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엔 메몰 칩 공급 수요 초과 전망도 나와
최근 화물 운송 비용 '뚝'…항구 혼잡도 내년엔 풀릴 듯
최근 화물 운송 비용 '뚝'…항구 혼잡도 내년엔 풀릴 듯

미국의 연준(Fed)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공급망 병목 현상이 해소되면 완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여차하면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태세다. 빠르면 2022년 3분기부터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와 상반되는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원자재가 부족해 제품 생산을 줄인 기업들이 생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원자재의 두 배 또는 세 배의 물량을 주문했고, 결과적으로 머지않은 시기에 공급과잉 상황으로 반전되리라는 것이다. 공급망 혼란이 해소되면 과도하게 주문한 원부자재는 그대로 재고로 쌓이면서 기업 수지를 압박할 수 있다. 공급 부족으로 인한 실적 악화가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라는 반대 상황으로 바뀔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이다.
문제는 공급망 병목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6일(현지시간) 일부 지표들이 세계적인 공급망 압박이 완화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먼저 화물 운송비용은 지난 9월,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 한 달 동안 3분의 1 정도 감소했다. 선박중개업자인 알리브라해운에 따르면 대서양 및 태평양 항로의 6개월 계약 비용은 초대형 화물선 기준, 각각 하루 5만4000달러와 5만2500달러다. 12개월 계약의 경우 태평양 항로는 3만6000달러, 2년 계약의 경우 2만6000달러로 떨어졌다.
알리브라의 연구 책임자 레베카 갈라노풀로스는 "이는 시장이 내년에는 항구 혼잡 상황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로스엔젤레스와 롱비치 항구는 여전히 컨테이너 하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국 항구에서의 정체는 완화됐다. 미국 서부 항구의 정체는 2022년 5월까지 이어지리라는 예상이다. 전체적으로 내년 상반기 중 항만에서의 물류는 혼잡이 해소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제프리 애널리스트들도 계절적 수요가 줄어들고 재고가 보완되는 2022년 1분기부터 공급망 병목 현상이 해소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망에서 가장 큰 문제였던 반도체는 현재 가장 불투명한 상황이다. IHS마킷은 자동차 업계의 칩 부족으로 올해 전 세계 경차 생산량이 500만 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2022년 내내 침 공급 제약이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도요타 경영진의 일원인 구마쿠라 가즈나리는 최악의 칩 부족 상황은 끝났다고 말한다. 자산운용사인 캐피탈그룹은 올해 말까지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상황은 개선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닛케이아시아는 전 세계 9개 주요 반도체 칩 제조업체의 총 재고가 6월 말 기준, 647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장기적인 칩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반도체 업계가 빠르게 생산을 늘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반도체 공급업체들은 생산량을 늘려 3분기 매출이 145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고성능 컴퓨터와 자동차의 칩 수요가 예상을 웃돎에 따라 대만 TSMC는 지난 상반기에 생산 라인을 최적화, 이 기간 동안 자동차용 칩 생산량을 전년 동기보다 30% 늘렸다.
리서치 회사 옴디아는 "2022년 상반기에는 메모리칩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과 마이크론의 주가가 급락했다. 파운드리 업계의 경우 TSMC는 3년 동안 1000억 달러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인텔은 애리조나에 200억 달러를 들여 신규 공장을 2개 건설할 계획이다. 삼성의 신규 투자 규모도 TSMC 이상이다.
TSMC, 인텔, 삼성전자, 마이크론테크놀로지, SK하이닉스, 웨스턴디지털,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인피니언테크놀로지 및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총 재고는 원자재 비축을 대규모로 늘림에 따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재고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증가해 3월 말 기준 24%를 돌파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올해 초 중국의 기록적인 종이펄프 랠리로 세계적으로 가격이 폭등하면서 포장재 부족 현상이 빚어졌지만 5월 이후부터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해 상하이에서 거래되는 목재 펄프 선물가격이 30%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주요 주택 건설 자재인 목재 선물도 현재 봄철 최고치를 60% 밑돌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부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양 이상의 원부자재를 주문했다. 특히 자동차 업체들이 그랬다. 반도체 칩 공급 부족에 과도한 양의 주문까지 밀려들어 반도체 업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보였지만 공급망 병목이 해소되면 곧바로 공급과잉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급격한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때가 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화이자는 자사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입원과 중증으로의 발전을 88% 막아준다고 발표했다. 머크도 코로나19 알약 치료제 개발 막바지 단계다. 회사 측은 코로나 사태는 내년 초에 종식될 것으로 자신했다.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은 "기업들이 필요 이상의 부품과 자재를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을 설명할 것을 상장사들에게 잇따라 요청하고 있다. 공급 과잉 현상이 당장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내년 상반기 가능성은 있다. 코로나19가 길들여지면 공급망 병목은 단기간에 해소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의 공급 부족과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정 반대 상황으로 반전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