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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석 판사, 미 퍼스트 운동이 미투 목소리 뺐어? "미처 생각 못했던 부분…누가 됐다면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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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석 판사, 미 퍼스트 운동이 미투 목소리 뺐어? "미처 생각 못했던 부분…누가 됐다면 사과"

SNS를 통해 '미퍼스트'를 제안했던 문유석 판사가 최근 다시 글을 게재했다. 사진=문유석 판사 SNS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SNS를 통해 '미퍼스트'를 제안했던 문유석 판사가 최근 다시 글을 게재했다. 사진=문유석 판사 SNS 캡처
[글로벌이코노믹 주현웅 수습기자] “딸들을 키우는 아빠로서 서지현 검사님이 겪은 일들을 읽으며 분노와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 이 따위 세상에 나아가야 할 딸들을 보며 가슴이 무너진다. 내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절대로 방관하지 않고 나부터 먼저 나서서 막겠다는 me first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유석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30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중 일부다. 성폭행 등을 고발하는데 함께 참여하겠다는 ‘미투운동’을 넘어 ‘내가 먼저 나서겠다’는 ‘미 퍼스트’운동을 제안한 셈이다.
이 내용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성들이 오랜 시간 힘겹게 얻어낸 목소리 ‘미투’를 빼앗는 것이다”라며 다소 불편한 기색도 내비친다.

이에 문 판사가 지난 달 31일 다시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지적이었다”라며 “누가 된다면 사과드리겠다”고 밝혔다.

문 판사는 이날 SNS에서 “트위터 등에서 제가 제안한 me first는 여성들이 오랫동안 힘겹게 싸워서 얻어낸 목소리인 'me too'를 빼앗는 행위다 등의 비판이 일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며 운을 뗐다. 또한 “폭력은 언제나 있어왔는데 마치 이제서야 뒤늦게 안 것처럼, 또는 딸들 때문에 겨우 느낀 것처럼 말하니 어처구니 없다는 등의 비판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 판사는 이에 대해 “첫번째 지적은 제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고, 그로 인해 조금이라도 누가 된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제 생각은 감히 여성들의,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체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자 함이 아닙니다”라며 “가해를 방관하지 않고 나서서 제지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 그리고 주로 저와 같은 입장에 있는 분들에게 권유하는 것입니다”라고 부연했다.

문 판사는 이어 “‘이제서야 뒤늦게 안’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만은 말씀드립니다”라고도 했다. 그는 “그동안 책과 여러 글에서 언급했듯이 직업상 성희롱, 성폭력 문제를 오래 보아 왔고, 법원 내에서도 젠더법연구회 회원으로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조사, 교육안 마련, 양성평등담당법관제도 마련 등 오랜 노력에 (비록 작게나마) 참여해 왔다”고도 해명했다.

그는 “여성법관들로부터 늘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슨 대단한 일을 한 것은 없으니 역시 비판받아도 할 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주현웅 수습기자 chesco1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