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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윤석열 당선인과 토사구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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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윤석열 당선인과 토사구팽

중국 춘추시대의 일이다. 월나라 왕 구천(句踐)이 오(吳)나라를 멸하고 춘추오패(春秋五覇)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장군 범려(蠡)가 있다. 그는 충신 이었으며 천문·역법·지리·군사·전략·재정 등 모든 방면에 두루 통달했던 박학지사(博學之士)이자 앞길을 보던 지략가 였다. 월나라가 패권을 잡은 이후, 왕 구천은 가장 큰 공을 세운 범려(蠡)와 문종(文種)을 각각 상장군과 승상으로 임명했다. 어느 날 밤하늘의 별을 벗 삼아 술을 마시던 범려는 고민에 빠졌다.

왕 구천의 성품을 보아 고난을 함께 할 수는 있지만 영화를 같이 누릴 수는 없는 인물이라 판단하여 월 나라를 등지고 가족들과 함께 야밤에 도망을 친다. 제(齊)나라에 몰래 숨어든 범려는 친구 문종을 염려하여 편지 한통을 보낸다. "새 사냥이 끝나면 좋은 활도 감추어지고, 교활한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라는 내용의 글을 보내 친구가 피신하도록 충고했다.

문종은 범려의 편지를 받고도 월나라를 떠날지 말지를 두고 고민한다. 그렇게 시간을 끌다가 다른 대신들로부터 이간질을 당하면서 ‘왕의 자리를 빼앗으려 한다.’는 의심을 받아 결국, 그는 자결하며 생을 마감한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토사구팽(兎死狗烹)으로 기록이 되어 있다.

지난해 7월 시작된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240일간의 대장정을 마감했다. 앞서 야당은 잃어버린 5년의 역사를 되찾으려는 의지로 검찰 출신의 ‘윤석열’ 후보를 등판 시켜 이번 선거에서 이겼다. 윤 당선자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표 차이는 24만7077표 였다. 윤 당선자가 받은 1639만4815표(48.56%)와 이 후보가 득표한 1614만7738표(47.83%)의 득표차이는 0.73%포인트이다.
역대 최저 득표 차이로 정치 운명은 극적으로 갈렸다. 선거 기간 중의 고생에도 숨 쉴 틈이 없이 뛰어온 덕분에 당선된 윤 당선자는 이제 정권을 인수하기 위한 인수 위원회와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지난 선거 기간 동안의 평가를 인사로 해결해야 한다. 공(功)이 있고 없음이나 크고 작음을 따져 거기에 알맞은 상을 주는 논공행상(論功行賞)이 남아있다.

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 동안 "법치를 바로 세우고, 공정과 정의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그려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통합정부는 대통령이 혼자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가 아닐 것"이라며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며 역사와 국민의 뜻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권교체 힘으로 정치교체, 시대교체가 될 수 있도록 두 당은 선거 후 즉시 '합당'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제는 정부 구성을 위한 인사로 부터 '공정'의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윤 당선인은 13일 기자회견을 통해서 "국민을 제대로 모시기 위해서는 각 분야 최고의 경륜과 실력 있는 사람으로 모셔야지 자리를 나눠먹기식으로 해선 국민통합은 안된다고 본다"며 “국민통합도 실력있는 사람을 뽑아 각 지역이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지 특정 지역이나 여성 등을 우선으로 해서는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분명히 누구는 '입각'하고 요직을 차지 할 것이다. 반면에 누구는 '배제'가 될 것이다. 국민의 부름을 받는 그가 내각을 구성하고 펼칠 '정책' 그리고 탈락한 사람은 분명히 자신이 '토사구팽' 당했다고 말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윤석열 당선자의 고민이 깊어지는 순간이며 지혜가 필요한 순간 일 것이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


이덕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u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