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도 흔들리는 ‘화폐의 위기’…주식·채권 84% 쏠림은 5천만 노후 위협하는 ‘시한폭탄’
‘가짜 돈(지폐)’ 믿지 말고 ‘진짜 돈(금)’ 담아야…위기 시 ‘제2 외환보유고’ 역할도 기대
기금 감소기 '매도 충격' 막아줄 유일한 안전판…지금이 포트폴리오 재편 '골든타임'
‘가짜 돈(지폐)’ 믿지 말고 ‘진짜 돈(금)’ 담아야…위기 시 ‘제2 외환보유고’ 역할도 기대
기금 감소기 '매도 충격' 막아줄 유일한 안전판…지금이 포트폴리오 재편 '골든타임'
이미지 확대보기국민연금의 자산 배분(포트폴리오)은 주식 비중이 가장 높다. 전체 운용 자산의 55.2%가량을 차지한다. 이어 채권 투자가 28.6%, 대체투자는 15.9%다. 주식, 채권, 대체투자는 다시 국내와 해외 투자로 나뉜다.
문제는 국민연금 덩치가 너무 커졌다는 점이다. 국내외 주식, 채권, 대체투자로만 자산을 굴리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 물론 다양한 나라의 주식·채권 시장과 수많은 기업, 국공채에 분산 투자해 위험을 낮췄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투자는 본질적으로 ‘화폐(지폐)성 투자’다. 화폐·금융 체제가 흔들리면 이들 자산도 함께 무너질 위험이 크다.
지폐와 금융 시스템에 대한 경고음은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설마’ 하는 안일한 태도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어느 한 국가의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이 붕괴하는 시나리오만 상상해도 아찔하다. 국민연금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 연금 자산이 가라앉으면 국민 노후도 무너진다. 정부가 책임지기에는 기금 규모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이미 연금 자산은 정부 예산의 두 배를 웃돈다.
◆ 주식·채권 투자 쏠림 심각… 금융 위기 땐 직격탄
2025년 11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총 운용 자산은 1437조 원이다. 이 가운데 국내외 주식 투자 규모는 795조 원으로 전체의 55.2%다. 국내 주식은 245조 원(17.0%), 해외 주식은 550조 원(38.2%)이다.
채권 투자 규모는 412조 원으로 전체의 28.6%다. 국내 채권은 310조 원(21.5%), 해외 채권은 103조 원(7.1%)이다. 주식과 채권을 합치면 전체 자산의 83.8%에 이른다. 특정 자산군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
여러 나라의 주식·채권 시장과 기업, 국공채에 분산 투자해 안전하다고 하지만, 결국 모두 화폐성 자산이다. 화폐(지폐)·금융 체제가 무너지면 함께 무너진다. 특히 기축통화인 달러를 비롯한 지폐의 위기는 심각하다. 미국을 비롯한 국채 위험도 이미 경고 수위에 다다랐다.
대체투자 비중은 15.9%다. 내용을 뜯어보면 부동산, 인프라, 사모투자(PEF/VC)가 핵심이다. 국내외 주요 도시의 오피스 빌딩,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이 밖에 에너지, 교통 등 인프라나 기업 지분에 직접 투자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안전한 자산으로 투자를 넓혀야 한다.
◆ 안전 자산의 이동, ‘미국 국채’에서 ‘금’으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적인 안전 자산으로 미국 국채를 꼽았다. 달러 표시 국채인 데다 이자까지 꼬박꼬박 주니 이보다 안전하고 수익 좋은 자산은 없었다. 미국은 초강대국이고 달러는 기축통화라 더욱 믿음이 갔다. 하지만 이제 미국 국채를 무조건 안전 자산이라 부르지 않는다. 원금과 이자를 제때 돌려받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는 현상이 그 증거다.
