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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민족•단일문화의 '우월의식'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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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민족•단일문화의 '우월의식'에서 벗어나야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274)] 다문화 사회와 다양성

한국 사회도 이제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단일민족의 자긍심에서 벗어나 너와 내가 하나 되는 다양성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사회도 이제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단일민족의 자긍심에서 벗어나 너와 내가 하나 되는 다양성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요즘 여자 프로배구 경기를 보면서 색다른 선수에게 눈길이 간다. 그는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팀에서 뛰고 있는 메가와티 항에스트리 페르티위(Megawati Hangestri Pertiwi) 선수다. 그는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경기 중에도 히잡을 쓰고 있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유니폼 속에는 언제나 쫄바지와 쫄티를 껴입어 맨살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온몸을 검은색 운동복으로 감싸고 머리에는 히잡까지 쓰고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염려도 되지만 11월 1일 현재 2023-24 한국 여자프로배구에서 공격 성공률 4위, 세트당 서브 7위, 득점 8위에 오를 정도로 맹활약을 하고 있다. 그는 여자부 1라운드 최우수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독실한 이슬람교도인 그는 경기를 잘할 수 있도록 알라(이슬람교의 신)한테 도움을 청하는 마음으로 '살라와트(Salawat)'를 읽는다고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살라와트'는 무함마드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는 아랍어 문구로, 이슬람교 신자가 드리는 하루 5차례 기도에 포함된다. 인도네시아 언론에 따르면, 히잡을 쓴 채 한국에서 맹활약하는 그는 인도네시아 배구 팬은 물론이고 일반인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메가와티 항에스트리 페르티위 선수에 대해 조금 길게 소개한 이유는 이제 우리 사회도 명실상부하게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프로배구에서 올 시즌에 처음 도입한 '아시아 쿼터제'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경기할 수 있다. 보통의 외국인 선수 제한과 별도로 아시아 지역 국적을 보유한 선수를 추가로 등록할 수 있는 '아시아 쿼터제'에 따라 그는 한국에서 운동하고 있다. 하지만 농구에서는 이미 도입한 제도이고, 남녀 배구팀 모두 아시아 선수들이 소속되어 있다. 하지만 그가 눈에 더 띄는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대로 히잡을 쓰고 독특한 운동복을 입고 경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배타적인 '단일민족'의 함정


초등학교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말이 우리는 '단일민족'이라는 것이다. 단일민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른 채 단지 좋은 것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고, 또 단일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단일민족(單一民族) 국가의 사전적 정의는 "하나의 순수 단일민족으로 이루어지거나 단일민족 속에 소수의 다른 민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수가 극히 적어 국가의 구성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국가"다. 요즘 학계에서는 우리가 과연 단일민족인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일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특정 정치세력의 목적에 의해 과장됐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리가 남이가?" 혹은 "우리는 하나"라는 구호에 너무 익숙한 우리는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21세기에는 '지구촌'이라는 말 자체가 식상할 정도로 관광이나 사업 때문에 국내 여행은 물론이고 해외여행도 빈번하게 다니는 시대다. 또 여행을 가지는 않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와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신과 다른 문화와의 접촉이 빈번해진다. 그러므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는 삶을 풍부하게 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필수적인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변화 때문에 최근에는 '문화지능(cultural intelligence)'이 새로운 지능으로 중요하게 대두했다. 문화지능이란 '새로운 문화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는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해당 문화를 학습하여 점차 그 문화에 동화되는 사고를 형성하고, 능숙하고 적절하게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개인의 수준에서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 높은 사람이 자기와 다른 사람의 차별점을 잘 파악하고, 그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을 잘하는 특징이 있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문화지능이 높은 사람은 한 개인뿐만 아니라 그 개인이 속한 집단원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과 그 집단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있다.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는 풍요로운 삶의 필수 요인


