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트래블러(traveler)나 투어리스트(tourist)가 된다. 트래블러는 여행자, 여행객, 나그네, 여행가인데 대체로 ‘여행자’가 많이 쓰인다. 투어리스트는 ‘관광객’이다. 투어리스트는 특별한 전제가 없는 경우 포린 투어리스트(foreign tourist), 즉 외국인 관광객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으나 실제 관광객을 외국인으로 한정하지는 않는다.
여행이란 게 사전에 교통편이나 숙박 등을 예약하지 않고 무작정 떠나는 게 때로는 최고의 여행일 수 있겠지만 자전거나 캠핑이 아니면 쉽지 않다. 그것도 여행·관광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여행자와 관광객이 같다고 봐도 무리가 없겠지만 여행이라는 말 자체가 해방·자유를 바탕에 깔고 있어서 관광객보다는 여행자라는 말에 더 호감이 갈 수 있다. 언론이 여행이나 관광의 잘못된 행태를 보도할 때 ‘관광객’이라는 단어를 주로 쓰는 것도 어감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자신이 여행 갈 때는 ‘여행자’, 다른 사람은 ‘관광객’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관광객은 외국인 관광객, 국내외 관광객 등 통계·정책·산업 측면에서 주로 사용된다. 여행객은 관광객과 마찬가지로 객(客)·손님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말이다.
관광객을 관광하러 온 ‘손님’이 아니라 관광을 행하는 능동적 ‘주체’로 봐야 한다는 점에서 관광객 대신 ‘관광자’를 쓰는 경우도 있다. 여행자와 여행객을 구분하듯이 관광객과 관광자를 구분해서 쓰자는 것이다.
황인석 경기대 미디어문화관광 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