국민연금의 해외 채권 투자 가운데 북미 지역 비중은 40% 안팎이다. 해외 채권 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산 배분을 다양화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화폐성 자산 어느 것 하나 안전하지 않다는 전제 아래 투자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화폐·금융 시장에 어떤 충격이 오더라도 손실을 최소화할 준비를 미리 해야 한다. 금융 시장이 갑자기 무너지면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
◆ 연금 줄어드는 시기에 주식·채권 팔면 자산 가치 더 떨어져
지금까지는 국민연금 규모가 늘어나는 시기의 투자 다변화를 이야기했다. 이제 자산 운용 규모가 줄어드는 시기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상상하고 대비해야 한다. 예측하지 못하고 대비하지 못하면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늘고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져 연금을 받는 기간도 늘어난다. 2025년 출생자 수는 25만여 명인 반면, 사망자 수는 36만 명을 넘어섰다. 2020년부터 인구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일할 사람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연금을 내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반면 은퇴 인구가 늘고 수명이 길어지면 연금 지급액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연금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는 시기, 곧 연금 자산 감소 시기가 온다.
그때가 되면 운용 자산을 해마다 더 팔아야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 해마다 운용 자산 규모는 줄어들고 기금 고갈 속도는 빨라진다.
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채권을 내다 팔기 시작하면 가격은 더 떨어진다. 국채 가격도 곤두박질칠 것이다. 연금이 주식 등을 판다는 소문이 하락세를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기금 자산을 다 팔기도 전에 자산 가치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올 수 있다. 기금 운용 자산이 주식과 채권에 너무 쏠려 있어서다. 자산 배분을 비화폐성 실물 자산으로 더 넓혀야 하는 이유다. 금은 실물·안전 자산의 대표 주자다.
◆ 국민연금이 금 팔아도 시장 충격 적어
금값은 국제 시세와 연동된다. 국민연금이 금을 판다고 해서 국제 금값이 폭락하지는 않는다. 금이 국내에 있든 해외에 있든 언제든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운용 자산 일부를 금에 투자해야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훗날 돌이켜보면 그때라도 잘했다고 평가할 것이다. 기금 규모가 늘어나는 지금, 자산 배분을 더 다양화해야 할 시기에 금 투자를 해둬야 한다. 기금 자산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여유가 없어 금을 사들이기 어렵다.
◆ 국민연금 보유 금, ‘제2 외환보유고’ 역할 톡톡
국민연금이 국내외에 실물 금을 보유하면 자연스럽게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효과를 낸다.
한국은행 외환보유고가 바닥나고 원화 환율이 급등할 때, 국민연금이 보유한 금은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국내에 보유한 금이라면 정부에 금 시세(원화)대로 팔면 된다. 해외에 보유한 금이라면 해외에서 팔아 달러를 들여오거나, 금을 국내로 들여오면 된다. 국민연금이 금을 판다고 손해 볼 일은 없다. 국제 금 시세대로 팔면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오른 금값으로 이익을 실현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는 정부 지시에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다. 외환 위기가 오면 국민연금 스스로 자산 운용 차원에서 결정하면 된다. 국민연금과 가입자가 국가 경제 위기 극복에 이바지한다는 의미도 있다. 연금 손실 없이 돕는 길이다.
국민연금이 금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 환투기 세력도 한국 외환보유고를 쉽게 넘보지 못할 것이다. 한국에 달러 자금을 빌려준 해외 금융회사들도 성급하게 자금을 회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외환보유고와 환율 방어에 든든한 뒷배가 된다.
◆ 장기적 관점의 투자… 국민적 합의와 지지 필요
화폐(지폐) 가치로 환산한 금 가격이 떨어질 때도 있을 것이다. 금값이 떨어지면 연금 가입자, 정치인, 언론이 비판을 쏟아낼 수도 있다. 금 투자에 대해서는 먼 미래를 내다보며 비판을 자제하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금 가격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올랐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한다. 지폐를 화폐로 쓰는 한, 금 가격은 미래에도 장기적으로 오를 것이다. 화폐 개혁을 하더라도 금의 가치는 보존된다. 금값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더라도 조급해하지 말고 믿고 기다려야 하는 이유다.
연금 자산은 연금 가입자의 자산이다. 정부는 관리자일 뿐이다. 연금 가입자는 영원하지만, 연금을 관리하는 정권은 유한하다. 정권 입맛대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 ‘알아서 잘하겠지’ 하고 방관해서도 안 된다. 연금 가입자들이 관심과 감시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수석 전문위원 h1234@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