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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호 안무·연출의 '더 드럼 샤만'…북에 관한 무(巫)학적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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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호 안무·연출의 '더 드럼 샤만'…북에 관한 무(巫)학적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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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호 안무의 연출의 '더 드럼 샤만'
한국의 전통 악기 가운데 북은 이동성이 좋고, 울림이 커서 즐김으로도 좋고 무서움을 배가시키는데도 빠질 수 없다. 새로운 문명은 두드림에서 출발한다. 북은 잔치에 꼭 필요한 악기이며 사람을 모으거나 도전할 때도 필수 도구가 되었다. 평화 시에는 놀이에 쓰이는 친한 벗이지만, 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승리를 부추기는 도구로 변한다. 나라마다 다양한 형태와 쓰임으로 북이 존재한다. 한국의 북을 다양한 무제(舞題)로 무대화시켰던 무용극의 달인 국수호의 「THE DRUM SHAMAN」(더 드럼 샤만)은 ‘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것’을 담았으며 특히 극성이 가미한 유쾌한 다면(싸움을 건 쪽은 필패한다)은 공연 가운데 숨통을 틔우는 의도적 장치였다.

배달겨레는 오천여 년 동안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던 흔적을 남겼다. 사계에 얽힌 의식주가 절기를 탄다. 육지 사람은 하늘 땅 산 물 나무 신에 정성껏 평안을 기원했다. 바닷가 사람은 죽음의 삶에서 해원상생을 비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우리나라 굿은 수백 가지에 이른다. 굿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에서 문화재로 보호받고 있다. 경기도당, 제주칠머리당굿, 진도씻김굿, 동해별신굿, 남해별신굿, 만구대탁굿 등 예술적·문화재적 가치가 풍부한 문화유산을 품은 대한민국은 국수호라는 걸출한 춤 영웅이 그 소재를 조금 덜어내 「THE DRUM SHAMAN」이란 그릇에 넣어 상설 대극장에서 관객을 경탄시킬 21세기형 한국의 고고(高鼓) 브랜드의 전형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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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TAGO)는 ‘두드려 세상을 밝힌다’라는 강령으로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창작활동을 펼치는 단체이다. ‘타고’는 창작활동을 통해 전 세계에 우리 음악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이들은 영혼과 자연의 신비에 대한 민속 신앙을 북소리 타고(打鼓) 형태로 풀어낸다. 이 단체는 세계 3대 축제인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2016~2017)하여 16회 전석 매진과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으며 국제적 그룹임을 인정받았다. 이어 유럽, 남미, 북미, 아프리카로부터 초청(2018~2019)받았고, 네덜란드 22개 도시 공연 투어(2020)로 국제단체가 되었다. 전통을 품은 연희와 타악의 만능 ‘타고’ 단(團)은 늘 새것을 추구하고 대중 친화적 연주를 지향한다.

화려한 연주 중심에 연출과 안무의 달인 국수호가 있다. 그는 사물놀이단(團)에서 출발한 ‘타고’를 만나 초견 형식의 신선한 작품, 웅장한 역동성과 화려한 수사의 ‘북의 대합주’(1985)의 감동을 연출한다. ‘더 드럼 샤만’에서 샤만은 종교가 아닌 한국인이자 홍익인간의 본성이라고 단정한다. 그는 완주 비봉의 유년을 들추어 북의 서사를 시작한다. 십육 년을 민속 예술경연 대회에서 조선 팔도의 농악과 굿과 노래와 춤을 보았고, 이십여 년 동안 보고 들은 북소리로 북 치며 춤추는 작품을 창작했다. 국수호는 한국에 큰 북, 앉은 북을 탄생시켰고, 북춤팀을 만들었다. 코리안 드럼 「영고」(1999)는 삼 년간 유럽 80여 개 도시를 공연하여 문화수출 상품 1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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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타고’(TAGO)는 세계 3대 축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SOLD OUT(2016, 2017), 호주, 뉴질랜드 월드&뮤직(WOMAD) 페스티벌 초청작(2017), 유럽, 남미, 북미, 아프리카 등 해외초청공연(2018~2020), 과테말라, 에콰도르, 파라과이 수교 60주년 기념 초청공연(2022), 미국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Evangeline Atwood Concert Hall 초청(2023) 등으로 국수호가 2012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얻은 인기를 제대로 잘 승계하고 있다. 예술감독 김병주의 노련한 조율로 타고 단원인 김병주, 김시원, 이강일, 현호군, 흥나라, 박진영 김상철, 홍세원, 허종환, 남화연, 조의연의 열정적 연주와 노련한 연기의 조화를 보여준 노력에 존중의 마음을 보낸다.

