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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SM윈드오케스트라, 서울의 바람을 주조하는 한양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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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SM윈드오케스트라, 서울의 바람을 주조하는 한양의 바람

[나의 신작 연대기(70)] 마상황 지휘자(예술감독)를 중심으로 한 음악과 우정이 함께 흐르는 공동체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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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SM윈드오케스트라 연습실 앞 현판
지긋한 소년, 바람을 부리고 다녔었다/ 뚝섬의 강바람이 신당동 골목을 스치고/ 검정 교복만으로도 멋을 부리던 시절, 기억은 낮은 음에서 높은 음으로 울었다// 얇고 가는 음까지 삼킨 연습실의 시간/ 반세기를 넘어, 아직도 이어진다/ 현(絃)을 뺀 바람은 서울 하늘을 떠돌고/ 꿈의 바람은 전국을 주유한다// 가끔 이국에서조차 울리는 바람/ 빨간 티셔츠가 머플러를 대신하고/ 바람을 부르는 서울드림윈드오케스트라는 출격을 기다린다// 서울의 바람이 한양이고/ 한양의 바람이 서울이듯/ 계절을 따라 음악은 바람과 함께 오늘도 도시를 감싼다

한양SM(School Mate)윈드오케스트라는 1945년 9월 1일, 서울 중구 신당동에 문을 연 한양 중·공고의 개교와 함께 태어났다. 한양대의 모체인 한양공고는 기술교육의 중요성을 꿰뚫어 본 설립자 김연준 박사에 의해, 광복 15일 만에 새로운 희망의 문을 열었다. 개교와 동시에 창설된 한양공고 밴드부는 1회 졸업생부터 1988년 40회 졸업생에 이르기까지 매년 약 20명의 음악인을 배출하며, 학교와 함께 숨 쉬고 성장해 왔다. 오랜 세월 속에서 밴드는 동아리를 넘어, 학생들의 열정과 꿈을 담는 공간이 되었고, 음악은 학교의 역사와 함께 흐르는 살아 있는 기록이 되었다. 이후에도 음악 교사의 지도 아래, 재학생들은 밴드 동아리로서 활동하며, 한양SM윈드오케스트라의 전통과 혼을 이음한다.

서울드림윈드오케스트라를 이해하려면 한양공고 밴드부를 알아야 한다. 한양밴드의 정신을 이어, 2015년 한양공고 밴드부 졸업생들의 친목 모임인 한양밴드 동문회에서 한양SM(School Mate)윈드오케스트라가 탄생했다. 음악은 연주만이 아니라, 학교와 지역 사회를 잇는 숨결이 되었고, 연주마다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남겼다. 학교행사와 축구 응원, 전국 고교 OB 축구 응원 행사뿐 아니라 성동구 개나리축제, 강남구 나라사랑운동본부, 남양주 K-테니스장 오픈대회, 축구협회 경기, 서울시의원 체육대회 등 곳곳에서 오케스트라는 음악으로 공간을 채우며 호흡했다. 그 속에서 한양SM윈드오케스트라는 동아리를 넘어, 전통과 열정, 우정이 함께 흐르는 살아 있는 이야기로 자리 잡았다.

2019년 6월 6일, 보다 넓은 꿈과 비전을 품고 서울드림윈드오케스트라가 창단되었다. 마상황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한양공고 23회)을 중심으로, 홍순중 단장(27회), 정재오 사무국장(26회), 김기욱·김건호 총무(32회)가 주축이 된 이 오케스트라는 음악과 우정이 함께 흐르는 공동체로 우뚝 서 있다. 현재 60여 명의 단원이 한양공고 8층 밴드부실에서 매주 한 번씩 모여 연습하며, 용산구청, 전남 무안군, 구로구청, 강동구 아파트 주민 행사, 선인중앙교회, 홍광교회, 창천교회 등 다양한 공간에서 재능을 나누고 있다.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연결하며 봉사하는 그들의 연주는 단순한 연주를 넘어 삶의 울림과 따뜻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살아 있는 선율이 된다.
한양공고 1970년대 시절 밴드부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한양공고 1970년대 시절 밴드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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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공고 1970년대 시절 밴드부 모습
한양공고 1970년대 시절 밴드부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한양공고 1970년대 시절 밴드부 모습
연습이미지 확대보기
연습
행사 대기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행사 대기 모습
나라사랑댄스 대회 초청 연주이미지 확대보기
나라사랑댄스 대회 초청 연주
모교 축구 발전후원 연주이미지 확대보기
모교 축구 발전후원 연주
열정의 연주이미지 확대보기
열정의 연주

