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속 푸치와 400억 달러 규모 합병 논의로 판도 변화 정조준
니치 향수와 하이엔드 패션 결합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생존 전략 수정
가문 경영 거함 결합 시 공급망 통합 통해 로레알 대항마 부상 기대감
니치 향수와 하이엔드 패션 결합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생존 전략 수정
가문 경영 거함 결합 시 공급망 통합 통해 로레알 대항마 부상 기대감
이미지 확대보기영국 BBC 방송의 지난 24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양사는 시가총액 약 400억 달러(약 59조 90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거대 기업 탄생을 목표로 합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위기의 에스티로더, '향수·패션' 카드로 정면돌파
이번 합병 논의는 에스티로더가 직면한 실적 둔화와 주가 하락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전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에스티로더는 지난 월요일 뉴욕 증시에서 주가가 약 8% 하락하며 시장의 우려를 반영했다.
업계에서는 에스티로더가 크리니크, 바비 브라운 등 기존 주력 브랜드의 성장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푸치의 강력한 향수 포트폴리오를 수혈하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뷰티 시장은 거대 자본을 중심으로 재편이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구찌(Gucci)의 소유주인 케링(Kering) 그룹이 뷰티 사업부를 로레알에 40억 유로(약 6조 9000억 원)에 매각하며 1위 수성에 힘을 보탠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헤일리 비버의 스킨케어 브랜드 '로드(Rhode)'가 엘프 뷰티(e.l.f. Beauty)에 최대 10억 달러(약 1조 4900억 원)에 인수되는 등 이른바 '인디 브랜드'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패션과 뷰티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흐름 속에 프라다(Prada)가 베르사체(Versace)를 13억 6000만 달러(약 2조 370억 원)에 인수한 사례 역시 시장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내 뷰티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큰손들이 향수와 하이엔드 기초 화장품에 집중하는 이유는 경기 불황에도 끄떡없는 락인(Lock-in) 효과 때문"이라며 "에스티로더가 푸치를 품는다면 단순한 외형 확장을 넘어 로레알이 장악한 유럽계 럭셔리 시장에 균열을 낼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니치 향수 시장의 강자 푸치, 에스티로더의 '구원투수' 될까
지난해 매출액 50억 유로(약 8조 6800억 원)를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니치 향수 시장의 급팽창 속에서 푸치의 브랜드 파워는 에스티로더에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에스티로더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최종 합의 전까지 거래 조건에 대해 확언할 수 없다"라고 밝혔으나,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에스티로더가 최근 단행한 인력 감축과 사업 구조조정의 종착역은 결국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한 체질 개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문 경영'의 충돌과 통합, 넘어야 할 산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두 기업 모두 창업주 가문의 지배력이 절대적이라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1914년 설립된 푸치는 현재도 푸치 가문이 경영권을 쥐고 있으며, 에스티로더 역시 창업주 일가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서로 다른 기업 문화와 가문 간의 경영권 배분 문제가 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합병 이후 브랜드 운영의 독립성을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한 논의가 길어질 경우, 통합 시너지가 반감될 위험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번 합병 논의는 뷰티 산업의 패러다임이 '기능성'에서 '취향과 경험'으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시사한다. 에스티로더가 스페인발 향수 바람을 타고 다시금 '왕의 귀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전 세계 금융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