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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가이아의 복수?…남겨진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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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가이아의 복수?…남겨진 시간이 많지 않다

이상민 산업2부장.
이상민 산업2부장.
한반도가 이상기후에 몸살을 앓고 있다. 그야말로 폭염(暴炎)과 폭우(暴雨)의 극한 대치 속에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인간들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40도에 육박하는 수은주도, 막대한 피해를 낸 102년 기상 관측 이래 최대라는 강수량도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가 지금 어떠한 상태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하나의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 같은 날씨의 변화가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앞으로는 더욱 자주, 더욱 극한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인간들의 무차별적인 개발과 소비가 불러온 환경 파괴가 지구가 감당해낼 수 있는 임계점(臨界點·critical point)을 넘어선 것이다.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지구촌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그 정도도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은 지난 3월 중순부터 50도에 달하는 살인적인 폭염에 신음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도 전방위적인 폭염과의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최근 파키스탄에는 기록적인 폭우로 1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1억 명 이상이 거주하는 28개 주에서 폭염주의보와 경보 등 날씨 관련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서유럽 전역에서는 극심한 더위와 함께 이어진 가뭄으로 대규모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높은 위도 때문에 항상 선선한 날씨를 보여온 영국의 수은주도 사상 처음 40도를 넘어섰다. 이와 함께 가뭄까지 발생해 더 큰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올여름 유럽을 덮친 폭염은 알프스산맥의 만년설까지 빠르게 녹이면서 오랜 시간 인류에게 사랑받아온 몽블랑과 마터호른, 융프라우 등 유명 동반 코스를 폐쇄시켰다.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코스 자체가 붕괴될 위험성이 높아진 데다 거대 빙하가 녹으면서 떨어지는 빙하 조각들이 등산객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알프스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물줄기가 바뀌어 이를 기준으로 국경을 정한 스위스와 이탈리아 간의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인간의 건강에 대한 위협을 넘어서 농업과 환경은 물론 정치와 경제, 산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막대한 피해를 낳고 있다. 기후변화의 산물인 폭염과 폭우, 가뭄은 지구 기후의 붕괴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다.

1970년대 초 ‘가이아 이론’을 통해 지구에 대한 무한한 낙관론을 펼쳤던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2000년대 들어서 그의 이론을 완전히 뒤집었다. 그는 “지구는 대기권과 대양, 토양 등을 구성하는 수많은 생물과 무생물로 구성된 초유기체”라며 “녹색식물과 박테리아 등이 존재하는 한 지구의 대기는 항상 지금의 농도로 조절되고 온도 또한 일정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이아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이다.

가이아 여신은 어떤 경우에도 인간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주의적 경향을 보였던 그는 하지만 2008년 출간한 '가이아의 복수'라는 책을 통해 인간이 저지른 환경오염 때문에 지구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들었다고 바뀐 주장을 내놨다. 그는 지금이라도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아닌 '지속가능한 퇴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경고하는 기후위기시계는 6년으로 다시 회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간들의 바깥 활동이 줄어들면서 7년 이상으로 늘어났던 이 시간은 인간의 엔데믹 선언과 함께 빠르게 줄어든 것이다. 이로 인한 급격한 기후변화는 폭염과 폭우의 잔혹성을 키웠고 인간이 지구 환경 파괴의 주범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다. 산업계가 발빠르게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재편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위기상황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는 현대산업사회를 불러왔지만 화석연료 사용으로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드러난 내연기관을 버리고 전기와 수소차로의 전면적인 전환을 시도하는 가장 극적인 변화를 꿰하고 있다.
개인도 1회 용품 줄이기 등 적극적인 지구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이런 가운데 서울 강남구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배달음식에 1회 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도입하는 시도를 시작해 눈길을 끈다. 인류에게 남겨진 시간은 많지 않다.


이상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arinebo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