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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 예술감독의 '靜中動을 그리다'…익숙한 갈래의 자색(自色) 입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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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 예술감독의 '靜中動을 그리다'…익숙한 갈래의 자색(自色) 입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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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토) 오후 5시 전통공연창작마루 ‘광무대’에서 한국춤예술단 '선' 주최·주관, 선댄스 컴퍼니·경기검무 보존회·대한무용협회 안산시지부 후원의 전영선의 춤 「정중동을 그리다」가 공연되었다. 경기도무형문화재 제53호 경기검무 예능 보유자이며 대진대 무용예술학부 교수였던 김근희로부터 십대부터 한국춤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지도받았으며 경기검무의 예능을 성실히 이수 받은 전영선은 자신의 이름을 건 무대로 성숙의 단계로 진입하게 되었다. 전영선은 대한무용협회 안산시 지부장을 역임했다.

일곱 개의 레퍼토리(「태평무, 「살풀이춤」, 김평호류 「남도소고춤」, 「경기검무」, 「25현 가야금」, 강선영류 「즉흥무」, 「운정 한량무」)로 진용을 갖춘 무대는 춤에 입문하고 예고와 대학을 거쳐 개인 공연에 이르기까지의 자신의 내공을 공개적으로 내보이는 시간이었다. 자신이 예술감독이 되어 온전히 구상하는 무대에서 춤을 통해 열정적인 관객들과 공감대를 이룬 무대는 출사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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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무 (출연 전영선, 김꽃잎(상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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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무(출연 전영선, 김꽃잎(상궁))


무용가의 삶은 춤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사랑이 전제되어야 한다. “한 사람의 예술가가 자신의 세계를 열어가는 것은,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길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쁘고 보람된 일이기도 하다.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딛는 그녀가 항상 초심의 열정과 순수함을 간직하고 지침 없이 걸어가야 할 멀고도 긴 여정에 소중한 한걸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스승 김근희는 경계의 덕담을 한다.
「태평무」(출연 전영선, 김꽃잎-상궁):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1988년 지정), 한성준 창작으로 한영숙(왕비 역), 강선영(왕 역)에게 전승되었다. 이 춤은 태평성대와 국태민안의 기원무로 무대화되었다. 경기도당굿 장단에 맞추어 독특하고 세밀한 발 디딤새, 정제된 호흡, 섬세하고 단아하며 절도 있는 손놀림이 더해진 민속춤이 정중동의 흥과 멋을 표현한다. 대가의 춤이 자신과 동일시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춤은 격조의 춤으로 변하고 사실적 춤 속에 거대한 기원에 대한 상상이 섬세해질수록 전영선 춤의 이미지는 선명해진다.
살풀이춤(출연 강연진)이미지 확대보기
살풀이춤(출연 강연진)


「살풀이춤」(출연 강연진), 대구시 지정 무형문화재 제9호, 여러 갈래의 살풀이춤 가운데, 남도무악(南道巫樂)에서 파생되어 살을 푸는 종교적 의식에서 민속무용적 동작을 따온 것이다. 이 춤은 다른 지방의 살풀이 수건보다 긴 명주 수건을 이용하여. 고를 매었다가 푸는 동작과 연풍대에서 춤판을 크게 돌면서 신체에 고들 매는 형식으로 회전하면서 몸 안에 살을 풀어내는 춤사위 표현들이 춤의 특징이다. 한국인의 한의 정서를 미학적으로 승격시킨 춤은 강연진의 ‘살풀이춤’에서 특유의 몸짓과 구성으로 감각적인 일면을 보인다.
남도소고춤(김평호류, 출연 허희숙, 강윤지)이미지 확대보기
남도소고춤(김평호류, 출연 허희숙, 강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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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소고춤(김평호류, 출연 허희숙, 강윤지)


「남도소고춤」(김평호류)(출연 허희숙, 강윤지), 호남 우도농악 고깔소고춤의 명인이었던 고 황병기, 정인삼, 국수호로 이어온 춤을 김평호가 브랜드한 춤으로 남도의 정서가 시나위 가락에 실려 바람을 타는 느낌의 춤사위가 돋보인다. 성별에 관계없이 추는 춤이지만,여성 2인무는 악기 연주이며 동시에 민속춤인 ‘남도소고춤’의 변주를 실감 나게 했다. 동작선이 분명한 춤은 협동의 아름다움과 극성이 강조된 춤사위로 신명과 기쁨의 숨가쁜 고비를 거머 보편적 아름다움을 끌어내었다.
경기검무(출연 전영선)이미지 확대보기
경기검무(출연 전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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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검무(출연 전영선)