서울드림윈드오케스트라는 다양한 형식과 장르 속에서도 감정과 정서를 고조시키는 서정성에 깊이 집중한다. ‘행진곡’, ‘라데스키’, ‘아리랑 행진곡’처럼 장대한 멜로디와 반복적인 리듬은 집단적 열정과 희망을 고양하고, ‘얼굴’, ‘구우’ 같은 곡은 개인의 감정과 회상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가요 ‘만남’, ‘내 나이가 어때서’, ‘아름다운 강산’ 역시 친근하고 일상적인 언어로 사랑과 삶, 자연에 대한 낭만적 감각을 전달하며, 듣는 이로 하여금 정서적 공감과 서정을 함께 느끼게 한다. 이처럼 서울드림윈드오케스트라는 장르와 경계를 넘어, 음악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고, 순간의 감정을 오래도록 살아 숨 쉬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추억 하나, 베트남 수교 30주년 기념 공연을 마친 뒤, 단원들은 현지에서 배를 빌려 잔잔한 바다 위를 떠돌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물살을 가르며 웃고 떠드는 동안, 들뜬 마음에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말았다. 결국 마 감독님이 남은 술을 바다에 던져 버리는 장면을 목격했고, 그 순간에는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바다 위에서 맞이한 자유롭고 유쾌한 순간은 그 아쉬움마저 따뜻한 웃음으로 바꾸며, 지금도 단원들의 마음속 깊이 잔잔한 물결처럼 남아 있다. 바람과 파도, 웃음과 음악이 어우러진 그 밤은 그들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한양밴드와 드림윈드오케스트라는 같은 연습실에서 숨을 맞추며 기량을 다지는 시간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고, 그 연습의 결실을 들고 쉼 없이 무대로 나아간다. 학교의 체육대회와 축구 경기 응원, 신입생 환영회와 졸업생 환송회, 망년회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모든 자리에서 밴드는 늘 음악으로 공간을 채운다. 드림윈드오케스트라는 구청·교회·보육원 행사 등 지역 사회의 부름에 화답하며, 선율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무안 연꽃 행사처럼 계절과 풍경이 있는 자리에서는 시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연주하고, 음악은 무대 위를 넘어 삶의 한 장면으로 스며든다. 이렇게 두 밴드는 연습실에서 시작된 울림을 도시와 사람들 사이로 흘려보내며, 일상의 시간을 조금 더 따뜻하게 물들인다.

야외 행사이미지 확대보기
야외 행사
제42회 한양제(2024)이미지 확대보기
제42회 한양제(2024)
전국무용 경연대회 연주(2017)이미지 확대보기
전국무용 경연대회 연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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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응봉산 개나리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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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시합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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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시합 응원
마상황(한양공고 23회, 목사)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이미지 확대보기
마상황(한양공고 23회, 목사)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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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역량나눔콘서트(2022)

음악을 통해 삶의 순간들을 공유하는 한양SM윈드오케스트라는 마상황 감독이 목회자의 신분으로 교회와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이끌어 가는 공동체다. 마 목사는 오케스트라 활동과 음악 봉사에 꾸준히 참여하며, 교민회 행사와 원주민교회 연주에서 깊은 감동과 호평을 받아 왔다. 이러한 나눔의 정신은 단원들의 연주에도 스며들어, 음악은 취미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언어가 된다. 한양SM윈드오케스트라는 회비와 가입비의 부담이 없고 연습 시간 또한 유연해, 직장인들도 일상 속에서 무리 없이 음악을 이어갈 수 있다. 때로는 해외 워크숍을 통해 새로운 풍경과 만나는 시간도 마련되며, 이곳에서의 연주는 책임보다는 기쁨에 가깝고, 취미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즐거운 여정이 된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한양SM윈드오케스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