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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원 안무의 'RESPIRA', 생명 존중과 공존 가치를 알린 한국창작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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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원 안무의 'RESPIRA', 생명 존중과 공존 가치를 알린 한국창작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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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원 안무의 '레스피라'
뭍과 물은 생의 근원체/ 물기 사라진 대지의 타는 숨/ 물 방랑자들의 숨소리/ 생의 발걸음 소리가 생긴다/ 뭍과 물이 만나 생의 영속을 꿈꾼다/ 세상은 여러 개 뜻을 담는다/ 어색하고 낯선 두 생명체가 손을 잡는다/ 합(合)의 숨결은 커지고/ 대지는 춤으로 흥겹다/ 내일을 향한 생의 물결/ 찬연한 생명의 눈빛들/ 그렇게 생명은 이어진다.

한국무용제전은 해마다 주제를 달리하며 안무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올린다. ‘제39회 한국무용제전’(The 39th Korea Dance Festival, 2025)은 1985년부터 시작된 무용제전의 서른아홉 살이 되는 건강한 춤을 선보였다. 올해 행사는 주최 측이 선정한 ‘Ecology 춤, 순환의 여정’을 주제로 환경과 사회 이슈를 다룬 예술 작품들이 출품되었다.

4월 13일(일)부터 20일(일)까지 경연으로 진행된 대극장 부분에는 여덟 명의 안무자가 단체의 이름을 걸고 작품을 선보였다. 안무자 가운데 신화원(‘춤이음‘ 무용단 회장)은 수많은 생태계 중 인간생태계를 소재로 잡아 살아있음의 징표인 ‘숨’, 둘이 하나 된 합의 숨, 살아감에 있어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생명의 소중함을 메시지에 담았다.

신화원(辛俰沅, Shin Hwa Won) 안무의 'RESPIRA'(숨 쉰다)는 동토(凍土)의 메말라 가는 생명체를 상대로 숨을 불어넣는 행위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 가치를 알린다. 아이에게 엄마가 필요하듯 흙은 물이 필요하다. 안무가는 소외된 생명의 목소리를 길어 올리고 메마른 땅에 생명의 온기를 더하는 ‘생명의 미학’을 추구한다.
한국창작무용 'RESPIRA'는 살아있음의 징표인 ‘숨’. 둘이 하나 된 합(合)의 숨소리를 통해 소외된 생명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인류 공통의 우주적 관심사인 지구 생태계 변화는 인류가 성찰해야 할 ‘생명 존중’이라는 상부 주제에 와 닿는다. ‘생명 존중’은 너와 나의 차간(差間)을 줄이며 보편적 사회발전의 지표인 공존, 공생, 공영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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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원 안무의 '레스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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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원 안무의 '레스피라'

'RESPIRA'는 환경에 관한 건실한 이야기가 관심을 끈다. 생태춤 페스티벌이 된 듯한 축제에서 신화원의 메시지는 절규하듯 강렬하며 울림이 있었다. 등퇴장에 효과적 무대디자인이 따랐으며 장면에 대한 느낌을 살린 의상이 좋았다. 이 작품은 1장 ‘타는 숨’, 2장 ‘부유하는 방랑자’, 3장 ‘합(合)의 숨’, 4장 ‘대지의 생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타는 숨’ : 김태완 작곡의 음악은 대지의 ‘타는 목마름’을 주조한다. 먼지를 피워올리는 대지는 황토지의 사연을 알린다. 메마른 땅의 느낌을 주는 프린팅 효과의 살색 판타지가 전개된다. 남매의 두 손에 묻은 진흙. 물기는 서서히 사라진다. 애꿎은 하늘만 쳐다보는 속절없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등 대고 누운 메마른 땅 위의 사람들은 숨이 가쁘다.

2장 ‘부유하는 방랑자’ : 진흙을 에워싸며 새하얗게 거품이 인다. 언 땅을 녹인다. 부유하는 방랑자의 숨소리에 점점 커지는 생명의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상징의 차별화로 물에서 나온 더 소외된 생명체는 하체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 은헤의 시간이다. 소박한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서사는 엄숙한 공감의 희망을 써낸다.

3장 ‘합(合)의 숨’ : 우영선(Feelize Studio)이 만들어 내는 생명의 숨소리는 생동감과 친밀감을 창조한다. 비가 내린다. 대지를 적시는 물방울 소리가 싱그럽다. 그 느낌으로 마주 선 낯선 모습. 얼굴을 맞대고 두 손을 잡으니 이내 안온해진 하나의 숨. 앞 장(場) 생명체들의 결합은 살색으로 통일된다. 절대 절망은 물의 도움으로 희망을 창출한다. 전 장(場)에서 비는 신이 되어 있었다.

4장 ‘대지의 생명’ : 김태완 작곡의 음악은 희망의 메시지이다. 무거웠던 방랑자의 겉옷이 가벼워진다. 대지의 생명들 춤이 흥겹다. 내일을 향한 행진의 물결이 인다. 후드를 벗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며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가 전해진다. 그물 후드의 녹색은 나무의 느낌과 자연을 상징한다.

삼십여 명에 가까운 무용수들이 대지를 적시는 춤의 물결, 반짝거리는 삶의 눈빛이 된다. 아이를 꼭 안은 엄마의 미소가 따스하다. ‘대지와 비’의 관계를 상징하며 서로 건강한 동반자가 된다. 그렇게 생명은 이어진다. 신화원 안무가는 건실한 주제 ‘숨’을 사유의 대상으로 삼고 박진감과 약동으로 봄의 미토스를 써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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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원 안무의 '레스피라'

신화원은 평안남도 무형유산 제3호 김백봉부채춤과 호남살풀이춤(동초수건춤) 이수자이다. 창작 작업(2006)을 시작하여 첫 개인 공연(2007)을 올린 뒤 2012년 동안 한 해 한 번씩 전통, 창작, 레퍼토리 공연을 해 왔다. 그 이후, ‘춤이음’ 무용단 단원과 회장(2012~)으로 활동, 박사 학위 취득(2016)에 이르기까지 창작과 ‘김백봉부채춤’, ‘김백봉화관무’, ‘세가지전통리듬,’ ‘광란의 재단’ 같은 신무용을 끊임없이 무대에 올리며 김백봉의 춤에 매진해 왔다. 예술감독 안병주, 연출 안귀호의 'RESPIRA'는 신화원 정전신화(正典神話)의 새로운 전개를 알린 열정의 산물이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