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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에 익숙한 1인의 몸짓…이지은, 옛 밥상머리의 따스함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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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에 익숙한 1인의 몸짓…이지은, 옛 밥상머리의 따스함 소환

[나의 신작연대기(20)] 이지은 안무의 현대무용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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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안무의 현대무용 '1인'
니체를 흠모한 여인/ 포스트모더니즘을 걸쳐 감히 접할 수 없었던/ 울타리 너머의 예술가를 꿈꾼다/ 순수예술의 심지를 쓰다듬으며/ 즉흥을 선택하자/ 몰입과 인지가 공존하고/ 너와 나는 작은 우주를 이룬다/ 수학이 철학의 바람으로 스치는 춤 터에/ 일상에서 추출한 몸 시와 움직임은 영롱하다/ 평등의 유전자는 애초에 없었다/ 견고한 카스트 제도가 버티는 세상에/ 표현과 해체가 감정을 싣는다/ 이즈음의 이즘(-ism)은 과거의 유산/ 자연과 감성을 뛰어넘는 문명은 없었다고 믿으며/ 디지털 동산에서 가끔 이탈한다

9월 8일(금) 저녁 8시 금천뮤지컬센터에서 EWHA 4D PROJECT의 한 축인 이지은(한예종무용원·호서대 강사, 경기대 한류문화대학원 초빙교수) 안무의 '1인'이 공연됐다. 혼밥에 얽힌 현대무용은 개다리소반(좌상)과 밥그릇 소품으로 1인 가구 시대의 1인을 집중 표현했다. 전체 구성은 사각형이 기본이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도형이 네모로 살고 있는 아파트, 이동하는 차, 다리가 있는 책상, 책과 서류가 사각형이다. 원형은 ‘두루두루’와 ‘다 함께’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개다리소반과 밥그릇 소품 1인 가구의 삶 본격적 묘사


조명은 원형과 사각형 조명이 주로 쓰인다. 원형은 선명한 바닥 선을 흩트려 무던한 공간을 만든다. 사각형 조명은 선명한 사각형 조명을 원했으나 무대 구조상 무용수들의 움직임만이 잘 보였다. '1인'에서의 움직임은 일상적 움직임과 제스처(장기 두는 행위, 게임 등)를 동작화하고, 소품을 활용해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었다. 의상은 무난한 블랙으로 통일하고, 무용수들 각자 체형과 개성을 고려한 디자인이 선택됐다. 프롤로그에서 남자는 요리사의 상징인 조리 모자, 여자는 사각형 앞치마를 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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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안무의 현대무용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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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안무의 현대무용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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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안무의 현대무용 '1인'


이지은의 작창(作創)은 1인 가구의 삶의 방식을 본격적으로 묘사한다. ‘혼밥’으로 대표되는 1인 시대에 정이 묻어나던 시절을 소환한다. 가족들이 둘러앉아 같이 식사하던 때의 따스함, 정겨운 이야기, 이유 없는 존중이 대물림되던 아름다운 시절이 표현된다. 프롤로그(밥그릇 쟁탈전), 1장: 내 밥그릇, 2장: 두 사람의 식사(밥상 차리는 여자, 밥상 받는 남자), 3장: 내일을 위한 밥상, 4장: 다양한 1인 식사의 양상, 에필로그(밥상 기도)에 이르는 6개의 장면은 한국 창작무용과 현대무용의 접점에서 장점을 취사선택한 결과물이었다.

프롤로그(밥그릇 쟁탈전): 긴 타원형 조명이 사선에서 비춘다. 여자는 빛을 등지고 남자는 빛을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신의 한 수’, Well-Living을 위한 몸부림이 장기 두기로 이미지화된다. 남녀 쌍은 하수 앞쪽에서 밥상을 장기판으로 밥그릇을 장기알로 삼아 장기를 둔다. 여자가 밥상을 차지한다. 두 사람은 다른 높이(여자는 걷기, 남자는 기기)로 무대 바깥 끝의 사각형을 걷거나 긴다. 군무는 무대 뒤 벽에서 앞쪽으로 눕고 서고 자신의 자세를 반복하며 직선으로 등장한다. 음악 없이 공연이 시작되지만, 밥상을 손으로 두드리거나 밥그릇 놓는 소리가 점차 증가한다. 로리 앤더슨의 ‘Born’, ‘Never Asked’(초반부 보이스 제외)가 흐르면 벽면의 군무들이 움직인다. 그들은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이며 빠르고 바쁘게 서고 엎드린 동작으로 하루를 표현한다. 시간성은 ‘느림’을 선택한다.

