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회복탄력성
이미지 확대보기이번에 한국 사회 및 성격 심리학회는 '2026년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사회심리 현상'으로 '공동체 회복탄력성(community resilience)'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회복탄력성(回復彈力性)은 최근 심리학·교육학·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성숙함’의 대표적 특징으로 주목받는 개념이다. 시련이나 고난을 겪었을 때 이를 극복하고 이전의 상태로 돌아오거나 혹은 더 나은 상태로 성장하는 심리적 역량을 의미한다. 단순히 고통을 견디는 인내심을 넘어 역경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동적인 과정을 포함하기도 한다.
'회복(回復)'의 뜻은 '이전(以前)'의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다. 즉 현재의 상태가 기준이 되는 과거보다 부정적인 지점에 있기에 그 차이를 메우는 과정이 회복이 된다. 회복이라는 단어를 쓰는 순간 우리는 대상이 현재 정상 궤도에서 이탈해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즉, 현재의 상태는 부정적인 것이고 이전의 상태가 정상이라는 함의가 있다.
심리학자들이 사람의 행동을 연구하는 데 항상 기억하고 있는 공식이 있다. 사람의 행동은 '개인적 요인과 그가 처해 있는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 중 대표적인 개인적 요인은 성격이다. 대표적인 환경은 사회적 환경이다. 이 두 요인의 상호작용을 중심 연구 주제로 삼는 심리학자들의 모임이 바로 '사회 및 성격 심리학회'다. 이 학회에서 2026년 키워드로 '공동체 회복탄력성'을 꼽았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우리 사회가 정상 궤도에서 이탈해 있고, 시급히 '회복'해야 한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동시에 우리 사회는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도 있음을 밝히는 선언이기도 하다.
1. 공동체 회복탄력성이란?
공동체 회복탄력성이란 공동체가 재난이나 사회경제적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를 사전에 준비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단순한 복구를 넘어 학습과 적응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이는 특정 자원이나 제도로 설명되는 정적인 개념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과 자원, 제도가 상호 작용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동적 과정이다. 공동체는 단순한 개인들의 집합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와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복합 시스템이며,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은 위기의 수동적인 피해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과 변화의 주체로 참여하며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능동적 행위자다.
2. 공동체 회복탄력성의 핵심 요소
1) 사회적 자본
첫 번째 요소는 사회적 자본으로, 시민 간의 신뢰와 연대, 상호 지지로 이루어진 관계망을 의미한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이 바로 이러한 사회적 자본이다.
2) 정보 공유와 의사소통
두 번째 요소는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 공유와 의사소통 체계다. 위기 상황에서 정확한 정보와 신뢰할 수 있는 소통은 불필요한 혼란을 줄이고, 공동체 차원의 신속한 대응과 공동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
3) 집단적 대응 능력
세 번째 요소는 공동체의 문제 해결 역량, 즉 집단적 대응 능력이다. 위기 속에서 강화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축적된 성공 경험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자신감과 집단 효능감을 높이며, 공동체가 이후 위기에도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3. 공동체 회복탄력성의 긍정적인 영향
선행 연구들은 공동체 회복탄력성이 개인과 공동체에 다양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롱기(Longhi) 등은 미국 워싱턴주 118개 공동체를 분석한 결과, 불리한 아동기 경험, 소득 수준, 인종 구성과 같은 구조적·사회적 위험 요인이 성인과 청소년의 정신 및 신체 건강, 문제 행동, 학교 및 직장 성과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공동체 회복탄력성이 완화한다는 것을 밝혔다. 이러한 효과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 위기 상황에서도 나타난다. 기바르(Gibar) 등은 이스라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종단 연구에서, 팬데믹 이전에 보고된 공동체 회복탄력성 수준이 팬데믹 이후 지각된 스트레스를 유의미하게 낮추는 요인임을 확인했다.
또한 공동체 회복탄력성은 오프라인 공간뿐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도 형성될 수 있으며, 개인의 정신 건강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셰(Xie) 등의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위기 속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사회적 지지망은 공동체 회복탄력성을 증진하고, 이는 높은 긍정 정서와 낮은 부정 정서와 관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디지털 환경에서도 공동체 회복탄력성이 강화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위기 속 개인을 보호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4. 공동체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방법
그렇다면 현대 사회의 만연한 위기 앞에서 공동체 회복탄력성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공동체 회복탄력성이 위기에 닥쳤을 때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 형성된 사회적 자본과 학습 경험에 의해 좌우된다고 강조한다. 즉 공동체 회복탄력성은 위기의 순간에 시험되지만 그 기반은 위기 이전의 일상 속에서 만들어진다.
또한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가, 공동체, 개인 차원의 전략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는 신속한 대응, 투명한 정보 제공, 적시적 정신 건강 서비스가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국민의 신뢰와 사회적 연대가 강화된다. 공동체 차원에서는 사회적 자본과 상호지지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집단적 대응 역량을 높일 수 있다. 개인 차원에서는 적극적인 정보 공유, 오프라인·온라인 환경의 자발적 참여 등이 공동체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공동체 회복탄력성은 사회 전체가 함께 구축해야 할 공공의 자산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복합적 위기를 보다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이 역량을 어떻게 키워갈 것인지 함께 성찰하고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이미지 확대보기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 '신명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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