'단일민족'을 강조하면 결속력(結束力)과 유대감(紐帶感)이 강해지는 장점이 있다. '단일(單一)'의 사전적 의미는 "단 하나로 되어 있음" 혹은 "다른 것이 섞여 있지 않음"이다. 단 하나니까 당연히 결속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결속력이라는 표현 자체가 틀린 것일 수도 있다.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데 결속력을 따질 수 없기 때문이다. 결속력은 "뜻이 같은 사람끼리 서로 단결하는 성질"이다. 뜻이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암암리에 전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뜻이 다른 사람과는 어떤 관계를 맺게 될까? 바로 이 점이 '단일민족'의 함정일 수 있다. 왜냐하면 단일은 생각이 다른 사람과는 서로 단결하지 못한다는 것이 전제로 깔려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단지 '내 편[內集團]'과 '네 편[外集團]'으로 나누기만 해도 내 편과 상대편을 대하는 태도나 행동이 달라진다. 이런 현상은 편을 가르는 기준이 황당하거나 우연적이라고 해도 나타난다. 일단 나누어지면 여러 특징이 나타난다. 먼저 '내집단 유사성(類似性) 효과'가 나타난다. 즉, 자기가 속해 있는 집단의 구성원들은 외집단 구성원들보다 서로 더 유사하다고 지각한다. 예를 들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통학하는 학생들보다 더 유사하다고 지각한다. 더욱 황당한 것은, 제3자가 볼 때에도 같은 집단에 속해 있는 구성원들이 다른 집단원들보다 더욱 유사하다고 지각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다른 집단과의 갈등을 부각시키는 경우에는 이 현상이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두 번째로는 '외집단 동질성(同質性) 효과'가 나타난다. 일단 집단으로 나뉘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외집단원들이 내집단원들보다 성격이나 특징 등이 같다고 지각한다. 즉 "우리는 서로 다른데, 그들은 서로 같다!"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외집단원을 각자 개성을 가진 개인으로 지각하기보다는 동일한 한 집단의 구성원으로 지각한다. 예를 들면, 우리가 미국인을 보았을 때, 'Tom'이나 'John'으로 구별하여 지각하기보다는 '미국인'으로 지각하고 동일한 성향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단하는 경향을 보인다.

세 번째 중요한 것은 '내집단 선호(選好) 효과'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일단 사람들은 한 집단에 속한다고 느끼면, 같은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호감을 가진다. 반대로 다른 편의 집단원들에 대해서는 배타적이고 심지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같은 편에 속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훨씬 높이 평가하는 반면 다른 편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야박한 평가를 한다. 이 효과가 더욱 중요한 것은 두 집단을 나누는 기준이 우연적이거나 사소한 것이라도 이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다문화 사회는 "한 국가나 한 사회 속에 다른 인종·민족·계급 등 여러 집단이 지닌 문화가 함께 존재하는 사회"다. 우리나라는 원하건 원하지 않건 이미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잠시 감소하던 국내 거주 외국인은 2022년 이후 다시 늘어나고 있다. 2023년 말 현재 외국인 수는 약 25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를 차지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이미 '다인종·다문화' 국가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문화 학생도 2014년 6만8000명에서 2023년 18만1000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나의 문화와 다른 너의 문화 차이 이해하고 적응해야


다문화 사회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는 단일민족 혹은 단일문화의 우월의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즉 단일문화 사회의 약점을 빨리 극복해야 한다. 문화는 옳고 그름의 평가 대상이 아니다. 인도에서는 소를 귀하게 여기고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 옆 나라 파키스탄에서는 소를 먹는 대신 돼지를 먹지 않는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문화를 가진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한 집단이 환경에 가장 효율적으로 적응하도록 형성된 생활양식"이다. 따라서 환경이 변하면 문화도 변하기 마련이다. 요즘처럼 환경이 빨리 변하는 시대에는 문화도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변할 수밖에 없다. 만약 환경의 변화 속도에 문화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 조직은 도태될 위험에 빠진다. 이런 조건에서는 단일성보다 다양성이 훨씬 적응력이 높아진다.

인도네시아의 언론도 메가와티 항에스트리 페르티위 선수가 속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팀이 이슬람 문화권에 속한 메가의 생활양식을 이해해 주는 것에 대해 고마운 감정을 표했다. "한국 리그 최초의 무슬림 선수인 메가에게 정관장은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에 별도의 스티커를 붙이고 할랄 음식을 제공한다"며 "한국 프로배구 리그에서 새로운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히잡을 착용하고 플레이하는 선택을 관대하게 이해한다"는 것이다.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한 여자배구팀의 태도는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한국의 7인조 남성그룹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고 있고, 4인조 걸그룹 '블랙핑크'가 대영제국 훈장을 받는 세계가 되었다. 대학 교정에는 세계 각처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우리 학생들과 섞여서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다. 나와 다른 너, 내 문화와 다른 너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지능'을 높이는 교육을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 '신명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