온 가족이 모여 밥먹던 시절 정겨운 이야기 표현


1장: 내 밥그릇: 밥그릇 움직임 소리가 공간을 메운다. 움직임에 따라 직사각형의 조명이 이동하고 빛이 변한다. 조명은 극장의 크기, 무용수의 수, 조명기 상황에 따른다. 더 잘살기 위한 같은 목표의 현대인의 삶이 공장의 동일 제품 생산을 닮았다. 밥상 소품의 무용수와 밥그릇 소품의 무용수들은 스스로 소리와 움직임을 만든다. 밥그릇 사용의 무용수들은 일직선에서 동일 동작을 반복한다. 여러 소리를 창출하는 밥상 악기의 무용수와 주된 움직임의 무용수 사이가 주종의 관계(소리에 맞춰 움직이기), 협력의 관계(소리와 움직임의 어울림), 대등한 관계(서로의 소리 레벨 맞추기) 등의 장면이 구성된다. 손 모양과 치는 부분에 따라 다른 소리가 만들어진다. 두 개의 밥그릇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바닥을 치거나 서로 부딪치거나 던져서 받기, 몸에 올려 움직인다. 젓가락 행진곡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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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안무의 현대무용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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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안무의 현대무용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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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두 사람의 식사(밥상 차리는 여자, 밥상 받는 남자): 결이 다른 두 커플의 동작이 여러 사각형 조명 아래에서 만드는 그림은 공간의 변색으로 표현된다. 편곡된 ‘코끼리 살결 아래’가 사용되며, 어머니의 밥상 타이밍이 여성 관점으로 변한다. 끼니 자유와 ‘더불어 식사’가 강조되고, 밥이 주식이 아니며, 밥 짓기보다 배달에 익숙한 현대인이 부각된다. 게임과 유희적 요소가 가미되고, 같은 주제에 다른 해석이 한 공간에 담긴다. 커플은 무대를 절반씩 사용해 식사와 관련된 소소한 일상을 보여준다. 남자의 움직임은 누워서 서는 동작까지 단계적 움직임을 축적한다. 움직임 사이에 여자와 함께 밥상 사이의 일화를 보여준다. 남자들은 솔직한 표현과 감정, 세련된 움직임의 질감을 보인다. 같은 주제를 둔 두 커플의 2인무는 다른 몸매, 다른 접근과 해석으로 색다른 듀엣을 연출했다.

3장: 내일을 위한 밥상: 노이즈 효과음이 잠시 시간의 멈춤을 의미한다. 벽에 고보를 활용한 조명은 새 공간을 연출한다. 내일을 기약하는 원동력은 ‘밥심’이다. 프롤로그의 장기 여자는 상수 뒤에서 등장하고 무대 뒤 벽면을, 밥상을 놓을 수 있는 바닥이나 누워 쉴 수 있는 침대로 사용하며 공간을 이동한다. 하수에서 남자가 등장하고 두 사람은 무대 바깥쪽 끝의 사각형을 걷거나 긴다. 벽을 다른 공간으로 해석하여 밥상을 베개로 사용해 눕는 동작을 하거나 올라가야 하는 목표나 넘어야 할 산 등으로 보고 움직인다.

내일도 열심히 살 나를 위해 바쁜 일상에 온기심기 '혼신'


4장: 다양한 1인 식사의 양상: 기존 음악의 bpm을 다소 증가시켜 속도감을 준다. 큰 음악 소리에 맞게 무대는 밝은 편이며, 이동 조명이 변화를 준다. 사람들은 맛집을 찾아다니지만, 입맛에 맞는 음식은 직접 요리해서 먹는다. SNS는 다양한 요리법을 제공하며, 나를 위해 만드는 요리가 즐거움이자 힐링 과정이 된다. 자신만의 요리법을 만들고 이를 공유하는 일 또한 현대인에게 익숙하다. 자신만의 식사를 만드는 장(場)이다. ‘요리’ 관련 움직임으로 ‘에취’, ‘캬~’ 등의 의성·의태어 구사의 군무가 구성된다. 솔로 동작이 개성을 돋보이게 한다. 무용수들은 바닥을 장기판으로 보고 이동하듯 계단식 직선 이동을 한다. 발동작은 일상을 대표하는 걷기와 상체 동작이 다양하게 사용된다. 상체는 ‘요리’, ‘식사’와 관련된 섬세한 손동작과 척추의 다양한 방향성, 확장된 시선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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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안무의 현대무용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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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안무의 현대무용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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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안무의 현대무용 '1인'


에필로그(밥상 기도): 무대 가운데 밥그릇을 비추는 탑 조명과 상수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여자 무용수가 보인다. 무대의 빛은 걷는 행위를 마지막까지 비추다가 희미해진다. 무음 속에 여러 개의 밥그릇이 떨어지는 소리의 여운과 군중의 발걸음 소리가 희미해진다. 내일도 열심히 살아갈 나를 위하여 군중 속의 1인은 바쁘게 생활하는 사람들 속에 온기를 가지고 들어오는 한 사람이 된다. 온기가 무대 위에 흐트러지고, 1인은 무대 가운데에 온기의 탑을 쌓는다. 안무가는 ‘혼자’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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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현대무용가

현대무용가 이지은은 다름의 가치를 인정한다. 이화여대 대학원(박사과정-무용실기 전공)에서 이론적 담론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제11회 GAF공연예술제 '춤으로 읽어주는 미운오리새끼', 태백선선페스티벌 수계도시 초청공연 '미운오리새끼, 날다', 즉흥 춤 ‘춤과 인접예술의 Hybridity Project’(안동)로 자신을 알려왔으며 제11회 GAF공연예술제 최우수연기융합상(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장상)을 수상했다. 이지은은 몸의 구조와 움직임의 원리를 꾸준히 공부하면서 '1인'과 같은 창의적인 작품을 발표했다. 건투를 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