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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보훈무용제 '세월을 가진 춤을 추다'…한국춤으로 공훈의 의미 되새긴 춤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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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보훈무용제 '세월을 가진 춤을 추다'…한국춤으로 공훈의 의미 되새긴 춤잔치

화관무(춤 차지언 예능보유자 및 정진희·안지형·임영진·김소연 )이미지 확대보기
화관무(춤 차지언 예능보유자 및 정진희·안지형·임영진·김소연 )
보훈무용예술협회(이사장 유영수) 주최, 서울특별시(시장 오세훈) 후원, 2024 보훈무용제(운영위원장 김운미 한양대 명예교수, 예술감독 김지윤)가 6월 25일(화)부터 30일(일)까지 한국문화의집(KOUS)과 국립극장 ‘하늘’에서 6개 부문으로 나뉘어 공연되었다. 한국문화의집에서는 부대행사 ‘젊은예인전’(25일)과 사전축제 ‘무색(舞色)-춤의 빛깔’(26일)이 공연되었다. 국립극장 ‘하늘’에서는 개막공연 ‘우리춤 전시회’(27일), 초청공연 ‘세월을 가진 춤을 추다’(28일), 경연부문 보훈무용제(29일), 폐막공연 ‘당대의 춤-이 시대의 남성춤’(30일)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그 가운데 원로들의 춤과 발표된 지 오래된 작품으로 구성된 ‘세월을 가진 춤을 추다’에 주목한다.

해마다 호국·보훈의 달, 6월에 개최되는 보훈무용제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면서 한국 춤의 전통성과 고유의 가치를 지켜가는 예술 축제이다. 공연 작품은 ‘화관무’(차지언, 황해도무형유산 화관무 예능보유자), 최 현作 ‘호수 근처’(손미정, 예원학교 한국무용 교사), 김천흥 ‘살풀이’(박은영, 한예종 전통예술원 무용과 교수), ‘배구자의 신민요춤’(김선정, 무용역사기록학회 회장), ‘한순서 평남수건춤’(중앙대 공연영상창작학부 무용전공 교수), ‘문동북춤’(박경랑, 영남교방청춤보존협회 이사장), ‘회상’(서영님, 서울예고 교장 역임)에 걸친 일곱 편이었다. ‘보훈댄스페스티벌’(2013년 창설)이 올해부터 ‘보훈무용제’로 바뀌고,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축제가 되었다.
호수 근처(춤 손미정, 美知藝 Dance Group 대표)이미지 확대보기
호수 근처(춤 손미정, 美知藝 Dance Group 대표)
김천흥 살풀이(춤 박은영, 궁중무용춘앵전보존회 이사장)이미지 확대보기
김천흥 살풀이(춤 박은영, 궁중무용춘앵전보존회 이사장)


‘무담(談)-춤 이야기’(2013)는 뿌리를 잘 내려 갑진년(2024)에 이르고 있다. 제11회 보훈무용제는 전통춤, 신무용, 전통창작춤 등으로 다양한 영역의 춤으로 외연을 확장했다. 근현대 한국 무용사를 관통하는 ‘세월을 가진 춤을 추다’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춤으로 보훈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였다. 한국 전통춤과 창작춤의 향방을 모색한 춤 잔치는 “순수예술의 대중화와 공연문화의 저변확대에 중점을 두고 공연함”으로써 무용인들이 춤을 즐기려는 교양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잔치는 형식과 내용이 튼실해야 한다. ‘화관무’에서 은방초류 살풀이춤 ‘회상’에 이르는 ‘세월을 가진 춤’은 공존과 평화를 기원하는 행복 추구의 잔치가 되었다.
‘화관무’; 예능보유자 차지언과 이수자 정진희·안지형, 전수자 임영진·김소연이 출연했다. 민천식­김나연­차지언 이음의 ‘화관무’는 해주 기녀들이 전승한 춤이다. 해주권번 사범 민천식(봉산탈춤 제1대 예능보유자)이 완성했다. 화려한 화관에 ‘색 한삼’을 뿌리는 민천식 ‘화관무’는 궁중 양식과 해서(海西) 민속춤이 보태져 예술적 형식과 미학적 가치가 돋보인다. 춤의 핵심 요소는 ‘태평과 영생 기원의 화관’의 상징성이다. 인천 정착의 민천식은 황해도 민속예술 복원을 주도하며 해서 탈춤 및 전통춤의 복원·전승에 전념했고, 그의 전통춤을 계승한 김나연(제1대 황해도 화관무 예능보유자)은 온전한 복원 추구 및 현대적 전승으로 무대화된 전승 체계를 확립했다.
한순서 평남수건춤(춤 이주희, 대한무용협회 상임이사)이미지 확대보기
한순서 평남수건춤(춤 이주희, 대한무용협회 상임이사)

