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은 오는 6월 2차 수명연장 심사를 앞둔 고리1호기의 압력용기 안전성이 심각하게 취약한 상태이며, 안전성 평가의 핵심인 감시시편 시험의 졸속검사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먼저 백 의원은 심각한 취성이 진행된 고리1호기 압력용기의 위험성에 대한 지적에 나섰다. 현재 고리1호기의 압력용기 상태 및 원자로 압력용기 취성화의 개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 취성이란 물질에 변형을 주었을 때 변형이 매우 작은데도 불구하고 파괴되는 경우, 그 물질은 깨지기 쉽다고 하는데 이 정도를 취성이라 한다. 즉, 뜨거워진 유리에 차가운 물이 갑자기 닿았을 때 깨지는 성질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개념이다. 두꺼운 강철판으로 만든 원자로 압력용기는 매우 강한 재질이지만, 오랜 시간 중성자에 노출돼 약해지면 냉각수 투입 시 깨져버리는 성질인 ‘취성’을 가지게 되는 것.
위와 같은 현상을 일으키는 지점의 온도를 측정한 것이 취성화 천이온도다. 이를 토대로 고온·고압인 원자로가 갑자기 냉각되면, 어느 온도에서 압력용기가 깨져버리는지를 측정한 값인 가압열 충격 허용 기준온도값이 있다. 이 두 측정 값은 원전의 안전상태와 사고 가능성을 가늠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된다.
가압열 충격 허용 기준온도값도 큰 문제이다. 국내 원전은 모두 섭씨 ?9.4~59.4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유일하게 고리1호기만이 2005년 6월 151.2도의 측정값을 보였다(샤르피충격 시험 방식으로 측정). 이는 원전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최대흡수에너지는 68줄(J), 가압열 충격기준온도는 149도를 넘지 않도록 정해놓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고시를 넘어선 것이다.
이에 2005년 1차 수명연장 당시 측정방식을 기존의 방식에서 다른 방식으로(마스터 커브 시험법) 바꾸는 편법을 동원했고, 이는 백재현 의원실에서 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실장급)에게 확인했다. 당시 샤르피 충격시험으로 측정하였을 때는 기준치를 초과해 수명 연장이 불가능 했기 때문에 더욱 정밀한 시험법인 마스터 커브 시험법으로 추가 측정을 하여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05년 감시시편 시험 방식 변경이라는 편법으로 고리1호기의 압력용기 취성화로 취약한 안전성을 피해 갔다면, 올해는 감시시편 졸속 시험이 우려되고 있다.
고리1호기의 1차 수명연장은 오는 2017년 6월 만료되는데,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은 2차 수명연장을 위해 관련 서류들을 작성하고 있으며,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에 따라 수명만료 2년 전인 2015년 6월 18일 까지 수명 재연장을 위한 보고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제출 시한까지 남은 기한은 단 4개월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원자로 압력용기 안전성 평가의 핵심인 감시시편 검사를 계획예방정비가 시작되는 3월 또는 4월에 실시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수명 재연장을 위한 보고서 제출 시한이 오는 6월임을 고려했을 때, 감시시편 검사를 3월~4월경에 실시할 경우 불과 2~3개월 남짓한 시간에 졸속으로 검사가 이뤄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백 의원은 “인출 및 검사, 보고서 작성 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지 않는 것은 지속적으로 제기된 안전성 문제를 회피하고, 철저한 검증을 하지 않은 채 2차 수명연장에 들어가기 위한 꼼수 및 졸속 시험이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백 의원은 또 “2005년 편법 시험으로 고리1호기 안전성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해 있는 상황으로, 원자로 압력용기 안전성 논란은 지난 2012년 고리원전 가동 정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법정 다툼까지 간 바 있다”며 “올해에도 졸속 시험을 단행 한다면, 10년 전 꼼수 시험과 같은 일을 반복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재 집권여당의 대표는 고리1호기가 폐로 될 것이라고 하고, 그에 대해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해명하는 엇박자 속에서는 당국의 원전 정책을 신뢰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안전성 및 경제성, 전력수급 등 모든 측면에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고리1호기 폐로가 필요한 시점에서 그 첫걸음이 원자로 압력용기 감시시편 검사의 민간참여가 될 것이므로 산업부와 한수원은 이를 필히 수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양혁 기자 myvvvv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