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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한국 제조업, 반도체·바이오 전 업종 중국에 역전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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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한국 제조업, 반도체·바이오 전 업종 중국에 역전당한다"

삼성·SK·현대차 800조 투자로 초격차 전략… HBM·AI팩토리가 마지노선
한국 경제가 총체적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썰렁한 서울 시내.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경제가 총체적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썰렁한 서울 시내. 사진=연합뉴스
한국 제조업이 5년 후 반도체부터 바이오헬스까지 10대 수출 주력업종 모두에서 중국에 경쟁력이 뒤처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17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62.5%가 올해 수출 경쟁국 1위로 중국을 지목했으며, 2030년 전망에서는 이 비중이 68.5%로 더 높아졌다.

이에 삼성전자와 SK,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들이 향후 5년간 800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중국이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려운 '초격차 K팩토리'를 국내에 구축해 제조 경쟁력을 선점하려는 총력 대응 체계에 나섰다.

철강·디스플레이 이어 반도체까지 추월 위기


한경협이 수출 주력업종 매출 1000대 기업 2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철강·일반기계·이차전지·디스플레이·자동차 및 부품 등 5개 업종은 이미 중국이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전기전자·선박·석유화학·바이오헬스 5개 업종은 아직 한국이 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2030년에는 이들 업종까지 중국의 경쟁력이 높아질 거란 전망이 많았다.

한국의 기업 경쟁력을 100으로 봤을 때 올해 기준 미국 107.2, 중국 102.2, 일본 93.5 순으로 응답했으며, 2030년에는 미국 112.9, 중국 112.3, 일본 95.0 등으로 전망됐다. 특히 중국의 경쟁력이 5년 후 미국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설 것으로 기업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급격한 추격은 '중국제조 2025' 전략과 맞물려 있다. 201558일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이 전략은 10대 핵심 산업 23개 분야를 미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여 핵심기술 부품 및 기초소재의 국산화율을 2025년까지 70% 수준으로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다.

2016년 독일의 중국 연구 기관인 메릭스는 제조업 의존도가 높고 첨단산업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가 '중국제조 2025'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가격·생산성 넘어 브랜드 가치까지 위협


중국을 최대 경쟁국으로 꼽은 기업들의 분석은 더욱 우려스럽다. 올해 기준 한국 대비 중국의 분야별 경쟁력은 가격 경쟁력(130.7), 생산성(120.8), 정부 지원(112.6), 전문인력(102.0), 핵심기술(101.8), 상품브랜드(96.7) 순으로 나타났다.
2030년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가격 경쟁력(130.8), 생산성(123.8), 정부 지원(115.1), 전문인력(112.4), 핵심기술(111.4), 상품브랜드(106.5) 순으로 모두 추월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이 유일하게 우위를 보이는 브랜드 가치마저 5년 후에는 중국에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초기시장을 만들고 산업생태계를 형성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공급망을 장악하는 패턴으로 신산업에서 선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신산업 업종에서 중국은 개발-시장화-양산-판매 모두를 자체 소화할 수 있어 외국 후발 기업에 빠른 추격 기회를 주지 않아, 한국의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무력화될 위험에 처해있다고 우려한다.

HBM·AI 팩토리로 구축하는 800조 원 초격차 투자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국내 주요 그룹들은 대규모 투자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삼성은 2030년까지 450조 원, 현대차는 125조 원, LG100조 원을 각각 투자하고 SK2028년까지 128조 원 이상을 집행할 계획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의 투자가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 한 해에만 30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R&D 비용을 투자했으며, SK하이닉스 역시 HBM 등 차세대 메모리 개발을 위해 수조 원대의 R&D 투자와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삼성이 증설을 발표한 평택캠퍼스 5공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서버용 D램 등 AI 학습·추론을 떠받치는 핵심 메모리를 생산한다. SK그룹의 투자 역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사실상 'HBM 특화 제조지대'를 구축하는 데 집중되며, 4기가 모두 세워지면 투자 규모가 6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 지원과 민간 혁신 결합한 종합 대응 필요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경제 회복 불씨가 켜진 지금이 구조개혁의 적기"라며 "2026년을 잠재성장률 반등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와 한계기업 정리 등 과감한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AI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3배 이상 늘린 101000억 원으로 편성하고 R&D 예산도 353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하는 등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술을 산업화로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양적 투자를 확대하고 질적 우위를 확보해 나가면 초격차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들은 AI 팩토리 구축으로 제조 혁신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SK그룹은 엔비디아의 블랙웰 GPU 5만 장을 활용해 반도체 공장을 거대한 'AI 팩토리'로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공정 최적화와 생산성 향상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이 선점한 로봇에 정면 도전하며 국내 공장을 AI·전동화 중심의 '마더 팩토리'로 재편한다는 목표 아래, 차량 내 AI·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자율주행·로봇 기술을 제조 체계와 직접 연결할 방침이다.

기업들이 꼽은 경쟁력 제고 과제로는 대외 리스크 최소화(28.7%), 핵심인력 양성 시스템 구축(18.0%), 세제·규제완화·노동시장 유연화 등 경제효율성 제고(17.2%) 등이 제시됐다. 중국의 제조업 굴기에 맞서 한국이 기술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정부의 전략적 지원과 민간의 과감한 투자, 그리고 지속적인 혁신이 결합된 종합적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