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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수 안무의 '걷다 바라보다 그리고 서다', 전통춤의 현재적 의미를 사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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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수 안무의 '걷다 바라보다 그리고 서다', 전통춤의 현재적 의미를 사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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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수 안무의 '걷다 바라보다 그리고 서다'
4월 29일, 30일 저녁 8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모헤르댄스컴퍼니(예술감독 서연수, 한양대 무용과 교수) 주최·주관, 서울시·서울문화재단·한양대 후원, ‘2025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다년) 선정 프로젝트’ 서연수 안무, 강요찬 연출의 '걷다 바라보다 그리고 서다'(Walk, Look and We Stand, 이하 '걷다')가 공연되었다. 서연수의 춤은 춤 자체로 관객을 즐겁게 해주며, 한국 춤의 본질에 대한 시공의 균형 감각을 읽게 해준다.·

이 작품은 한국 춤이 다양한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대는 대지가 되어주고, 씨앗은 누워서 일어서지 않는 무용수처럼 대지에 깊이 뿌리를 내린다. 마침내 사다리처럼 높이 우뚝 선다. 안무가는 씨앗이 커서 거목의 숲을 이루는 과정을 점층적으로 전개한다. ‘씨앗의 여정, 숲을 이루다’는 인간이 직립 보행인이 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닮아있다. 서연수, 강요찬 협동의 의지적 춤 작업은 깊고 넓은 사유의 과정을 관통하고 공감을 얻어왔다.

'걷다'는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서연수의 안무력을 도출시킨다. 씨앗(전통)이라는 땅을 딛고 한국 춤이 동시대 예술의 맥락에서 따스한 애정으로 지켜봐 주는 사람들에 의해 다져지고 거대한 나무로 우뚝 서는 미래적 모습을 기원하는 진지한 고민을 담아낸다. ‘버선’ 같은 오브제가 발디딤의 움직임을 연출하며 전통춤의 상징이 된다. '걷다'는 한국 춤의 전통적 요소와 우리 몸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전통임을 깨닫지 못하는 것들이 혼재를 구분한다.

'걷다'로 가는 길은 현재적 춤의 시원, 씨앗까지 돌아보면서 행위자인 우리의 존재와 행위로서 마주하는 춤에 대해 깊은 주제적 고민을 던진다. 안무가는 씨앗에서 새싹이 나올 때까지 다져지는 과정을 우리 춤의 긴 역사에 은유한다. 씨앗이 차올라 줄기를 낼 때까지의 과정은 묵언정진에 견주어진다. 춤은 가지를 내고 잎이 무성해지고 열매가 맺힐 때까지 한국 춤이 자리를 잡고 한때 도피처를 삼기도 하면서 뿌리를 내리는지를 집요하게 살핀다.
모헤르댄스컴퍼니는 전통춤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한국 춤이 현재의 감각 속에서 어떻게 다시 호흡할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걷다 바라보다 그리고 서다'는 한국 전통춤의 상징적 오브제인 버선, 풍경, 발디딤 등을 주요 동인(動因)으로 삼아, 한국 춤의 미학적 근간을 시각화하면서 현재적 언어로 다듬어낸 결과물이다. 전통춤은 상징이 동사적 의미를 추출하고 풍성한 결과를 이루지만, 이질의 현대적 춤 컨템포러리 댄스를 낳는 현실을 목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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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수 안무의 '걷다 바라보다 그리고 서다'

'걷다'의 창작 과정은 단순한 몸 언어의 조합이 아닌 전통적 움직임과 오브제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 조사를 통해 전통의 본질을 재해석한다. 한국 춤의 정적인 움직임, 간결한 호흡, 대지를 딛는 감각적 양태는 시대적 감수성과 맞닿아 있었으며, 그로부터 파생된 몸짓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團)은 전통춤과 전통을 기반으로 한 현재적 춤에 대해 무리수를 두지 않고 절제되고 편안한 공간에 대한 기억만 떠올린다.

안무가는 춤의 뿌리를 되짚으며, 우리가 딛는 ‘발’이라는 행위 자체에 집중했고, 이를 통해 전통의 움직임이 어떻게 현재화될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모헤르댄스컴퍼니는 앞으로도 한국 춤의 전통을 ‘고정된 유산’이 아닌 ‘살아 있는 진화’로 바라보며, 동시대와 공감하는 예술적 방식으로 대중과 만나고자 한다. 그리고 서다(and We Stand)는 여명이 타올라 아침을 마주하는 것처럼 서로가 존귀해지는 전통춤과 컨템포러리 댄스의 ‘공존의 서사’를 지향한다.

