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참 운이 없는 사람이다. 대통령을 시험 봐서 뽑았으면 벌써 했을 사람이다. 정치력도 있다. 능력도 뛰어나다. 기자들 사이에 평판도 좋다. 사실 흠 잡을 데가 별로 없는 정치인이다. 우리나라서 그만한 정치인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하는 일마다 잘 풀리지 않는다. 오죽하면 손학규 징크스라는 말이 나올까.손학규도 박지원처럼 정치 9단쯤 된다. 그런 손학규가 이번에 또 다시 승부수를 띄웠다. 단식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지난 6일부터 국회의사당에서 단식을 하고 있다. 그의 나이 72세. 상대적으로 고령이다. 날씨도 춥다. 또 대식가인 그에게 배고픔도 견디기 힘들 터. 그럼에도 단식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나왔다. 성공할 수 있을까.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오케이 하면 바로 단식을 끝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낌새가 안 보인다.
박지원 의원이 최근 페이스북에 손 대표의 단식을 언급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렇다. “손학규는 죽고 김정은은 답방해야 대한민국이 삽니다”라고 했다. 박 의원은 김정은의 연내 답방을 계속 촉구해 왔다. 여러 가지 비유를 들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최고의 선물이라고도 했다. 김정은의 답방은 우리가 원한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김정은이 결심해야 성사될 수 있다.
손학규는 알아주는 대식가다. 박 의원이 재미 있는 얘기도 들려줬다. “일화는 많습니다. 그와 식사를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막걸리에 안주를 엄청 먹어도 그래도 밥 두 공기에 김치와 수저로 먹는 모습은 며칠 굶은 사람 아니곤 그렇게 못 먹을 것입니다. 그가 단식을 한다면 그 식탐에 어울리진 않지만 그 독함과 어떻게 배합될까를 생각합니다”라고.
손학규 징크스는 손 대표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질 때마다 대형 이슈가 터지는 현상을 말한다. 2006년 경기지사를 퇴임한 손 대표가 민심대장정 100일을 마친 날에는 북한이 최초로 핵실험을 감행했다. 지난해 손 대표의 국민의당 입당식 날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누군가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는 뜻이다. 이번에는 김정은이 방해할 것 같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나는 손학규의 정계은퇴를 촉구한 바 있다. 지금 비록 바른미래당의 대표로 있지만 지분이 없는 바지 사장과 다름 없다. 그럼 자기 뜻대로 정치를 펼칠 수 없다. 그의 최대 약점이기도 하다. 민주당과 한국당도 노정객의 마지막 호소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