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에서는 졌지만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는 50.2%로 1위 차지해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여러분이 힘들어하실 때 함께 하지 못했던 저의 허물에도 불구하고, 시장 직을 중도 사퇴하여 여러분께 상실감을 안겨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당원 동지 여러분이 저에게 미래를 맡겨야 한다고 판단해 주셨습니다. 어느 계파의 뭉터기 표에 의존하지 않고 얻은 이 표는 한 표 한 표가 하늘과 같은 마음의 표입니다. 저의 피눈물 어린 호소와 충정에 동의해 주신 표입니다. 여러분의 신뢰에 고개 숙여 감사 인사 올립니다.”27일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2위를 한 오세훈이 28일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선거 캠프 참모들과 뒤풀이를 하고 집에 들어와 쓴 것으로 보인다. 평정심을 잃지 않은 모습이 보기 좋다. 그는 비록 졌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주었다. 끝까지 페어플레이를 한 것도 돋보였다. 만약 오세훈 마저 출마를 접었더라면 전당대회 의미 자체가 없었을 게다.
그렇다. 선거에서는 누구든지 1등을 하려고 한다. 오세훈은 여러 정황상 승리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을 게다. 처음부터 기울어진 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오세훈은 선전을 했다. 오세훈답게 선거를 치렀다. 탈박(脫朴)을 분명히 했고, 탄핵이나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냈다. 그런 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같은 선거운동은 표로도 나타났다. 특히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50.2%로 1등을 했다. 선거 전략이 주효했던 셈이다. 예비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도 각인시켰다. 황교안의 대항마로 비주류 활동을 이어갈 것 같다. 2022년 대선은 또 모른다. 정치는 생물이라서 한 번 졌다고, 영원히 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오세훈은 다소 약한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만의 선거운동을 펼침으로써 그런 의구심을 씻어냈다.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인에게 약한 이미지는 도움이 안 된다. 강인한 인상을 풍겨야 한다. 얼마 전 만난 한국당 관계자도 이런 말을 했다. “오세훈에게 강한 인상이 읽힙니까”. 나는 그런 약점을 극복했다고 본다.
오세훈에게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원외는 항상 외롭고 쓸쓸하다. 주목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해야 더 큰 정치인이 될 수 있다. 나는 처음부터 ‘오세훈다움’을 강조했다. 결국 그렇게 했다. 선거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모습도 아름답다. 이제 또 다른 시작이다. 멀리 보고 한 걸음씩 내딛으면 미래가 있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