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기업인과의 대화서 상의 벗고 셔츠 차림으로 진행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15일 청와대 행사에서 상의를 벗은 모습이 공개됐다.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이 셔츠 차림. 많이 어색하다. 추운 느낌이 들었다. 더운 계절도 아니다. 엄동설한에 맞지 않는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제안했다고 한다. 제 정신인가 묻고 싶다. 그래서 쇼란 소리도 나오는 것 같다. 왜들 그럴까.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보고 받은 첫 느낌이다. 사람마다 다를 터. 격식이 없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작년 7월 재벌 총수들과 첫 모임을 할 때는 더웠다. 따라서 상의를 벗고 셔츠 차림으로 자연스럽게 맥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재벌총수들이 자의보다 타의에 의해 옷을 벗지 않았을까.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했다. 내가 그런지도 모르겠다. 지난 10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보고 신선하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이 회견을 직접 진행하면서 질문을 받고 바로 대답하는 형식이 보기 좋았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프롬프터를 사용했다. 그래서 내가 잘못 봤다고 사과도 했다. 그런 눈으로 봐서 그런지 셔츠 차림이 영 어색하게 들어왔다.
독자들도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우리나라의 한 단면을 보는 듯 하다. 한 독자는 “이렇게 의도적으로 연출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건 기망행위 아닌가요? 아마도 청와대는 국민들을 연극을 보고 있는 관객으로 취급하는 듯”이라고 못마땅해 했다. 다른 독자도 “커피산책~이 추운데~탁현민 나올 때 된 것 같다~그동안 쇼한다고 문통 많이 어색했다”고 거들었다.
“상의 탈의하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용만 회장이 이렇게 얘기하자 모두 상의를 벗었다. 혼자만 벗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대화가 진행된 청와대 영빈관은 꽤 높다. 난방을 해도 따뜻하지 않다. 약간 서늘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만약 청와대 측이 박 회장에게 그런 주문을 했다면 “쇼”라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이렇게 얘기했을 것 같다. “추우면 외투를 입으셔도 괜찮습니다.”
상의를 벗자는 얘기도 박 회장이 아니라 나이가 가장 많은 손경식 CJ회장이 했더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물론 박 회장이 재계를 대표하는 상의 회장이기는 하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장유유서를 중시한다.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불러 이 같은 행사는 갖는 것은 좋다. 앞으로 더 자주, 많이 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형식에 치우친 행사는 지양해야 한다. 옥의 티라고 할 수 있다. 내 눈에 비친 올해 기업인과의 대화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