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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백조의 호수'로 돌아온 유니버설발레단, 정통 클래식 발레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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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백조의 호수'로 돌아온 유니버설발레단, 정통 클래식 발레의 향연

2021백조의호수(인천)1막1장_파드트루아 여자솔로와 광대-ⓒ Universal Ballet_ Photo by Kyoungjin Kim이미지 확대보기
2021백조의호수(인천)1막1장_파드트루아 여자솔로와 광대-ⓒ Universal Ballet_ Photo by Kyoungjin Kim
제13회 대한민국발레축제 공식 초청작으로 2023년 6월 9일(금)부터 11일(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 예술감독 유병헌)의 「백조의 호수」(공연시간 2시간 30분, 협연 코리아쿱오케스트라, 지휘 김광현)가 공연된다. 차이콥스키의 음악, 프티파·이바노프의 안무의 ‘고전발레 3대 명작’인 정통 클래식은 여전히 인기 최상위이다. 유니버설발레단 직조의 「백조의 호수」는 유니버설아트센터 초연(1992년) 이래, 북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해외 13개국 투어로 독창적인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아왔다.

뉴욕 링컨센터에서의 공연(1998년)은 뉴욕타임스의 극찬을 받아 유니버설발레단이 세계적인 반열에 올랐으며, 2012년에는 한국 발레단 최초로 아프리카에 진입,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4회 공연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한국·남아공 수교 20주년 축하공연으로써 성공적인 문화외교 사례를 남긴 바 있다. 2019년 6월, 발레의 성지 프랑스의 공연기획사 발프로드의 초청으로 팔레 데 콩그레 데 파리에서 올린 공연은 3천석 4회 공연 매진과 함께 유니버설발레단의 월드클래스 수준을 전 세계에 과시하였다.
2017백조의호수(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Universal Ballet Photo by Kyoungjin Kim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미지 확대보기
2017백조의호수(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Universal Ballet Photo by Kyoungjin Kim 대전문화예술의전당
2021백조의호수(인천)1막1장_파드트루아-ⓒ Universal Ballet_ Photo by Kyoungjin Kim이미지 확대보기
2021백조의호수(인천)1막1장_파드트루아-ⓒ Universal Ballet_ Photo by Kyoungjin Kim


「백조의 호수」는 왕자 지크프리트가 악마 로트바르트의 마법에 걸린 공주 오데트를 만나며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이다. 신비로운 호숫가 장면의 백조 군무, 왕궁의 화려한 무대세트와 의상, 어릿광대의 고난도 기교, 발레리나의 1인 2역과 32회전 푸에테, 초연 후 150년 가까이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클래식 작품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가 원작과 다른 점은 프티파, 이바노프의 원작 4막을 2막 4장으로 축소하고 무대전환 기술을 현대 감각에 맞게 개선하여 극 전개에 긴장감과 속도감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밤의 호숫가 장면에서 흑백이 대비되는 스물네 마리의 백조와 흑조의 군무는 완벽한 대형으로 빈틈없는 조화를 보이면서 기존의 발레 블랑을 재해석함으로써 유니버설발레단만의 낙관적 군무로 자리 잡는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변화하는 대중의 예술적 성향을 고려하여 지속적으로 연출과 안무에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관객과 소통해나가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며 끊임없는 수정 보완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유니버설발레단의 공연은 해가 거듭될수록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백조의 호수」는 주역과 군무 이외에도 솔리스트들이 각자의 개성과 기량을 선보이는 풍성한 춤이 가득해 작품의 매력을 한껏 높인다. 1막 1장에서는 귀족들이 추는 ‘왈츠’ 그리고 왕자 친구와 두 여인이 추는 3인무(파드트루아, Pas de Trois)를 꼽는다. 경쾌한 스텝과 팔의 움직임이 돋보이는 왈츠는 밝고 흥겨움이 넘치는 음악과 함께 왕자의 성인식 축하연이 펼쳐지는 궁궐의 분위기를 한층 무르익게 한다. 무르익은 분위기 속에서 등장하는 3인무 또한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 관심의 대상이 된다.
2021백조의호수(인천)1막2장_네마리백조 -ⓒ Universal Ballet_ Photo by Kyoungjin Kim이미지 확대보기
2021백조의호수(인천)1막2장_네마리백조 -ⓒ Universal Ballet_ Photo by Kyoungjin Kim

2021백조의호수(인천)1막2장_세마리백조 -ⓒ Universal Ballet_ Photo by Kyoungjin Kim이미지 확대보기
2021백조의호수(인천)1막2장_세마리백조 -ⓒ Universal Ballet_ Photo by Kyoungjin Kim


