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2분기 전기요금 인상요인 발생에도 인상 유보...정부 통보 따라 결정
정부, 제도 도입 시 신설한 유보조항 바로 적용...남발 우려로 불확실성 커져
"한전 부담 그대로, 제도 무력화" 한전소액주주, 산업부 직권남용 고발 시사
한국전력이 올해 1~3월 1분기에 발전 연료비 상승으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2분기 전기요금의 인상을 유보했다. 오는 4~6월 석 달 간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다.정부, 제도 도입 시 신설한 유보조항 바로 적용...남발 우려로 불확실성 커져
"한전 부담 그대로, 제도 무력화" 한전소액주주, 산업부 직권남용 고발 시사
물론 2분기 전기요금 인상 유보는 정부의 방침을 한전이 수용한 결과이다. 그러나, 한전이 지난해 12월 전기요금 현실화를 위해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가 '예외적인 상황 발생 시 정부가 요금조정을 유보할 수 있다'는 조항에 발목이 잡혀 정부 의지(?)에 따라 예외상황의 남발 가능성과 이에 따른 제도의 유명무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한전이 정부와 국민여론을 상대로 어렵게 설득전을 펼쳐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의 실효성 논란과 함께 한전의 부담도 제도 도입 이전과 달라질 게 없다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 한전, 정부 통보 따라 2분기 전기요금 인상 유보...3분기 인상도 미지수
이미지 확대보기23일 한전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22일 회사 홈페이지에 '2021년 4~6월분 연료비 조정 단가 산정 내역'을 발표하고, 2분기 연료비 조정 단가로 1킬로와트시(kWh)당 -0.2원을 책정했다.
이는 2분기 기간에 연료비 연동 단가를 1kWh당 0.2원씩 빼준다는 의미로, 직전 1분기 조정 단가가 1kWh당 -3원인 것과 비교하면 4~6월 3개월엔 kWh당 2.8원 만큼 전기요금에 전가(인상)되는 요인이 발생하는 셈이다.
2분기 조정 단가가 1분기 조정 단가보다 오른 이유는 최근 3개월 평균 연료비가 1분기 조정 단가 책정 당시의 평균 연료비보다 올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전은 정부의 통보에 따라 2분기 인상요인을 반영하지 않고, 1분기와 같은 kWh당 3원 인하를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다.
결국 연료비 상승 부담은 고스란히 한전이 질 수밖에 없다. 통상 여름철 전력판매량 증가로 3분기 한전 실적은 호전되지만, 이런 추세라면 3분기 전기요금 인상도 불투명하고 7~8월에는 지난 2019년 상설화한 여름철 누진제 완화 제도까지 시행돼 한전의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 정부, '연료비 연동제' 도입 시 신설한 유보조항 유감없이 행사…'남발' 우려와 "불확실성 가중" 비판
한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겨울 이상한파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의 일시적인 급등 영향을 즉시 반영하지 말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며 ▲1분기 조정단가 결정시 발생한 미조정액을 활용하기 위해 2분기 조정단가를 1분기와 동일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통보해 왔다"며 전기요금 인상 유보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개편된 전기요금체계 운영지침의 '비상시 조정요금 부과 유보' 조항에 따르면, '전기요금이 현저하게 변동할 우려가 있어 국민생활 안정과 국민경제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연료비 조정단가의 전체 또는 일부 적용을 일시 유보한다는 통보가 있으면 한전은 이에 따라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문제는 이 '유보조항'이 매우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어 정부가 남발할 경우, 당초 연료비 연동제 도입 취지와 반대로 오히려 전기요금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에 LNG 가격의 일시적인 급등영향을 즉시 반영하는 것을 유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지만, 일시적인 연료비 급등영향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다름아닌 '상하한 3원/kWh 제한제도'이다.
즉, 연료비가 급등락하더라도 직전분기 대비 1kWh당 3원 이상 조정하지 않는 제도로, 이를 활용하면 연료비 급등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국민생활 안정을 언급했지만, 이를 이유로 비상시에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유보 조치를 가동한다면 제도 도입 3개월만에 예외적 상황이 상시화되고, 결국 정부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던 제도 도입 이전 때와 다를 바 없게 된다.
더욱이 정부는 지난 1분기 미조정액을 활용해 2분기 조정단가를 1분기와 동일하게 유지한다고 설명했으나, 이전 분기 미조정액의 다음 분기 반영에 관해서는 정해진 규칙이 없다.
이번에 신설된 운영지침은 미조정액을 사후 총괄원가에 반영해 정산한다고 규정했으나, 현재 '총괄원가 보상의 원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업계와 학계의 공통된 견해이다.
또한, 도시가스에 연료비 연동제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가 연료비와 가스요금 간 차액을 '미수금'이라는 별도의 항목으로 분리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과도 대조를 이룬다.
지난해 연료비 연동제(원가연계형 전기요금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놓고도 정부가 유보조항을 임의로 적용해 사실상 제도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전기요금 인상이 표심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부분도 정부의 인상 유보에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나아가 일부 한전 소액주주들은 정부의 이번 정책 결정을 비추어 볼때 올해 국제유가 상승에도 내년 3월 대통령선거 때까지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장병천 한전소액주주 대표는 "연료비 연동제는 과거 전기요금 변경 때마다 정부 승인을 받던 방식에서 벗어나 연료비 변동을 주기적으로 반영하는 것을 제도화해 가격조절기능을 통한 전력수급 균형과 에너지산업 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장 대표는 "그럼에도 정부가 특별한 사유 없이 제도를 만들어 놓고 이행을 안하는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만큼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