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연주홀이 아닌 기념성당에서 음악회를 개최하는 것은 여러모로 여건이 취약했지만, 갑곶성지라는 신성지에서 음악회를 준비한 연주자 개개인은 설렘과 기대 속에 부풀어있었고 현대감의 사회자와 익히 알려진 성지에서의 공연이라서 그런지 성당 안은 고조하고 숙연하게 느껴졌다. 다니엘(민동규) 갑곶성지 전담 신부의 인사말로 문을 연 공연은 가을 음악회를 위해 신부님과 함께 ‘주의 기도’ 열창은 참석자들과 더불어 축하의 메시지가 되어 메아리쳤다.
첫 곡은 정순영 작곡의 ‘민속 음계에 조명된 피아노와 무용을 위한 카프리치오-파스카의 신비’로 동영상을 시청하였다. 파스카란 ‘넘어간다’라는 뜻이며 파스카와 맞닿은 결정적 체험은 하느님께서 이집트의 맏배를 치실 때, 흠 없는 어린 양의 피로 바른 이스라엘의 집을 거르고 지나친 사건이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갈대 바다를 건너 이집트를 탈출한 사건 전체를 아우른다. 춤을 춘 노혜솜(모용수)은 범상한 예고를 알리는 듯 타악기는 전율스럽고 암시적이었다.
강력한 주제 동기, 싱코페이션, 현대 화성의 피아노 색채는 음역이 광범위하게 확대되었고 춤과 접목되어 빠른 맥박과 페달포인트를 유지하였다. 심심찮게 나오는 아리랑 변주곡은 현대와 전통무용을 조화시킨 동서양의 마법이 어우러졌다. 중간부는 피아노의 리듬이 더 활동적이었으며 공간의 동시적 현존감을 준 무용수의 회전은 미적으로 세공된 안정성을 주며 화려함과 당당함으로 청중의 시선을 잠정적으로 고정시킬 수 있는 경험을 체험한 시간이 되었다.
김연하 작시, 정순영 작곡의 예술가곡 ‘흐르는 세월’은 테너 유태왕과 피아노 강지혜의 연주로 노래와 연기로 긴 삶의 여정 속에 무상한 세월을 곱씹으며 애틋하게 가사를 연결한다. 피아노와 탄탄한 호흡으로 다양한 제스처와 극적 느낌을 가사 속에 불어넣었고 역동적 에너지를 분출하였다. 애잔한 노래는 허공을 맴돌고 분사되었다. 낭만파 풍의 반주부는 가사의 분위기에 부합된 음악적 단편과 부드럽게 물결치는 하강과 상승의 굴곡 있는 선율 패턴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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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클라이맥스는 유태왕의 음악적 디자인이 활용되어 곡 전체를 통한 노래와 퍼포먼스의 상호작용은 요즈음 음악 스타일에서 흔히 보는 시도였다. 발성과 가사 속의 움직임들을 교묘히 결합하고 피아노와 응답식의 강력한 맥박이 밀고 당기며 릴레이식 범위의 표현을 위한 순수한 레가토로 진행된 결정적 도달의 순간인 종결부는 다음 사이클을 알리는 출발점이 되어 음악적 반전을 제공하였으며 마지막 너털웃음은 흐르는 세월 속의 비장한 분위기를 암시하였다.
유키 쿠라모토 작곡의 ‘로망스’를 현대 창작 무용으로 공연한 무용수 노혜솜은 시작부터 자유분방함과 프로의식으로 자신 넘치는 춤을 선사하였다. 단조의 바이올린곡은 리듬의 앞당김과 낭만풍 화성은 감성적이며 달빛과 같은 미묘한 분위기로 치솟았다. 우아함과 시골풍의 양극을 거스르는 사운드에 비트 강한 비감성적 춤으로 돌변하여 삶의 기쁨을 묘사하였다. 희미한 영상처럼 매력적인 긴장을 자아내며 로망스의 정점에 도달하며 창작무용을 구체화하였다.
자유롭게 흐르는 통찰력 있는 힘을 소유하고 로맨틱 왈츠풍에 고양되어 생동감 넘친 운동감을 창조한다. 춤의 화려함과 번득임을 담고 돌출 없이 거대한 공간을 반영한 독창성 있는 표현 방식이 두드러진 무대였다. 음악과 춤의 협업은 낭만적 균형을 형성하며 애잔한 사운드에 춤이 휘감기며 과감한 결합을 조성하였다. 곡은 짧고 비애감을 주지만, 반짝거리는 화려한 의상, 세기로 빛났던 춤, 무대에 도출된 시각적 이미지는 놀라운 광채였다.
무용에서 자유롭게 박자를 오가는 루바토는 섬세한 몸짓과 지중해풍의 태평스러움을 지니며 부점 리듬의 쾌활함을 역동적으로 표출하여 청중이 평화로움을 느끼게 하는 사려 깊은 공연이었다. 피날레 곡은 강지혜의 키보드 독창곡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였다. 해마다 10월이면 국민 노래라 칭할 만큼 애창되는 곡이어서 이 곡이 소개될 때 우레와 같은 박수가 있었다. 귀에 익숙한 멜로디는 사랑에 대한 진솔하고 담백한 고백을 들려준다.
과거의 추억과 깨닫지 못한 소중한 감정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키보드 선율은 시월의 감정선에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예술감독 정순영은 ‘가을음악회’의 끝 곡으로 이 곡을 선정 모두에게 평안을 간구했다. 강지혜는 일련의 화려하고 강한 터치로 운문의 시적 정서를 극화하며 맥락을 이어갔다. 가사 속에 함축된 감정적 가치를 반영하고 옴브라 음악이 가속화되며 긴장감이 가중되었다. 키보드는 빠른 리듬과 성부 사이에 레가토와 페달포인트, 시적 유연을 유지했다.
조성 음악은 반음계적 진행으로 신선하였고 키보드 연주로도 강지혜는 가변의 음향을 통합하는 균형감 있는 배합으로 독창곡의 정교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선율은 회상적이며 어지러운 번민을 몰아내고 공허감이 꽉 찬 슬픔을 감싸는 분위기로 복합 음계의 단편을 사용한 화성적 유려함이 응집력 있게 표현되었다. 이번 가을 음악회’는 성지를 방문하는 모든 순례자에게 시공을 초월하여 멀어져가는 일련의 추억을 반추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정순영(음악평론가 겸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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