「THE DRUM SHAMAN」은 짜임이 탄탄하고 구성미가 돋보인다. 민속적이며 극성이 강화된 작품은 천지인이 하나 되어 삶을 일구는 모습이 용기와 삶에 대한 의욕을 부른다. 제1장 청신고(清神鼓): 땅의 북과 하늘북의 청신(清神). 하늘을 부르는 샤만과 땅을 부르는 샤만이 제를 펼치며 북 앞에 섰다. 1. 서장: 신고 맞이길; 샤만 행렬이 신(神)을 청(淸)하고 맞이하기 위해 신성한 곳을 향해 가는 타고 만의 샤만 행렬이다. 신(神) 맞이 행렬은 샤만 타고의 특징을 이룬다. 신칼대신무도 있고 지전풀이도 있다. 각각의 샤만 타고는 존재감을 드러내며 아름다운 신(神)맞이 정경 행렬이다. 제에 의식이 북소리와 인성을 더해 특징을 이룬다. 이는 신에게 제를 드리기 전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의식이다. 2. 청신고(清神鼓); 땅의 북이 지축을 흔들어 땅의 기운을 일깨운다. 하늘의 북이 그 기운을 받아 온 사방에 땅의 기운을 퍼트린다. 하늘의 북이 천지를 더듬어 신을 청한다. 이에 땅의 북이 화합하여 조화를 이룬다. 하늘의 북과 땅의 북이 주고받으며 상승시킨다. 땅의 지열이 하늘에 닿아 끝내는 복이다.

제2장 가래조: 청한 신을 가르는 대목, 북이 웃는 샤만의 희극요소가 두드러진다. 신(神)에게 복을 기원하며 재미있게 신(神)을 가른다. 3. 울고(律鼓); 단 하나뿐인 악기인 창작 악기 울고는 타고가 직접 만들었으며 전통악기인 운라와 장구의 소리를 현대 악기에 입혀 결합한 악기이다. 4명의 샤만 타고가 펼치는 재밌는 극적 요소를 가미하여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4. 구정놀이(호남동악·무악에서의 장고놀이); 위엄있는 샤만 타고가 무대에 선다. 휘모리 장단의 장고놀이는 샤만 타고의 독특한 가락과 재치 있는 모습으로 관객들과 함께 소통하며 희극적 감정을 끄집어낸다. 제3장 지고(地鼓); 땅의 기운 해를 깨우다 5. 지고(地鼓); 한국은 예로부터 땅을 다지며 삶의 터전을 일구는 풍습이 있었다. 집을 세울 때의 지경닫이와 땅을 일굴 때의 지신밟기다.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행사였다. 땅의 북소리는 땅을 다지고 일구어내는 한국인의 맥박 소리였다. 지고는 신기(神氣)에 가까운 타고의 땅을 깨우는 생명의 소리다. 공간, 인물, 행위를 극대화하는 분위기가 창출되고 관객들은 더욱 몰입하고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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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천개(天開); 타고 샤만의 기원의 비나리 소리. 6. 오방신고(五方神鼓); 저녁이 찾아오고 중앙 도깨비신의 북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이내 사방의 도깨비들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각각의 도깨비들은 놀이를 펼치며 자신들을 뽐내기 시작한다. 북소리에 맞추어 도깨비들의 희극적 놀이가 펼쳐진다. 7. 혼고(魂鼓); 북의 혼을 불러낸다. 북 위에서의 무희는 움직임을 통해 북과의 혼연일체 되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심적 치유를 전달한다. 8. 울북산조(海神맞이鼓); 제주도 뱃사람들이 뱃길에서 영혼 길을 맞이하여 그 영혼을 달래며 쳤던 울북, 그 울음의 북소리! 귀신을 위한 산 사람의 희극적 놀이다. 9. 천개(天開鼓); 샤만 타고들이 하늘에 기원의 비나리 소리와 북춤의 의식을 올린다. 오방신을 뜻하는 5명의 타고 샤만은 북춤을 추며 진을 펼친다. 하늘이 열려 비가 내리기를 염원하는 옛 우리 조상들의 의식과도 같다. 제5장 상생풀이(上生): 희극과 비극 액과 임원의 풀이. 10. 풀이 네 북의 울림부터 시작, 땅북, 하늘북의 주고 받음, 팽과리의 등장, 11명의 해원상생을 비는 샤만 타고의 기예가 절정에 굿의 해원상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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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RUM SHAMAN」은 5장 10장의 독창적 대본을 바탕으로 북과 관련된 민속적 행위를 찾아간다. 10월 26일(목), 27일(금) 저녁 일곱시 반 국립극장 하늘극장에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아, 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쓸어안고 인간의 본성을 찾아가자는 절규를 북소리가 대신하고 있었다. 국수호와 그룹 ‘타고’(TAGO)의 만남은 윈윈의 상생 정신을 살린 후학으로서의 공경과 선구자로서의 지도 품계를 보여주는 숭고한 의식이었다. 액을 물리치고 밝은 세상으로 나가자는 다짐의 무고(巫鼓)는 이미 예술 양식의 상부를 차지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북’ 행위는 역사적·민속적 가치를 보여주었고, 연주 춤 극적 성향의 오락성을 듬뿍 보여준 열정적 공연이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