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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관광용어도 쉬운 우리말로 37] 그랜드 투어→대여행, 매스 투어리즘→대중 관광, 버짓 호텔→저가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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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관광용어도 쉬운 우리말로 37] 그랜드 투어→대여행, 매스 투어리즘→대중 관광, 버짓 호텔→저가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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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는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엄청난 부자들이라면, 과거 16세기~19세기 유럽에서 2~3년이나 되는 장기간 그랜드 투어(grand tour)를 즐기던 귀족들은 크게 구애받지 않았겠지만, 기차라는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으로 매스 투어리즘(mass tourism) 시대를 연 도시의 노동자들과 그 이후 현재의 일반 대중들에게는 돈과 시간이 여행에 중요한 결정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그랜드 투어(grand tour)는 귀족과 같은 상류층이 즐기는 ‘차원 높은’ ‘그들만의’ 여행이었다. 아담 스미스 같은 가정교사의 가르침을 받으며 수년간 여행한다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쉬운 일은 아니다. 매스 투어리즘(mass tourism)은 소박하다. 대개 1~2주, 최대 2~3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다수의 사람들이 단체로 안내사가 시키는 대로 이끄는 대로 따라다니는 수동적인 여행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말로 매스 투어리즘은 ‘대중 관광’이 사용되고 있다. 이에 반해 그랜드 투어는 일반적으로 영어 발음 그대로 쓰고 있다. 그랜드(grand)가 ‘웅장한, 웅대한, 위엄이 있는, 원대한, 야심찬, (아주 높은 계층의 사람 직함에 붙이는) 대~’의 다양한 뜻을 지녔기 때문에 특정하기 힘들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영어 발음 그대로 쓰는 것은 말의 차별적 사용, 이중적 잣대라는 생각이 든다. 대중관광은 19세기 중반 토마스 쿡에 의해 본격화한 이래 그랜드 투어에 비해 저급하고 열등한 ‘관광’으로 격하하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도 감안되었을 수 있다. 그랜드 투어는 ‘귀족’과 ‘대중’의 대비라는 점에서 볼 때 ‘대여행’이라고 하는 것이 어울리겠다. 활용의 예로 그랜드 투어 시대는 ‘대여행 시대’가 되겠다.

대중관광 시대에 버짓 호텔은 개별 자유여행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버짓 호텔(budget hotel)은 숙박비를 아껴 알찬 관광을 하려는 관광객을 겨냥해 개발된 합리적인 가격의 호텔이다. 버짓(budget)은 ‘예산(안), 비용, 저가의 저렴한’이라는 의미 중 저가 또는 저렴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버짓 호텔은 우리말로 ‘저가 호텔’ 또는 ‘저렴한 호텔’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버짓 에어(budget air)은 ‘저가 항공’이 된다.

누구나 쉽게 저렴하게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엘시시(LCC), 즉 로우 코스트 캐리어(Low Cost Carrier)의 등장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일시시는 음료, 식사 등 기존의 장거리 대형 항공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비용을 줄여서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을 판매하는 항공사를 일컫는다. 관광상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요금이 줄어들자 여행사들은 더욱 저렴한 단체 관광상품을 내놓게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됐다. 자유여행객도 마찬가지 혜택을 누리는 것은 물론이다. 엘시시는 대형 항공사에 비해 항공권 가격이 저렴해서 ‘저가 항공’으로 쓰는 경우도 있지만 항공사 간의 경쟁이 심한 구간에서는 가격 차이가 없거나 역전되는 경우도 있고 비용(cost)을 줄였다는 의미에서 우리말로 ‘저비용 항공(사)’로 쓴다.


황인석 경기대 미디어문화관광 전공 교수 alexh@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