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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면세점 주력 품목, 뜨는 ‘K-뷰티’냐 경쟁 치열한 ‘명품 빅3’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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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면세점 주력 품목, 뜨는 ‘K-뷰티’냐 경쟁 치열한 ‘명품 빅3’냐

[글로벌이코노믹 김채린 기자]

◇‘후’ ‘설화수’에 밀린 루이비통…‘K-뷰티’ 빛났다


지난해 말 한화갤러리아•HDC신라면세점은 모두 명품 빅3(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를 유치하지 못한 상태로 오픈했다. 국내 유일 중소•중견기업 면세 사업자인 SM면세점도 마찬가지다.

최근 HDC신라면세점이 루이비통 모에헤네시 그룹 브랜드 유치에 성공했지만 내년 초쯤 브랜드 입점이 가능할 전망이다. 신세계와 두산도 마찬가지로 명품 빅3 없이 오는 18일 면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은 브랜드 가치 유지를 위해 국가별 매장 수를 제한하고 있다. 각 면세점 업체들이 이들 브랜드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이처럼 신규로 진입하는 기업과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을 중심으로 해외 명품 브랜드와의 협상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지만 동시에 국산 화장품 등 상품 다변화의 가능성도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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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내 브랜드별 매출 순위 상위 5위는 △후 △설화수 △루이비통 △헤라 △롤렉스 순이었다.

루이비통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줄곧 1위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후와 설화수에 밀려 3위로 떨어졌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2•3위를 지켜온 샤넬과 까르띠에도 2014년 설화수에 2위를 내주더니 지난해에는 5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반면 2014년 처음 면세점 매출 순위 5위권에 오른 LG생활건강의 후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지난해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매출 최상위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헤라도 지난해 면세점 내 브랜드별 매출 순위에서 4위에 올라 아모레퍼시픽은 5위권 안에 브랜드를 두 개나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유진투자증권의 기업분석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분기 시장 예상치와 당사 추정치를 상회한 호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면세점 매출액도 기존 추정치를 상회했다.

김지효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설화수와 라네즈 등 브랜드 인기가 면세점 매출액을 리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면세점 내 화장품 브랜드의 신장은 매출 비중에서도 나타났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품목별 매출 비중은 △화장품 45.5% △가방류 16.0% △시계 9.6% △담배 5.0%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2년 전부터 이른바 ‘K-뷰티’ 브랜드가 면세점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이 입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오픈한 SM면세점 서울점은 설화수•후•숨37 등 국내 대표 화장품 브랜드가 입점했다. 1층 로비 전면의 헤라 홍보관에서는 메이크업 쇼룸을 선보여 관광객에게 K-뷰티 홍보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 ‘명품 빅3’ 브랜드에 면세점 사활…물밑 경쟁 치열


지난 3일 HDC신라면세점은 오픈 5개월 만에 루이비통을 비롯한 루이비통 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브랜드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신규 출점한 시내 면세점 가운데 처음으로 이른바 ‘명품 빅3’에 해당하는 브랜드 유치에 성공한 셈이다.

명품 빅3는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를 가리킨다. 명품 빅3는 면세점 매출과 위상을 좌우하고 향후 다른 브랜드 유치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면세점 업계는 이들을 잡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HDC신라면세점은 하반기 공사를 마친 뒤 내년 초부터 순차적으로 LVMH 그룹 브랜드 입점에 나선다. 국내외 소비자들은 루이비통•디올•펜디•마크제이콥스 등 LVMH 그룹의 주요 명품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반면 한화갤러리아, 신세계, 두산 등 다른 신규 면세점 업체들은 명품 빅3 브랜드 유치와 관련,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루이비통 브랜드 유치와 관련해 계속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해외 명품 브랜드 중 구찌•몽클레르•생로랑•보테가베네타 등의 입점이 확정됐다.

한화갤러리아와 두산 측도 명품 빅3 유치와 관련해 이와 비슷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빅3 브랜드에 면세점의 사활이 걸렸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 브랜드 없이 오픈하더라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달 1일 서울 갤러리아면세점63을 찾은 중국 아오란 그룹 임직원 및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갤러리아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1일 서울 갤러리아면세점63을 찾은 중국 아오란 그룹 임직원 및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갤러리아 제공)

◇ 입점 브랜드로 경쟁업체와 차별화 하라


신규 면세점이 늘어나면서 토종 브랜드나 중소 업체들에도 사업 확장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말 오픈과 동시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 2000명이 방문한 HDC신라면세점은 6층에 ‘K-디스커버리 한류관’을 마련하고 7층에 지방자치단체•토산품 상생협력관을 구성하는 등 국산 브랜드 비중을 높였다.

SM면세점은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중소·중견기업 제품들을 판매하는 ‘드라마몰’과 신진 예술가들과 협업한 상품을 판매하는 ‘아트숍’ 등 국내 상품을 알릴 수 있는 매장들을 입점했다. 인사동과 고궁 등 인근에 위치한 전통문화 관광지를 활용해 개별자유여행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갤러리아면세점63에는 한국 전통 수공예품 전문매장인 ‘한함’과 국내 중소•중견기업 아이디어 제품 전문매장인 ‘아임쇼핑’이 3층에 들어섰다.

오는 18일 오픈 예정인 신세계면세점 명동점과 두산면세점도 국내 화장품 브랜드를 대거 입점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매출 중 국산품 매출액의 비중은 37.0%였다.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 비중은 12.8% 수준이었다.

2011년만 해도 면세점에서 국산품 매출 비중은 18.1%에 그쳤으나 2013년 22.6%로 성장한데 이어 2014년 31.0%, 2015년 37.0%으로 매년 증가했다. 기재부는 후•설화수•쿠쿠•MCM 등 국산 브랜드의 성장에 따라 국산품 매출액 비중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오픈하는 면세점이 늘어나고 또 정부가 면세점 사업자 4곳을 추가하면서 K-뷰티 브랜드를 비롯한 국산 브랜드의 비중을 늘리는 등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며 “주변 관광지나 한류 콘텐츠와 연계한 매장을 입점하는 등 차별화된 전략이 있어야 많은 면세점 가운데서 선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린 기자 chr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