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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직 솔리드, 래글런, 원마일웨어...패션업계 고질병 ‘외국어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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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직 솔리드, 래글런, 원마일웨어...패션업계 고질병 ‘외국어 관행’

[고운 우리말, 쉬운 경제 28] 어려운 ‘스웨트 셔츠’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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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접어들면서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분다. 긴소매 옷이 거리에 늘었다. ‘스웨트 셔츠’ 구매를 위해 인터넷 쇼핑몰을 찾았다. 상품 소개에 우리말이 조사를 빼면 거의 없다.

“베이직 솔리드 스웨트 셔츠입니다.
베이직한 실루엣에 로고 자수 디테일로 포인트를 준 티셔츠입니다.

래글런 디자인으로 트렌디하며 캐주얼 착장에 활용하기 좋은 아이템입니다.“

한 쇼핑몰에 상품소개 글이다. 여기서 베이직 솔리드는 ‘기본 민무늬’라는 뜻이다. 스웨트 셔츠는 땀이라는 뜻의 영어 ‘스웨트(sweat)’에서 나온 단어다. 몸을 감싸는 두꺼운 옷감 상의(윗도리)로 땀을 흡수하고 땀을 내기 위해 입는다. 우리말로 다듬기 어려운 외래어다.

다음에 나오는 실루엣. 프랑스어 ‘silhouette’에서 왔다. 단색으로 채워졌다는 뜻으로 우리말 ‘그림자’와 유사한 이미지다. 복식(패션) 분야에서는 옷의 전체 외형을 뜻한다. 디테일은 문맥 의미상 ‘장식’이라고 하면 어울린다.

이어 보이는 래글런(raglan) 디자인은 어깨와 소매가 구분이 없는 형태를 말하는 복식 용어다. 일본식으로 발음해 ‘나그랑’이라고도 쓴다. 트렌디는 ‘유행’이라고 하면 된다. 캐주얼은 격식을 차리지 않은 가벼운 옷차림이란 의미로 여기서는 ‘가벼운 옷차림’이라고 하면 무난하다. 아이템은 문맥상 ‘상품’ 혹은 ‘소품’이다.

잡지 ‘스웨트 셔츠’ 소개에는 외국어 남용이 더 심하다.
“스웨트 셔츠는 어떤 아이템과 매치해도 잘 어울려 스타일링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죠.

화이트 스웨트 셔츠와 쇼츠 셋업으로 캐주얼한 원마일웨어를 완성했네요.

셔츠와 레이어드해 슬랙스와 함께 스타일링하면 더욱 포멀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겠죠?”

무슨 말인지 쉽게 알기 어렵다. 우리말로도 쓸 수 있는 내용을 굳이 외국어로 쓴다. 패션 업계 나쁜 관행이다. ‘해석’해 봤다.

‘매치(match) 하다’와 스타일링은 비슷한 의미다. 의류와 소품이 잘 어울리게 조합한다는 말이다.

쇼츠 셋업에서 쇼츠는 속옷으로 입는 팬티 혹은 짧은 반바지이고, 셋업(set-up)은 사전적 의미는 ‘설치하다’라는 뜻이지만 복식 용어에서는 ‘하나의 세트(벌) 구성’으로 사용된다. 원 마일 웨어(one-mile wear)는 ‘집에서 1마일(1.6km) 권 내에서 입을만한 옷’이라는 뜻이다. 영어를 그대로 가져왔다. 쉽게 ‘동네 복장’이다.

다음에 나오는 레이어드도 복식 분야에서 많이 사용된다. ‘여러 겹을 겹쳐 입은 스타일(형태)’이란 의미다. 이어 슬랙스는 슬랙(slack)에서 유래했다. 1930년에 미국에서 입던 여유 있는 헐렁한 바지나 작업 바지를 나타낸다.

마지막에 보이는 포멀(formal). 사전을 찾아보면 ‘격식을 차린, 정중한, 공식적인, 의례를 갖춘’으로 나온다. 복식 분야에서는 캐주얼(가벼운 옷차림)보다 조금 더 깔끔하고 신사복 형태로 입는다는 의미로 확장해 쓴다.

감수 : 황인석 경기대 교수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