「경기검무」(출연 전영선),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53호, 근대가무악의 거장 한성준이 무대예술 형식으로 재정립한 춤이다. 강선영 김근희로 이어오면서 운정 김근희에 의해 전통춤의 맥과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2011년)되어 전승된다. 활달한 기상과 강한 기질이 배어있는 춤은 흘춤 검무와 대무 검무 형식이 모두 전승되고 있다. 경기검무는 감각적 이성적 지적 단계의 수련를 거쳐 안정된 자세를 갖추게 된다. 전영선은 다년간 수련한 익숙한 솜씨로 홀춤 「경기검무」를 유연하게 연기해 내었다.
25현 가야금(연주 박이슬)이미지 확대보기
25현 가야금(연주 박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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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현 가야금(연주 박이슬)


「25현 가야금」(연주 박이슬), ‘25현 가야금을 위한 도라지’, 경기민요 도라지를 소재로 북한 작곡가 김철호가 편곡하여 대중들에게 많이 소개된 곡이다. 신비적 느낌을 창출하는 가야금 곡은 이번 공연을 위해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하여 구성되었다. 12금을 넘어 섬세함을 배가한 곡은 전통춤과의 슬기로운 조화를 모색하며 악가무가 하나의 뿌리임을 강조하였다. 살아있는 현(絃)의 율동은 전통예술의 출구와 변형으로서의 묘미를 인지시키면서 오늘날의 춤과 전통악기와의 상생을 사유하게 만들었다.
즉흥무(강선영류, 출연 김꽃잎)이미지 확대보기
즉흥무(강선영류, 출연 김꽃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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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무(강선영류, 출연 김꽃잎)


「즉흥무」(강선영류)(출연 김꽃잎), 수건을 들고 서서 구음에 맞춰 추는 수건춤이다. 형식에 의존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무용수의 즉흥적인 감성과 춤사위가 어우러지는 춤이다. 자유를 구가하는 춤은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내적 규율이 따른다. 즉흥은 막춤이 아니다. 자기 수양과 내공을 갖춘 춤꾼이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추는 춤이다. 강선영류 「즉흥무」는 움직임이 섬세하고 유연하고 아름답다. 김꽃잎은 이 세상의 모든 기쁨을 몰아올 듯한 기세로 「즉흥무」의 장점을 선보였다.
운정 한량무(출연 전영선 허희숙 오지영)이미지 확대보기
운정 한량무(출연 전영선 허희숙 오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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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정 한량무(출연 전영선 허희숙 오지영)


「운정 한량무」(출연 전영선 허희숙 오지영), 운정 김근희의 안무로 옛 선비들이 산천초목을 보며 노래 부르고, 시를 읊고, 악기를 연주하며, 놀기만 좋아하는 사대부들의 비도덕성을 풍자하는 듯 하나 벼슬에 미련을 두지 않고 여흥과 문학을 즐기면서 여유와 풍류를 찾는 선비들의 삶을 표현한다. 양반 갓, 큰 부채, 넉넉한 도포, 햐얀 버선이 시각적으로 눈길을 끄는 가운데 세 여성이 연기해 내는 춤은 선비들의 여유로운 일상을 보여준다. 낭만적 고뇌를 연기해 내는 것은 연륜에서 온다. 풋풋한 연기가 매력이다.

전영선에게 춤은 삶의 길에서 늘 곁에 있었다. 전통춤 전승을 위한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열정으로 예인들의 정신과 흔을 계승하려는 다부진 의지를 보인다. 그녀는 십대부터 우정과 동료애로 지켜주고 있는 선후배와 경기검무보존회 회원들의 사랑을 기억한다. 사랑으로 빚은 「정중동을 그리다」는 전영선의 기획과 자신에게 소중한 춤 구성으로 그녀만의 개성을 보여준 의미있는 공연이었다.

출연진


전영선 경기도무형문화재 제53호 경기검무 이수자, 대한무용협회 안산시 지부장 역임

강연진 진댄스컴퍼니 대표, 종로구 전통무용협회 회장, 성균관대 무용학 박사

김꽃잎 경기도무형문화재 제53호 경기컴무 전수자, 수댄스컴퍼니 대표, 504스튜디오 대표

강윤지 숙명여대 일반대학원 박사수료, 전 숙명여대 일반교육대학원 외래교수

허희숙 경기도무형문화재 제53호 경기검무 이수자,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전수자, 허희숙길연무용단 대표

오지영 경기도무형문화재 제53호 경기검무 이수자, 피네무용학원&피네무용단 대표, 대한무용협회 안산시 지부장

박이슬 한예종 전통에술원 예술사 및 예술전문사 졸업, 성균관대 예술학 박사과정 수료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