3장으로 구성된 '걷다 바라보다 그리고 서다'는 1장 ‘걷다’, 2장 ‘바라보다’, 3장 ‘그리고 서다’로 춤을 구축하고 느림에서 출발하여 춤에 시를 입혀 우뚝 선 성장의 징표를 내보인다. 몸 시(詩)는 상상의 한가운데에 인간과 나무가 들이고 이미지를 병사처럼 내세운다. 간절한 기원을 담은 식목(植木)에서 재배는 세상의 순한 이치를 가르치고 순리의 가치를 강조한다. 심상(心象)을 드리운 춤은 상상의 가지인 풍경을 드리운다. 과거는 현재에 중첩되어 있다.

1장 ‘걷다’ : 기초가 튼튼한 집은 무너질 리가 없다. 무수한 걸음은 기초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보통 사람들에게 걷기는 너무 일상이어서 ‘걷는다’라는 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한국적이라는 문화 관념도 그러하다. 원형이란 시대에 맞게 변화된다. 버선에서 시작된 깊은 사유는 호흡을 이어 발을 옮기며 전통적 움직임을 성찰한다. 걷는 법에서부터 천천히 다시 배우듯, 안무가는 색다른 시선으로 우리의 움직임이 어느 씨앗에서 출발했는지를 돌아본다.

2장 ‘바라보다’ : 사다리 타기가 땅을 파는 작업임을 알았다. 걷기에 집중하느라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면 같은 방식으로 나란히 걷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같은 땅을 딛고 같은 공기를 나누어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 이곳에 있다. 이들에게 서로 알찬 미래를 일구자는 따스한 시선을 보낸다.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걷고 움직이며 춤추는 사람들과 함께 우리의 춤이라는 같은 공간을 바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바라보다’는 춤을 사랑하는가를 반문한다.

3장 ‘그리고 서다’ : 스승과 후학의 비유, 작은 몸짓들이 모여 하나의 춤을 이루듯 새싹은 무성한 이파리로 성장하고 씨앗은 열매가 된다. 열매는 다시 씨앗을 품고 씨앗은 이제 하나가 아니다. 거대한 나무의 열매는 땅에 떨어져 다른 뿌리를 내린다. 같은 우리 춤꾼들이지만 다른 갈래의 춤을 춘다. 시원의 오래된 땅을 딛고, 이곳 우리의 터에서 호흡하고, 내일을 향해 서로 타인의 춤을 존중하고 서로 거목의 마음으로 춤을 춘다.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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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수 안무의 '걷다 바라보다 그리고 서다'

서연수 안무, 강요찬 연출의 '걷다 바라보다 그리고 서다'는 버선 목탁 풍경의 상징을 이미지로 연결한다. 안무가는 움직임의 강약을 적재적소에 배분하고 자신의 주장을 담는다. 그녀는 인간과 자연의 감정을 공유하는 사운드를 사용하여 감정선을 이어간다. 후반부로 갈수록 춤은 나무의 성장을 닮아가며 초록이 짙어지고, 격정적 초록의 성장 시대를 강조하며 황홀에 이른다. 모름지기 씨앗을 키우는 일은 사다리로 커가도록 느긋하게 지켜보아야 한다.

전통을 존중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선지식의 위대한 스승들이 있었다. 그들은 존중하고 존경하는 일은 후학, 학자,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기본자세이다. 초록의 풍경은 훌륭한 제자들이 태어나기를 기원하는 스승의 마음이다. 버선 하나에서 무성한 나무를 헤아리는 마음을 담은 공연은 오랜만에 만나는 존귀한 책과 같은 의미였다. 안무가 서연수는 사소한 움직임에도 의미를 주고자 하는 배려와 소탈함은 수행하고 정진하는 모습으로 비추어졌다.

(출연: 출연: 정하연 양지수 진솔 김민주 송예빈 김민희 임소현 이현석 이재영 권남형 김지연 서영록 정은영 유부곤 강민정 김도연 양유진 강성배 이소윤 임서은 LI DONGYIN 강요찬 서연수)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 BA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