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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자 작창·총감독의 창극 '청, 꽃이 되다'…국가브랜드 가치 입증한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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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자 작창·총감독의 창극 '청, 꽃이 되다'…국가브랜드 가치 입증한 수작

조영자 총감독의 창극 '청, 꽃이 되다'.이미지 확대보기
조영자 총감독의 창극 '청, 꽃이 되다'.
7월 8일(금) 19:30, 9일(토) 16:00 두 차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전라북도립국악원(원장 박현규) 창극단(단장 조영자)의 제55회 정기공연 창극 <청, 꽃이 되다>가 공연되었다. 조영자 작창·총감독, 최교익 각색·연출의 <청, 꽃이 되다>는 동초제 심청가 창본 원작과 소리를 동인(動因)으로 한 작품으로써 원작의 묘미에 현대적 감각을 입혀 작창의 의도에 부합되는 놀라운 성과를 도출했다. 이 작품은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사실로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간절한 소망은 이루어진다’라는 믿음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청, 꽃이 되다>는 노련한 전주의 관객들에게 공연 전에는 기대감을 증폭시켰고, 공연 중에는 우아한 공감의 추임새를 무수히 불러왔으며, 공연 후에는 흡족한 만족감을 안긴 작품이었다. 작품의 일반적 서사, 등장인물의 성격, 심청이 보여주는 ‘효’와 연관된 주제에 대한 정보가 노출된 상황에서 참여예술가들의 ‘운신의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더욱이 이 작품은 2003년에 공연되어 유별난 관심과 사랑을 받은 작품이었다. 자신의 장르에서 해박하지 않고는 이번 공연에 여유를 부릴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창극 '청, 꽃이 되다'(도창 조영자).이미지 확대보기
창극 '청, 꽃이 되다'(도창 조영자).

창극 '청, 꽃이 되다'(도창 김세미).이미지 확대보기
창극 '청, 꽃이 되다'(도창 김세미).

창극 '청, 꽃이 되다'(도창 장문희).이미지 확대보기
창극 '청, 꽃이 되다'(도창 장문희).


<청, 꽃이 되다>는 심청전의 ‘효’(孝) 사상을 일깨운다. 판소리 소리꾼 동초 김연수는 이십 세기에 접어들어 서양문명의 새로운 도전을 받았다. 판소리는 극적 특성이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창극이라는 새로운 장(場)으로 확장되었고, 이 과정에서 동초는 자신만의 확실한 창본을 정리하면서 창극은 판소리여야 한다는 명확한 성음 치레와 빛나는 이면을 강조했다. 판소리는 한민족의 삶과 정서를 가락에 실어 민족의 혼으로 승화시킨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전통음악은 효의 윤리적 실종과 더불어 그 덕목과 가치를 생각해 내게 된다.

조영자 명창은 작창에서 정통 소리를 바탕으로 원본에 충실했고 배역의 성음에 주력했다. 김창환의 작·편곡이 작창과 조화를 이루면서 극성 가미의 소리는 삶을 성찰하게 만든다. 판소리 선율에 삽입된 곡들은 본질이 더욱 빛났다. 절제된 노래의 소리는 다음 판소리 대목을 기다리게 했고, 흥얼거리는 선율과 서곡의 주제 선율이 관현악 반주의 판소리 눈대목의 반주가 되어 배경의 선율이 되었다. 이혜경 안무가는 국악원의 ‘심청전’을 참조하여 작품에 부합되는 장면의 구성과 움직임으로 작품의 완성도에 이바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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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자 총감독의 창극 '청, 꽃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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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을 소재로 한 예술 장르는 무수히 많다. 예술적·흥행적인 면에서 성공한 작품과 실패한 작품이 공존했다. 이십 년 이내의 예술창작행위에서 2005년 8월 11일 개봉한 넬슨 신 감독의 남북한 합작 만화영화 <왕후심청>은 막대한 제작비와 기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참패했다. 무용의 한국무용 분야에서 2016년 6월 2일(목)부터 4일(토)까지 3일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국립무용단은 김매자 안무의 <심청>은 실패했고, 2021년 9월 11일(토) 차수정 안무의 <淸, The Blue 바다를 열다>는 재해석의 절정의 묘미를 보여주었다.

발레 분야에서 ‘심청’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는 2019년 10월 11일(금)부터 13일(일)까지 3일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의 문훈숙 총연출의 <심청>은 대단한 평가와 흥행적 성공을 이루었다. 2021년 6월 26일(토) 두 차례 인천시티발레단은 김긍수·전효정 공동안무의 뮤지컬 <발레 심청>을 선보여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2022년 5월 19일(목) 오후 7시에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이 온라인으로 상영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창극 <청, 꽃이 되다>는 예술계의 증폭된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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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자 총감독의 창극 '청, 꽃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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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자 총감독의 창극 '청, 꽃이 되다'.


