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그랜드 투어(grand tour)는 귀족과 같은 상류층이 즐기는 ‘차원 높은’ ‘그들만의’ 여행이었다. 아담 스미스 같은 가정교사의 가르침을 받으며 수년간 여행한다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쉬운 일은 아니다. 매스 투어리즘(mass tourism)은 소박하다. 대개 1~2주, 최대 2~3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다수의 사람들이 단체로 안내사가 시키는 대로 이끄는 대로 따라다니는 수동적인 여행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말로 매스 투어리즘은 ‘대중 관광’이 사용되고 있다. 이에 반해 그랜드 투어는 일반적으로 영어 발음 그대로 쓰고 있다. 그랜드(grand)가 ‘웅장한, 웅대한, 위엄이 있는, 원대한, 야심찬, (아주 높은 계층의 사람 직함에 붙이는) 대~’의 다양한 뜻을 지녔기 때문에 특정하기 힘들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영어 발음 그대로 쓰는 것은 말의 차별적 사용, 이중적 잣대라는 생각이 든다. 대중관광은 19세기 중반 토마스 쿡에 의해 본격화한 이래 그랜드 투어에 비해 저급하고 열등한 ‘관광’으로 격하하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도 감안되었을 수 있다. 그랜드 투어는 ‘귀족’과 ‘대중’의 대비라는 점에서 볼 때 ‘대여행’이라고 하는 것이 어울리겠다. 활용의 예로 그랜드 투어 시대는 ‘대여행 시대’가 되겠다.
대중관광 시대에 버짓 호텔은 개별 자유여행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버짓 호텔(budget hotel)은 숙박비를 아껴 알찬 관광을 하려는 관광객을 겨냥해 개발된 합리적인 가격의 호텔이다. 버짓(budget)은 ‘예산(안), 비용, 저가의 저렴한’이라는 의미 중 저가 또는 저렴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버짓 호텔은 우리말로 ‘저가 호텔’ 또는 ‘저렴한 호텔’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버짓 에어(budget air)은 ‘저가 항공’이 된다.
황인석 경기대 미디어문화관광 전공 교수 alexh@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