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영화음악 산책(4)] 사운드의 보편적 매력

글로벌이코노믹

[영화음악 산책(4)] 사운드의 보편적 매력

롤랑 조페 감독의 '미션'.이미지 확대보기
롤랑 조페 감독의 '미션'.
영화 작가들은 자신의 예술적 체험에서 얻은 모티브를 즐겨 영화에 사용한다. 이것은 영화의 종합적인 측면에 집착하고 변형된 합성 이미지에서 유발된 ‘탈 현실화’의 표현이며,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적 가치관과 연관된다.

과거의 예술적 체험은 대부분 음악, 연극, 오페라, 발레 등과 같이 시각적인 것과 청각적인 것이 종합된 양식이었다. 과거의 작곡가들 역시 발레음악, 표제음악, 오페라, 가곡, 교향시 등을 통해 시각적, 문학적인 것과의 결합 등 공감각적인 것을 추구했다.

가령 음악이 함께 연주되지 않는 무성영화를 보거나 사운드가 중단된 영화관의 스크린을 응시하던 관객들은 그 순간 영상이 죽어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상황을 강하게 주장한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Siegfried Kracauer)의 설명은 이를 잘 뒷받침한다.

그는 ‘순간’에 집중하여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하나의 완성된 그림으로서의 사진과는 달리 움직임으로써 이미지를 만들고, 현실 체험을 재생하는 영화는 인간과 동일하게 움직이고 소리를 내며 인물과 생활 소음으로 구성된 현실 세계를 요구한다.
고전 헐리우드 영화는 형식이나 내러티브의 통일성을 중요시한다. 영화음악도 통일성을 강조하고 캐릭터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때론 상반된 대조감을 표현하면서 극적인 긴장감을 제시해야 한다.

오프닝과 엔딩 음악도 통일성을 주는 기능이 있다. 오프닝 음악은 영화의 장르와 분위기, 세팅 등을 미리 알려주고, 이때 제시된 음악은 영화 전체를 통해 반복되고 내러티브가 종결되는 지점에서 스타일을 고수하며 여운의 잔상을 남긴다.

도입부와 결론부 음악은 일관성 있게 영화를 하나의 틀 안에 넣어주는 기능을 한다. 사운드에서 중요한 것이 내레이션인데 화면과 일치하지도 않고 해설자가 스크린에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런 타입을 기록영화, 뉴스, 광고 등에서 ‘보이스 오버’라 부른다.

내레이션 사용의 영화는 ‘과거 회상’으로 관객을 출연자의 시점으로 옮겨감으로써 과거의 사건을 생생히 전달한다. 주인공의 독백과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영화가 대부분이고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간 경우는 「올드보이」, 「쇼생크 탈출」, 「아메리칸 뷰티」 등이다.

내레이터는 크게 두 부류가 있다. 1) 영화 속 등장인물로서 관객이 보게 될 것을 이미 경험한 사람 2) 출연자는 아니지만, 영화의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다. 해설자는 과거 속 이야기를 지금 현장으로 끌고 와서 관객을 실감 나게 한다.
등장인물의 심리를 다룬 영상은 개별 영상에 잡힌 얼굴로써 주관적 시점을 표현하고, 사운드트랙은 마음을 암시하며 이를 뒷받침한다.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의 화장실 신에서 심장 박동 소리를 확대해서 들려줌으로써 연기자의 불안한 심정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1929년 7월 18일 부산에서 마키노프로덕션이 제작한 제1회 발성영화 「돌아오는 다리」가 행관(1915년~1930년)에서 상영되면서 발성영화 상영관 시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발성영화라는 용어가 말하듯 유성영화 초기에는 사람의 목소리를 재생하는데 주력했다.

당시 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사운드는 화면 안에 음원이 있는 것이고, 자연적이고 사실적인 성격을 선호했으며, 음원이 화면에 부각되지 않는 소리를 사용하게 되어 사운드의 차원은 스크린 밖으로 확대되었다.

내용과 분위기에 맞추어 삽입된 음악인 사운드가 표현적이며 상징적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이미지를 보완하고 이야기에 근접하게 된다. 즉, 문 닫는 소리(사운드)는 문 닫는 동작(이미지)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사운드는 지속적 진보를 거듭하고 있다.


정순영(음악평론가, 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