한 남자와 두 여인의 파트너쉽은 부드러운 선율에 더해져 하나의 리듬을 선사하고, 파드되와는 다른 3인무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 된다. 이후 두 여인의 솔로는 ‘백조의 호수 중 파드트루아 1·2’라 불리며 많이 추어지는 여자 발레 솔로 작품이다. 같은 옷의 서로 다른 매력으로 발랄한 여인들의 춤은 샹들리에 불빛 아래 더욱 빛이 난다. 팔의 안쪽과 바깥쪽을 넘나드는 시선과 크게 사용하는 폴드브라, 귀여운 폴카와 통통 튀는 발 빠른 스텝, 턴과 함께 마무리되는 치마의 움직임은 경쾌하면서도 우아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궁전 분위기를 이끌며 익살스러운 표정 연기와 수준 높은 기교를 뽐내는 어릿광대의 매력이 있다. 거리낌 없이 이곳저곳을 누비며 깔끔한 턴과 점프 기교는 귀여운 개구쟁이를 연기해내며, 누구와도 조화를 이루는 만능 캐릭터이다. 오색 춤의 향연, 연회 진행자의 손짓 아래 차례로 궁궐을 가득 채우는 음악과 춤은 쉴 틈 없는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며 더욱 고조되는 무도회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스페인, 나폴리, 헝가리, 폴란드 각 나라의 특징을 표현한 전통의상의 디테일과 머리 장식도 화려한 춤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이다.
2021백조의호수(인천)2막1장_왕궁무도회-ⓒ Universal Ballet_ Photo by Kyoungjin Kim이미지 확대보기
2021백조의호수(인천)2막1장_왕궁무도회-ⓒ Universal Ballet_ Photo by Kyoungjin Kim

2021백조의호수(인천)2막2장 백조와 흑조-ⓒ Universal Ballet_ Photo by Kyoungjin Kim이미지 확대보기
2021백조의호수(인천)2막2장 백조와 흑조-ⓒ Universal Ballet_ Photo by Kyoungjin Kim


백조와 흑조, 발레리나의 1인 2역에 흠뻑 빠지게 되는 두 번의 파드되는 인기다. 백조 파드되는 몽환적인 호숫가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서정적인 파드되이다. 백조의 날갯짓을 표현하는 폴드브라와 손목의 움직임은 특유의 아름다움으로 파드되를 통해 우아하고 가녀린 오데트를 만나게 된다. 황홀한 멜로디에 왕자의 손길로 천천히 일어서는 슬픈 오데트, 서로를 바라보는 눈 맞춤에서 애틋함이 인다. 포물선을 그리며 무대에 닿을 듯한 백 캄브레와 아라베스크, 팡쉐의 조화는 슬프지만 설레는 사랑의 감정을 보여준다.

흑조 파드되는 화려한 기교로 지크프리트의 마음마저 훔친다. 순수하고 가냘픈 오데트와 자신감 충만한 오딜을 만나게 된다. 검정 의상과 머리 장식은 매혹적인 오딜의 모습을 부각하며, 지크프리트를 유혹하고 조롱하는 흑조 오딜의 몸짓과 눈빛 연기가 무대를 압도하며 극적 장면들을 연출한다. 32회전 푸에테를 비롯한 고난도 턴 동작, 경쾌한 음악에 맞게 깔끔한 아라베스크와 에티튜드 라인, 사랑에 빠진 지크프리트와 오딜의 유혹을 표현하는 두 무용수의 흡입력 있는 감정연기 등이 기대감을 준다.
2021백조의호수(인천)홍향기,콘스탄틴 노보셀로프 -ⓒ Universal Ballet_ Photo by Kyoungjin Kim이미지 확대보기
2021백조의호수(인천)홍향기,콘스탄틴 노보셀로프 -ⓒ Universal Ballet_ Photo by Kyoungjin Kim

2021백조의호수(인천)홍향기,콘스탄틴 노보셀로프-ⓒ Universal Ballet_ Photo by Kyoungjin Kim이미지 확대보기
2021백조의호수(인천)홍향기,콘스탄틴 노보셀로프-ⓒ Universal Ballet_ Photo by Kyoungjin Kim


백조의 호수 속 주인공인 군무진의 완벽한 호흡으로 무대가 채워지고 빛을 발한다. 네 마리 작은 백조는 고요한 호숫가를 가득 채우는 환상적인 군무로 다가온다. 파드샤와 에이샤페 등 빠르게 반복되는 발동작은 어린 백조들이 바삐 헤엄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시선과 발끝, 몸 방향과 동작까지 맞추면서, 섬세한 표현과 정교한 움직임의 무용수의 팀워크가 돋보인다. 전반적으로 폴드브라를 크게 사용하고 시손느, 그랑쥬떼 앙 뜨루낭 등 다양한 점프 동작들로 자유로운 느낌의 네 마리 작은 백조를 만날 수 있다.

흑조가 더해진 군무는 차이콥스키의 음악에 맞춰 발레단의 군무가 선보이는 밤의 호숫가 장면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은 흑조 군무를 더한 색다른 연출로 작품의 독창성과 예술성을 불러일으키며 ‘관객들의 넋을 홀린 마술’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백조와 흑조가 확연히 대조를 이루는 구도와 동작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클래식 발레의 형식미로 감동을 주며, 지크프리트와 로트바르트의 사투에 이르기까지 긴장감을 더해 관객들을 압도한다. 「백조의 호수」로 여는 발레 축제가 아름다운 계절을 더욱 빛나게 하는 잔치가 되길 기원한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