배구자의 신민요춤(춤 김선정, 서울무용제 예술감독)이미지 확대보기
배구자의 신민요춤(춤 김선정, 서울무용제 예술감독)


‘호수 근처’: 김영태의 시, 최 현 안무, 손미정 춤의 이 작품은 1997년 ‘美·知·藝 Dance Group’ 대표 손미정에게 스승 최 현이 안무해 준 작품이다. 시적 화자가 말을 걸어온다. 「그대는 지금도 물빛이다/ 물빛으로 어디에 어리어 있고/ 내가 그 물빛을 들여다보면 헌 영혼 하나가 가고 있다/ 그대 무릎이 물에 잠긴 옆으로.../ 구겨진 수면 위에 나뭇잎같이」. “우리 춤의 결이나 모듬채, 흩날리는 봄의 미풍은 산조 음악에 실릴 때 고아한 자태와 품격을 수반한다.” 물밑 영혼에 겸손해하며, 마음이 밝으면 수면 위에 구겨진 나뭇잎도 춤으로 환생하고 춤으로 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호수에 잠긴 무릎 옆으로 지나가는 나뭇잎이 삶이며 춤 인지도 모른다.

‘김천흥 살풀이’: 박은영(궁중무용춘앵전보존회 이사장) 출연의 살풀이춤은 민속무용 가운데 예술성이 가장 높은 즉흥무이다. ‘김천흥 살풀이’는 사전에, 염두에 둔 주제가 없고 고정된 기교적 운용 방법도 없다. 춤추는 사람에게 자율성을 허용하면서 춤을 전개 시키는 표현 방법에도 제약이나 한계가 없다. 오로지 기쁘고 즐거운 감정만으로 깊이를 가져가며 내적 아름다움의 극치를 추구한다. 춤꾼은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외적 감동 표현으로 분출되는 흥과 멋을 자유스럽게 구사한다. 감정을 즉석에서 적나라하게 표출할 수 있다. 박은영의 춤은 이성적이지만, 춤 모습의 정수를 인간 본연의 감정과 정신에 집중시켜 자유자재로 드러낼 수 있었다.
문둥북춤(춤 박경랑, 박경랑류 영남교방청춤보존협회 이사장)이미지 확대보기
문둥북춤(춤 박경랑, 박경랑류 영남교방청춤보존협회 이사장)

은방초류 살풀이 회상(춤 서영님, 은방초춤보존회 이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은방초류 살풀이 회상(춤 서영님, 은방초춤보존회 이사장)


‘배구자의 신민요춤’: 근대 풍이 물씬 풍기는 배구자(裵龜子) 원작, 김선정(서울무용제 예술감독) 홀춤의 이 작품은 <천안삼거리>의 후렴구에서 제명(題名)을 따왔으며, 이 작품은 배구자의 노래 <도라지 타령>과 <천안삼거리>을 엮고, 영상, 사진, 기사를 참조한 신민요춤이다. 배구자는 민요를 대중적인 가무극으로 즐겨 만들었으며, 당시 조선에서 가장 앞선 예술계의 리더, 격조와 품격의 문화 감성을 지닌 선각자였다. 1928년 4월 음악무용회, 1929년 9월 배구자무용연구소 제1회 공연, 1931년 1월 배구자예술연구소 제1회 공연에 빛난다. 김선정은 신민요춤을 상큼하게 코믹하게 연희하면서 배구자의 창작 정신을 존중하며 꽃다발을 바쳤다.

