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작 연대기(7)] 이지혜 안무의 발레 '케렌시아'
이미지 확대보기윤이월 초하루 3월 22일(수) 저녁 8시,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On발레앙상블’ 주최·주관, 발레블랑·(사)한국발레연구학회·광진문화재단·한국문화예술위원회·전문무용수지원센터 후원, 이지혜 안무의 발레 ‘케렌시아(Querencia)’가 공연되었다. 이지적 제목의 ‘케렌시아’는 스페인어로 잠시 숨을 고르는 장소를 뜻한다. 안무가 이지혜는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국화 옆에서’의 서정을 수용한다. 이지혜의 발레 철학은 ‘이원(梨園)을 떠난 이원’을 사유하면서 이완적 서정을 담보한 상급 발레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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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안무가 이지혜는 ‘케렌시아’에서 현대인의 삶을 투우장의 소의 모습에 비유한다. ‘케렌시아’는 붉은 깃발의 유혹에 이끌려 방향성을 상실한 현대인의 자화상이 무용수들의 처절한 움직임으로 채워진다. 안무가는 기독교적인 감수성으로 주변의 힘들고 약한 자들에게 자신의 둥지에서 지혜를 얻어 다시 날아오르는 독수리처럼 자신만의 케렌시아를 느끼며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각자의 삶인 캔버스를 새빨간 발자국 대신 잔잔한 물 위에 떠노는 포근한 깃털로 채우고 고요와 평안의 순간을 만나도록 희구한다.
이지혜는 시각적 상상과 공간감에 관한 주제의 한국창작발레를 통해 미학적 격상의 발레를 일관되게 추구해온 발레리나이자 안무가이다. 그녀의 안무는 섬세한 움직임으로써 주제에 신속하게 접근하는 목표 의식이 뚜렷한 안무력을 선보여 왔다. 점수를 창출하는 운동 경기적 순발력도 동시에 소지한다. 그녀는 잦은 견제와 시련에도 부지런히 꿀을 채집하는 벌이 되어 있었고, 그 열정은 지속되고 있다. 안무가는 출연 욕망을 자제하고 ‘케렌시아’의 만개를 위해 가슴 뜨거워지는 향수와 범상치 않은 상상으로 작품을 구성한다.
안무가는 네 커플의 발레 연기자들(발레리나: 이은미 김소혜 이정은 배민지, 발레리노: 김유식 류형수 최선용 이근희)을 무대 위에 올리고, 구성(프롤로그, 제1장: 새빨간 전쟁터, 제2장: 그곳을 향해, 제3장: 아득한 숨고르기, 제4장: 새로운 시선으로)적 사유를 지속한다. 그 속에는 경쟁에서 벗어나 달관한 듯한 작은 철학자의 여유가 번지기도 한다. 같은 듯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 ‘케렌시아’는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조명이나 영상 같은 기술적 도움을 받아 이지혜 안무의 ‘영혼의 나무’를 이루는 하나의 요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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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이지혜는 선화예고를 거쳐 이화여대 무용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한 발레리나이다. 제20회 크리틱초이스 댄스페스티벌 초청안무작 ‘Beyond the Edge’(2017)는 이지혜 발레의 지속적 창작 가능성을 선보였다. 이후 발표작들은 여러 갈래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 사라져 가는 청춘에 대한 아쉬움, 아름다운 시절의 추억을 담은 실감 나는 묘사와 청춘의 고민을 담은 작품들이 다수였다. 안무가 이지혜는 ‘케렌시아’에서 자신의 움직임 경험을 바탕으로 출연자들의 개성을 살리고 감정을 들추어내며 생동감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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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케렌시아’는 일상에 지쳐 혼자 남겨진 듯한 상태에서 케렌시아의 고요함을 만나 무지를 자각하고 다시 활기찬 일상을 시작하겠다는 맹약이다. 안무가는 케렌시아를 찾아 위로받고 다시 일어설 용기와 새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구성했다. 케렌시아를 찾아 쉼표를 찍으며 속도를 조절해 나가는 것이 성장과 성숙의 순간이 된다. 안무는 움직임의 윤기를 위해 디딤과 스침, 신체 반응에 따른 표정 연기, 연기의 타이밍 등 호흡을 같이해 왔던 이은미 같은 동지와의 발레적 약속을 구체화했다.
안무가 이지혜는 안개 속을 걷는 듯한 막막함에서 숨 고르기를 하는 이 시점에 이르기까지 작품을 대하는 주제와 시야가 넓어졌고 안무를 구사하는 범주도 넓어졌다. 춤의 수사와 상징, 영상과 조명을 이용한 감(感)의 증폭, 경계를 넘나드는 장르의 이용으로 춤의 질감도 두드러지게 좋아졌다. 일관된 주제 의식으로 창작발레의 수준을 격상시킨 안무력은 더욱 진화하여 가치적 발레의 ‘케렌시아’를 연출했다. 절정의 기량에 오른 안무가의 차기작이 익숙한 기교로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할 것을 확신한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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