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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 속 ‘시한폭탄’… 자원순환시설 연쇄 화재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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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 속 ‘시한폭탄’… 자원순환시설 연쇄 화재의 경고

포항·남양주 덮친 화마, 진화에만 6~8시간 걸리는 ‘특수 화재’
리튬 배터리 한 개가 수백 톤 폐기물 태운다… 분리배출·현장 수칙 절실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의 한 자원순환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폐기물 화재는 내부 불씨 제거가 어려워 장시간 진화 작업이 이어지는 대표적 특수 화재로 꼽힌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의 한 자원순환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폐기물 화재는 내부 불씨 제거가 어려워 장시간 진화 작업이 이어지는 대표적 특수 화재로 꼽힌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연합뉴스
최근 전국 자원순환시설에서 대형 화재가 잇따르며 폐기물 처리 현장의 안전 관리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8일 새벽 경북 포항 남구 대송면의 한 자원순환시설에서는 생활폐기물 수십 톤을 태우는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수시간 동안 진화 작업을 벌였다.

앞서 지난달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의 자원순환시설에서도 대형 화재가 발생해 진화에만 6시간 넘게 소요됐다. 당시 현장에는 소방 장비와 인력이 대거 투입됐으며 근로자들이 긴급 대피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잇따른 화재를 계기로 자원순환시설이 단순 폐기물 처리 공간을 넘어 대형 화재 위험을 안은 ‘도심 속 화약고’로 변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진화가 아니라 ‘발굴’… 폐기물 화재의 특수성


자원순환시설 화재는 일반 건축물 화재와는 양상이 다르다. 폐기물이 겹겹이 쌓여 있는 특성상 겉불을 꺼도 내부 깊숙한 곳의 불씨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소방용수가 표면에만 닿고 내부까지 침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굴착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폐기물 더미를 일일이 뒤집으며 진화 작업을 해야 한다.

포항 화재 당시에도 소방대원들은 굴착기를 활용해 수시간 동안 폐기물을 뒤집으며 잔불 정리 작업을 이어갔다.

특히 폐기물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독가스와 검은 연기는 인근 주민 불안까지 키운다. 실제 남양주 화재 당시에도 연기가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며 주민 불편과 민원이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최근 3년 폐기물 화재 63건… 반복되는 위험 신호

폐기물 화재는 일회성 사고가 아닌 반복되는 지역 안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경북에서는 최근 3년간 폐기물 관련 화재 63건이 발생해 18억7천여만 원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화재 장소는 폐기물처리·재활용시설 비중이 높았으며, 화학적 요인과 폐기물 내부 열 축적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특히 최근에는 리튬이온 배터리 사용 증가와 함께 보조배터리, 전자담배, 무선이어폰, 소형가전 등이 생활폐기물에 혼입되는 사례가 늘면서 현장 위험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약고가 된 종량제 봉투… 원인은 ‘리튬 배터리’


전문가들이 반복적으로 지목하는 핵심 위험 요인은 리튬이온 배터리다.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 무선이어폰, 소형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리튬 배터리는 충격과 압력에 매우 취약하다.

시설 내부에서 폐기물이 압착기나 분쇄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배터리가 강한 압력을 받으면 내부 손상과 함께 급격한 발열이 발생하는데, 이른바 ‘열폭주’ 현상이다.

한 번 발생한 불꽃은 종이와 비닐, 플라스틱 등 가연성 폐기물로 빠르게 번지며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폐기물 선별장 관계자는 “쓰레기 속에 섞여 들어온 배터리는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압착 과정에서 불꽃이 튀면 순식간에 화재가 번진다”고 설명했다.

결국 시민들이 보조배터리와 폐건전지 등을 반드시 전용 수거함에 분리 배출하는 것이 화재 예방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키우는 ‘인재’… 현장 안전 4대 수칙 절실


전문가들은 시민 분리배출만큼 중요한 것이 시설 내부의 철저한 안전 관리라고 강조한다.

△첫째는 과다 적재 금지다.

폐기물을 과도하게 높이 쌓을 경우 내부 열 축적으로 자연 발화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적정량 유지와 환기 공간 확보가 중요하다.

△둘째는 작업량 조절과 기계 관리다.

압축과 분쇄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열과 장비 과부하는 발화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장비 온도 점검과 냉각 시간 확보가 필요하다.

△셋째는 화기 작업 통제다.

용접이나 절단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꽃은 폐기물 시설 내 가장 위험한 발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작업 전 가연물 제거와 소화기 비치, 화기 감시인 운영 등이 필수적이다.

△넷째는 위험물 분리 보관이다.

선별 과정에서 발견된 배터리와 가스통 등 위험물은 일반 폐기물과 즉시 분리해야 한다. 위험물 방치 시 작은 불씨 하나가 연쇄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필수 시설이 기피 시설 되지 않으려면”


자원순환시설은 현대 사회의 폐기물 처리와 재활용 체계를 유지하는 필수 기반 시설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화재는 주민 불안과 시설 기피 현상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원순환시설 화재는 시민의 배출 단계와 현장 관리 부실이 맞물리며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민은 배터리 분리배출이라는 책임을 다하고, 운영자는 현장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터리 하나의 부주의와 현장의 작은 방심이 수백 톤 폐기물을 태우는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원순환시설 안전 문제는 더 이상 특정 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안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심현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mhb744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