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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중국 시안 낸드 공장에 4654억 베팅…'1조 달러 시대' 주도권 싸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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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중국 시안 낸드 공장에 4654억 베팅…'1조 달러 시대' 주도권 싸움 시작됐다

투자액 67.5% 급증·8세대 236단 전환 가속…SK하이닉스도 1조 원 공세
글로벌 메모리 업계가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이라는 전례 없는 호황에 올라탄 지금, 삼성전자가 미·중 갈등의 진앙부에 위치한 중국 시안 공장에 막대한 자금을 다시 쏟아붓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메모리 업계가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이라는 전례 없는 호황에 올라탄 지금, 삼성전자가 미·중 갈등의 진앙부에 위치한 중국 시안 공장에 막대한 자금을 다시 쏟아붓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AI가 반도체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업계가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이라는 전례 없는 호황에 올라탄 지금, 삼성전자가 미·중 갈등의 진앙부에 위치한 중국 시안 공장에 막대한 자금을 다시 쏟아붓고 있다. 단순한 생산 확대가 아니다. 2026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사상 최초로 1조 달러(1503조 원)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이 투자는 차세대 낸드플래시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선제적 포지셔닝으로 해석된다.

4654억 원 투입…전년 대비 67.5% 급증


삼성전자는 2025년 한 해 동안 중국 산시성 시안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에 총 4654억 원을 집행했다. 2024년 투자액인 2778억 원과 견주면 67.5%나 늘어난 규모다. 반도체 전문 매체 새미구루(SammyGuru)와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를 교차 분석한 결과, 이번 투자는 AI 서버 및 데이터센터 확충에 따른 고성능 낸드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확인됐다.

'심장'이 다시 뛴다…2020~2023년 냉각기 끝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가 해외에 운영하는 유일한 낸드플래시 생산거점이다. 삼성전자 전체 낸드 출력의 약 40%를 이곳에서 책임진다. 삼성전자는 2019년 이 공장에 약 6984억 원을 투입하며 대규모 확장에 나섰지만, ·중 무역 분쟁과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라는 지정학적 압력이 거세지면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눈에 띄는 신규 투자를 중단했다.

4년간의 숨 고르기는 2024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끝났다. AI 서버 수요가 낸드 공급 능력을 앞지르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는 다시 투자 가속 페달을 밟았다. 업계에서는 올해 생산 예정인 D램과 낸드플래시 물량이 이미 '완판'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UBS증권은 2026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40% 이상 성장해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양이 아닌 질'128단에서 236단으로 기술 도약


이번 투자의 방점은 단순한 생산 물량 확대가 아닌 기술 세대 전환에 찍혀 있다. 삼성전자는 시안 공장의 주력 공정을 128(6세대)에서 236(8세대) 낸드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빠르게 진행 중이다. 고성능 AI 연산에 필수적인 고용량·고효율 스토리지 수요에 정밀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2세대 격차 원칙'도 철저히 지켜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해외 생산거점은 국내 공장과 통상 두 세대 정도의 공정 차이를 유지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라며 "이 원칙이 핵심기술의 대외 유출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400단급(10세대) 낸드 양산을 본격화함에 따라, 시안 공장의 8세대 전환 작업도 한층 탄력을 받은 상황이다.

SK하이닉스도 1조 원 이상 공세…중국발 증설 경쟁 재점화

삼성전자의 움직임은 업계 전반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중국 우시 D램 공장과 다롄 낸드플래시 생산 자회사에 1조 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라는 제약이 여전히 유효하지만, AI발 메모리 수요 폭증이라는 현실 앞에서 노후 공정을 최신 기술로 갱신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행보를 두고, AI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이 결국 '얼마나 빨리,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중 사이의 규제 리스크가 상존하지만, AI발 메모리 부족 사태에 대응하는 데 중국 공장의 효율화가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1조 달러 시대, 한국 반도체의 선택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 확대는 단순한 수익 극대화 계산을 넘어선다. 반도체 강국 코리아가 AI 혁명의 수혜를 온전히 가져가려면 지금 이 순간의 투자 결단이 향후 5년을 결정짓는다는 냉혹한 산업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중국이라는 거대 생산거점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이 '이중 전략'이 과연 1조 달러 시장의 승자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지, 이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시선이 시안을 향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