할 계획이었다. 그다음 본인가 신청 및 승인 절차를 3월 안에 끝내고, 오는 4월 1일 통합 은행을 출범시킨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법원의 가처분 일부 인용으로 하나·외환은행의 조기합병 열쇠는 일단 노조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영진과 외환은행 노조 간 대화가 중단된 상태라는 점이다.
노사 양측의 대화가 진전을 보지 못하는 가운데 지난달 19일 하나금융은 금융위원회에 합병 예비인가를 신청했고 노사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달 26일 대화 중단과 전면 투쟁을 선언하고 나서 금융위와 청와대 앞에서 연일 농성을 벌이고 있다.
금융위는 애초 지난달 28일 하나·외환은행의 통합 예비인가를 승인할 방침이었으나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통합 예비인가 승인 여부를 2월 중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금융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본인가 신청과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가 열리지 못한다면 예비인가 승인도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법원의 결정이 하나·외환은행 합병 인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예비인가를 승인해주더라도 주주총회가 열리지 못한다면 본인가 신청은 불가능해진다.
결국,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주총 승인과 당국의 인가 등 합병 절차는 노사 합의가 이뤄져야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하나·외환은행 조기합병 성패의 핵심 변수는 노사간 대화의 진척에 달렸다.
외환은행 사측은 대화가 중단되고서 두 차례 노조에 대화를 제의했으나 거절당한 상태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경영진이 어떤 조건을 들고 나오느냐에 따라 대화 재개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대화 재개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글로벌이코노믹 장원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