<청, 꽃이 되다>는 기존의 심청 류(流)의 이야기와 차별화되는 부분이 많이 있다. 최교익 각색자의 극적 씬 설정으로 심 봉사(심학규)와 곽씨부인(사후 하늘나라의 광한전 옥진부인이 됨)의 이야기, 어머니를 만나는 심청 등 곽씨 부인의 존재에 대한 상상이 드러난다. <심청전>에서 ‘남경선인과 제물’에 대한 수사는 늘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결정적 자극제이다. ‘뺑덕’에 대한 코믹한 설정과 ‘황성 가는 길’에 도입된 춤과 연기적 움직임은 정해진 순서이지만, 새로운 사건에 대한 전초전 같은 신나는 난장을 제공한다.

동초 김연수 창본의 창극 <청, 꽃이 되다>는 도립국악원의 동초 소리꾼인 창극단장 조영자가 몸소 작창에 나서서 검투사적 기질을 발휘하여 관현악단(단장 권성택, 지휘), 무용단(단장 이혜경, 안무)에 이르는 국악원 세 단체의 유기적 협조로 경쟁적 제작 체계를 구축했다. 알려진 바대로 명창 조영자는 도창으로 출연하여 전주대사습놀이·제주한라예술제 민요경창 대통령상 수상의 실력을 과시했다. 조영자의 가을의 미토스는 너무나 인간적인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아이러니와 풍자 가득한 겨울 미토스에 쉽게 안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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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자 총감독의 창극 '청, 꽃이 되다'.


명창의 가세는 작품에 대한 믿음을 주었다. 작품을 든든하게 이끈 도창 김세미 명창(9일)은 대한민국 춘향국악대전에서 대통령상 수상의 재원으로서 전주세계소리축제 초청 ‘흥보가’, ‘심청가’, ‘춘향가’, ‘수궁가’ 완창 발표회 등 많은 완창을 한 뛰어난 소리꾼이다. 도창 장문희 명창(8일)은 탄탄한 소리 공력을 소지한 소리꾼으로서 전주대사습놀이 대통령상 수상 경력이 있으며, M. net The-master 음악의 공존 그랜드마스터 2관왕 당사자이다. 지난해에 전북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로 인정받은 예술가이다.

<청, 꽃이 되다>는 2막 11장(1막 5장, 2막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막> : 1장; 현몽, 그리고 장례 2장; 부녀유생(父女有生) 3장; 공양미 삼백석 4장; 남경선인과 제물 5장; 임당수 <제2막> : 1장; 독경 2장; 모녀상봉 3장; 황후의 환생 4장; 뺑덕 5장; 황성 가는 길 6장; 재회로 짜여 있다. <청, 꽃이 되다>는 동화적 공간의 무대, 분위기 조화의 조명과 영상, 동선에 어울리는 연기적 공간 창출, 낯선듯하지만 친근한 창작곡, 부드러운 드라마투르기, 현란한 의상 등으로써 대중적 창극을 표명하고, 작품의 스타일을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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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자 총감독의 창극 '청, 꽃이 되다'.


<청, 꽃이 되다>에서 최현주(심청, 박동진명창대회 대통령상, <춘향전> <배비장전> 등 창극의 주연), 김광오(심 봉사, 창극배우, 장흥가무악대회 고법 일반부 최우수상), 박영순(곽씨, <그리운 논개>의 주연, 미산제 ‘흥보가’, ‘수궁가’ 완창 발표회, 전주대사습놀이 대통령상 수상)이 주역으로 나서고, 실력을 숙성시키고 있는 내공의 창극단 단원들인 최삼순(장승상댁, 공주 박동진 판소리명창·명고대회 명창부 국무총리상), 차복순(뺑덕, 임방울국악제 대통령상), 박현영(황봉사, 완산국악대제전 판소리 일반부 장원)이 열창한다. 그 외 이효원(어린 심청, <수궁가> <놀부전>의 아역 출연, 전북도립국악원 청소년협연 공연에 판소리 협연, 전북대 재학 중)이 객원 출연하였다.

전북도립국악원은 창극단을 통해 창극의 뿌리인 판소리의 본질적 요소에 접근한 판소리 본고장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창극 연기의 기본은 소리의 내면이다. <청, 꽃이 되다>는 판소리 이면을 움직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관객과 만나는 창극으로 만들었다. <청, 꽃이 되다>는 ‘효’라는 정서로 동초제 ‘심청가’의 개성적인 면모와 변주를 통해 소리의 묘미와 극적 재미를 보여주었다. <청, 꽃이 되다>는 판소리를 대사로 바꾸고, 다른 배역의 판소리를 자신의 소리로 구성하는 등의 연출적 변주를 통해 관객과의 친밀감을 창출하면서 21세기 창극의 빼어난 묘미를 선보인 수작이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