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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한화 천무 운용 노하우 공유…에스토니아, 2027년 전력화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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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한화 천무 운용 노하우 공유…에스토니아, 2027년 전력화 채비

토룬 훈련센터서 천무·하이마스 통합 교육 구조 소개
에스토니아, 2027년 K239 인도 앞두고 사전 학습
폴란드, 유럽형 천무 운용 허브 부상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K239 천무 다연장로켓의 모형. 에스토니아는 이 시스템을 도입하여 2027년부터 발틱 지역의 핵심 억지 전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미지 확대보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K239 천무 다연장로켓의 모형. 에스토니아는 이 시스템을 도입하여 2027년부터 발틱 지역의 핵심 억지 전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폴란드가 한국산 K239 천무의 현지화 모델인 '호마르-K(Homar-K)'를 둘러싼 교육·훈련 체계를 에스토니아와 공유하며 동유럽 장거리 화력 협업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폴란드 국방 전문매체 디펜스24(Defense24)에 따르면 에스토니아 포병 장병들은 이달 초 토룬의 포병·로켓군 훈련센터(CSWRiA)를 찾아 호마르-K와 미국산 M142 하이마스(HIMARS) 교육체계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표면적으로는 실무 방문이지만, 실제로는 한국산 장거리 화력체계가 폴란드를 매개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부전선의 공통 운용 체계 안으로 편입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다.

이번 방문의 의미는 신규 장비를 들여오는 에스토니아가 어떤 순서로 전력화 절차를 밟는지, 즉 부대 구조를 어떻게 짜고 승무원을 어떤 단계로 양성하며 교관단과 훈련 인프라를 어떻게 마련하는지를 폴란드 사례를 통해 배우는 데 있다. 디펜스24는 에스토니아 장병들이 토룬 센터에서 호마르-K와 하이마스 교육 과정, 승무원 준비 절차, 교관단의 역할, 새 체계를 위한 기반 조성 방식까지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 견학이 아니라 장거리 정밀타격 자산을 조기에 전투력으로 바꾸기 위한 예행연습에 가깝다.

폴란드가 이런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배경도 분명하다. 토룬 훈련센터는 이미 폴란드 내에서 호마르-K와 하이마스 운용 자격을 인증할 수 있는 핵심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1월 디펜스24 보도에 따르면 이 센터는 사실상 폴란드에서 유일하게 두 체계의 운용 인증서를 발급할 수 있는 곳이다. 다시 말해 폴란드는 한국산 발사대를 수입한 나라를 넘어, 이를 자국형 교리와 교육체계로 소화한 첫 유럽 사례로 움직이고 있다. 에스토니아가 토룬을 찾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비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장비를 굴리는 조직과 절차이기 때문이다.

에스토니아의 선택 역시 단선적이지 않다. 에스토니아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한국과 방산 협력 합의를 맺으며 천무를 기존 하이마스를 보완하는 체계라고 공개했다. 이미 미국산 하이마스를 확보한 상태에서 한국산 K239 천무를 추가해 심층 타격 능력을 넓히고, 동시에 미국산 추가 도입도 계속 추진하는 방식이다. 에스토니아 국방부는 이 모델이 폴란드가 채택한 방식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하이마스로 미군 체계와의 연동성을 유지하면서, 천무로 조달 속도와 화력 옵션을 넓히는 계산이 깔려 있는 셈이다.

실제 계약 내용도 이 같은 구상을 뒷받침한다. 디펜스24는 에스토니아가 지난해 12월 K239 천무 6문 도입 계약을 맺었고 인도는 2027년 시작된다고 보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별도 보도자료에서 에스토니아 국방투자센터(ECDI)와 천무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패키지에는 발사대와 함께 CGR-080, CTM-MR, CTM-290 3종 미사일, 운용지원, 훈련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다만 계약 금액은 현지 보도에선 2억 9000만 유로, 한화 발표에선 약 2억 5000만 유로로 표기돼 패키지 범위에 따른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숫자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에스토니아가 단순 장비 구매가 아니라 훈련·지원까지 묶은 '전력화 패키지'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여기서 호마르-K의 전략적 가치가 드러난다. 호마르-K는 한국군이 운용하는 K239 천무를 그대로 들여온 체계가 아니다. 폴란드는 한국산 발사모듈을 자국산 젤츠(Jelcz) 8×8 차체에 올리고, WB그룹의 토파즈(Topaz) 사격지휘체계와 포넷(Fonet) 통신체계를 통합해 자국형 운용 모델로 재설계했다. 한국산 무기체계를 단순 조립이 아니라 자국 지휘·통제 생태계와 결합해 실전적 자산으로 바꿔낸 것이다. 에스토니아가 토룬에서 본 것은 단순한 발사대가 아니라, 한국산 장거리 화력이 유럽식 전장관리 체계 속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는지에 대한 선행 답안이었다.

이 흐름은 수출을 넘어 산업 기반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해 4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폴란드 WB일렉트로닉스가 폴란드 내 CGR-080 유도탄 생산을 위한 합작 구조를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화 유럽법인은 지난해 12월 체결된 3차 실행계약을 통해 폴란드에서 사거리 80㎞급 CGR-080 정밀유도탄을 생산하고 2030년부터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폴란드가 발사체계 운용 경험에 더해 탄약 공급망까지 현지화하려 한다는 뜻이다. 한국 방산의 관점에서 보면 '무기 판매'에서 '생산·정비·훈련이 결합된 유럽형 파트너십'으로 진화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기존 기사들이 자주 범하는 오류도 분명해진다. 라트비아 대표단의 선행 방문과 에스토니아의 이번 방문을 곧바로 '동유럽 천무 벨트 구축'으로 단정하는 식의 서술은 아직 근거가 약하다. 현재까지 확인되는 사실은 폴란드가 K239·호마르-K 계열 체계의 유럽 내 교육·통합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에스토니아가 자국의 하이마스 전력 위에 천무를 얹어 장거리 화력의 층위를 넓히려 한다는 점이다.

토룬에서 벌어진 일은 단순한 군사 교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러시아 위협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폴란드는 미국산 하이마스와 한국산 호마르-K를 함께 운용하며 동부전선의 장거리 화력 허브를 자임하고 있고, 에스토니아는 그 경험을 흡수해 발트 지역 심층 타격 능력을 끌어올리려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과정에서 발사대 공급업체를 넘어 교육·훈련·현지산업 협력까지 묶는 장기 파트너로 위치를 넓히고 있다. 수출 실적 하나를 넘어 한국산 장사정 화력체계가 유럽의 교리와 공급망 속으로 스며드는 장면이라는 점에서, 이번 에스토니아 대표단의 토룬 방문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