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균열로 '균형력' 최하 등급…2025년 국정 파탄의 근원
AI·K-컬처 '혁신·포용력'을 동력 삼아 국가 대수술 나서야
AI·K-컬처 '혁신·포용력'을 동력 삼아 국가 대수술 나서야
광복 80년, 대한민국이 다시금 국가의 기초를 묻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등장과 AI 대혁명의 파고가 밖에서 밀려오고, 2025년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내부 균열은 안에서 곪아 터진 현실 속에서다.
이런 대변혁의 시대에 국가의 미래 좌표를 제시하는 묵직한 설계도, 『2026 대한민국 대전망』(케이북스 刊)이 출간됐다. 주제는 '대한민국 리빌딩(Rebuilding)'. 36명의 석학들은 땜질식 처방을 넘어, 지속가능한 국가 시스템을 위한 근본적인 대수술을 주문한다.
이 책은 2025년 대통령 탄핵이라는 극심한 혼돈을 겪은 대한민국호(號)가 어디가 어떻게 고장 났는지 냉철하게 진단한다. 책이 내놓은 진단은 충격적이다.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 5대 지지대' 분석 결과, '과학 혁신력'과 '문화 포용력'은 세계 최상위권(上 등급)이지만, 국가의 허리에 해당하는 '사회 균형력'은 '하(下) 등급'으로 사실상 붕괴 직전이라는 경고등이 켜졌다. 2025년의 국정 파탄이 바로 이 '사회 균형력'의 균열에서 비롯됐다고 책은 분석한다.
5대 지지대 진단…발목 잡는 '사회 균열'
책은 총 8편 37장에 걸쳐 각 분야의 '리빌딩'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1편 대한민국 조망에서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은 '선(先) 구조개혁' 없이는 '빚으로 숨 쉬는 경제'를 탈출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3편 과학 혁신력에서는 기술 추격을 넘어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중국식 피지컬 AI'와 '핵심 광물 리스크'에 대응할 산업안보 전략을 촉구한다.
가장 날카로운 메스는 6편 사회 균형력을 향한다. '영끌'과 '빚투'로 신음하는 청년 채무, 시한폭탄이 된 국민연금, 심화되는 세대 갈등과 지역 소멸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적 암(癌)'으로 지목된다.
설계도를 그린 5인의 핵심 저자들
이번 『2026 대한민국 대전망』의 철학, 전략, 구조를 이끄는 핵심 저자 그룹은 5인으로 압축된다. 이영한 교수가 기획의 나침반이라면, 사회철학자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중민(中民)' 개념을 통해 사회적 연대와 신뢰 회복이라는 사상적 근간을 세웠다.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은 AI 대전환기 한국 경제의 혁신 생태계 복원 전략을 제시하며 경제적 동력을 설계했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실용과 원칙에 기반한 외교·안보 생존 전략으로 지정학적 시야를 넓혔다. 한편, 문형남 숙명여대 학장은 이 책에서 가장 논쟁적인 'AI발 대량 감원'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며 기술과 사회의 충돌을 분석했다. 그는 AI가 가져올 '실업 대재앙'의 가능성을 경고하는 동시에, 신한류와 AI 기술이 융합된 콘텐츠 산업에서 어떻게 새로운 '문화 주권'과 '번영의 출발점'을 찾을 수 있는지 그 이중적 미래상을 제시했다. 이들 5인의 통찰이 모여 '대한민국 리빌딩'은 구체적인 설계도로 구체화됐다.
위기 속 기회, 강점으로 약점 돌파
책은 리빌딩의 동력으로 대한민국의 강점을 지목한다.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과학 혁신력'과 '문화 포용력'에서 그 실마리를 찾는다.
4편 경제 활력과 7편 환경 복원력은 AI가 '대량 감원'의 위협인 동시에 기회임을 보여준다. 'AI 기반 재택의료', 'K-AI 시티', 'AI 모빌리티 혁신' 등은 과학기술이 국민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다.
8편 문화 포용력은 K-콘텐츠가 어떻게 '신한류'로 진화하며 국가의 격을 높이는지 분석한다. 세계가 한국을 동경하고(Welcome, Koreans), 소프트파워가 하드파워를 이끄는 시대에 문화는 가장 강력한 전략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 대전망' 시리즈의 여섯 번째 권으로, 2015년 『전환기 한국, 지속가능발전 종합전략』에서 시작해 10년에 걸쳐 '국가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주제를 탐구해온 여정의 집대성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1년 이상 '바로 보고(正見)', '바로 생각하고(正論)', '바로 쓰기(正筆)'를 원칙으로 삼은 진정성 또한 엿보인다.
"그 설계는 국민들이 하는 것이다." 책은 리빌딩의 주체가 정부나 전문가가 아닌 국민 모두임을 강조하며 끝을 맺는다. 2026년, 대변혁의 안갯속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기꺼이 '작은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