‘한순서 평남수건춤’은 서울출생의 이수자 이주희(대한무용협회 상임이사)에 의해 추어졌다. 평남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춤(2018)은 애절한 서도 선율을 소지한 서사 구조의 여성 춤이다. 치마를 감아 허리끈으로 묶는 착복 형식, 발놀음, 상향 위주의 춤사위, 폭넓은 수건 사위 등이 특징이다. 평남수건춤은 김정연에서 1941년 평양 출생의 한순서로 이어진 전통춤이다. 이주희는 한순서와 여러 갈래의 전통춤을 지도받고 같이 춤추는 사이이다. 이주희는 넓고 긴 수건을 흔들고 목에 걸고 던지며 날렵한 사위와 디딤으로 수건과 맨손을 오간다. 춤은 후반으로 갈수록 신명을 불러 동참을 유도한다. 이주희 독무의 ‘한순서 평남수건춤’은 또 하나의 역사가 되었다.

‘문둥북춤’: 중요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춤 예기능보유자 조용배(趙鏞培, 1929~19901) 원작, 박경랑(경상남도무형유산 진주교방굿거리춤 1기 이수자) 연희의 ‘문둥북춤’은 고성오광대 탈놀음 가운데 제1과장에 등장하는 ‘문둥북춤’이 원류이다. 박경랑은 고성오광대 초대 예능보유자 박경랑의 외증조부 김창후 선생의 제자인 조용배로부터 1973년 초등학교 5학년(12세) 때부터 직접 사사 받았다. 이 춤은 조상들의 죄업으로 문둥병을 얻어 엉클어진 삶의 한을 신명의 춤으로 승화시킨 환희의 춤이다. 박경랑이 상민들의 마당춤을 재해석하여 무대화시킨 춤이다. 박경랑 특유의 연기력으로 극성을 강화한 ‘문둥북춤’은 드러내어야 할 소중한 문화자산임이 밝혀졌다.
유영수(보훈무용예술협회 이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유영수(보훈무용예술협회 이사장)

김운미(운영위원장, 한양대 명예교수)이미지 확대보기
김운미(운영위원장, 한양대 명예교수)


‘은방초류 살풀이: 회상’: 은방초 원작, 서영님 출연의 이 춤은 서영님(은방초춤보존회 이사장)이 존중하는 남성 춤꾼 은방초의 걸작이다. 대표적 신무용 은방초류 살풀이춤으로써 한흥멋태,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이 극치를 이루는 한국춤의 고른 특징 소지와 함께 독특한 리듬감, 과감한 선의 율동감,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섬세함을 두루 지닌 신비스럽고도 환상적인 춤이다. ‘회상’은 2018년 명작무 제15호로 지정받았으며, 서영님의 춤 레퍼토리로 거듭나고 있는 춤이다. 대금과 장고를 주조로 한 춤은 수건의 운용과 섬세한 수사의 잔 동작, 애상의 연기가 일품이다. 지속되는 구음, 긴 선의 움직임, 느린 마무리 풍경은 ‘은방초류 살풀이: 회상’을 위로한다.

「세월을 가진 춤을 추다」는 ‘화관무’에서 출발하여 여러 갈래의 전통춤, 신무용, 전통창작품에 이르는 춤의 여정을 마무리하였다. 슬픔을 위로하고, 전통을 숭상하고, 주제에 밀착한 넓은 공간의 춤은 동시대 무용의 어떤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탁월성의 춤에 의미를 더한 춤은 보훈무용제가 지향하는 기본 뜻과 상통한다. 평화롭고 여유로는 춤의 편재는 슬픔의 제단(祭壇)에 무지개를 피워올리는 작업이었다. 앞으로도 보훈무용제가 비극적 상황을 상기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지향하는 춤 잔치가 되기를 기원한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