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가 떠난 바다, 방어가 올라온 바다…기후 시나리오가 가리키는 한반도 해역의 다음 25년
이미지 확대보기독도 해저와 동해 연안의 바다는 지금도 따뜻해지고 있다.
명태가 사라진 겨울 바다, 오징어가 줄어든 위판장, 강원도까지 올라온 방어, 제주와 남해를 지나 독도 주변까지 확산되는 남방계 생물은 서로 떨어진 사건이 아니다. 같은 바다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장기 변화의 다른 장면이다.
10일 국립수산과학원 정선해양조사 관측 결과를 보면 1968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58년 동안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수온은 약 1.6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표층수온 상승폭은 0.76℃였다.
2050년 한국 바다는 지금보다 더 따뜻하고, 더 변덕스럽고, 더 예측하기 어려운 바다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래는 하나의 숫자로 고정되지 않는다.
온실가스 배출량, 해류 변화, 해양열파 발생 빈도, 자원 관리 수준에 따라 한반도 바다의 속도와 강도는 달라진다. 분명한 흐름은 있다. 냉수성 어종의 입지는 좁아지고, 난류성 어종의 활동 반경은 넓어진다.
어촌과 수산업은 과거 경험보다 관측과 예측에 더 많이 의존하는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2050년의 바다는 이미 현재의 관측값 속에 있다
미래의 바다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 관측표에 먼저 나타나고, 어장 위치가 바뀌고, 위판장 품목이 달라진 뒤 식탁 가격으로 도착한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지구 온난화로 축적된 열의 대부분이 바다에 저장되고 있으며, 1971년부터 2018년까지 해양열함량이 크게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NOAA(미국 해양대기청)도 인간 활동으로 지구 시스템에 갇힌 초과 열의 90% 이상이 바다로 흡수됐다고 설명한다.
바다는 대기보다 느리게 달아오르지만 한번 축적된 열은 오래 남는다. 2050년의 한국 바다를 읽기 위해 현재 수온 상승 추세를 봐야 하는 이유다.
이미지 확대보기한국 주변 해역은 서해와 남해, 동해가 각기 다른 성격을 갖고 있지만 최근 변화의 방향은 대체로 같다. 장기적으로 수온이 오르고, 고수온 지속 기간이 길어지며, 계절별 변동성이 커진다.
2025년에는 2월 평균 수온이 평년보다 0.85℃ 낮았지만 8월에는 평년보다 1.35℃ 높았다. 같은 해 안에서도 저수온과 고수온이 번갈아 나타나는 현상은 어민의 조업 판단과 양식장 관리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과거 어촌은 경험으로 바다를 읽었다. 어느 계절에 어느 어장으로 가야 하는지, 어느 수심에서 어떤 어종이 잡히는지, 어떤 바람 뒤에 조업을 쉬어야 하는지 몸으로 익혔다.
앞으로는 경험만으로 부족하다. 위성 수온, 실시간 관측 부이, 해양예측 모델, 자원평가 자료가 조업 판단의 핵심 정보가 된다. 바다가 빨리 변할수록 어촌의 생존 능력도 관측과 예측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명태의 귀환은 왜 어려운가
강원도 겨울 바다를 상징했던 명태는 한국 연근해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명태 감소에는 남획과 어린 개체 어획, 산란장 변화가 함께 작용했다. 그중 장기 수온 상승은 복원 가능성을 가장 크게 제한하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명태는 차가운 바다에 적응한 어종이다. 알과 자어는 적합한 수온과 먹이 조건이 맞아야 살아남는다.
성체는 이동할 수 있지만 산란장 환경이 바뀌면 자원 회복은 훨씬 어려워진다. 바다에 치어를 방류해도 성장할 수 있는 수온대, 먹이생물, 회유 경로가 함께 맞아야 자연 개체군으로 이어진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25년 기후변화 영향 브리핑북에서 연근해어업 어획량이 1980년대 151만 톤에서 2020년대 91만 톤 수준으로 줄었고, 살오징어와 명태가 급감한 반면 방어류와 전갱이류, 삼치류 같은 난류성 어종의 비중이 커졌다고 정리했다.
대표 어종의 구성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2050년의 동해에서 명태가 다시 대규모 어장을 형성할 가능성은 높게 보기 어렵다. 일부 국지적 서식 가능성이나 복원 연구는 계속될 수 있다.
그러나 1970~1980년대처럼 강원도 연안 위판장에 명태가 산처럼 쌓이던 바다로 돌아가려면 수온과 산란장, 먹이망, 어획 압력이 모두 과거와 비슷한 조건을 회복해야 한다. 현재 관측되는 장기 추세는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명태의 사례는 한 어종의 흥망을 넘어선다. 한반도 바다가 차가운 어종을 붙잡아 둘 수 있는 힘을 얼마나 잃었는지 알려주는 생물학적 기록이다. 명태가 떠난 자리를 수입 명태가 채웠지만 생태계의 빈자리는 수입으로 메울 수 없다.
오징어는 북쪽 바다를 향해 움직인다
오징어의 미래도 불안정하다. 2024년 전국 연근해 오징어 생산량은 1만3568톤으로 전년보다 42% 줄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2025년에는 3만1006톤으로 회복했지만 최근 5년 평균 3만8278톤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미지 확대보기2004년 21만3000톤과 비교하면 여전히 큰 격차가 남아 있다.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25년 수산물 생산 통계에서도 연근해어업 전체 생산량은 97만8000톤으로 반등했지만, 어종별 변동성은 계속 확인된다.
오징어는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어종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산란장과 회유 경로, 먹이생물, 해류, 조업 압력이 함께 맞아야 어장이 형성된다.
수온이 너무 높아지면 어군이 흩어지거나 더 북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오징어 감소가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점도 동북아 해역 전체가 함께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제 연구는 해양생물의 분포가 온난화와 함께 극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IPCC 해양·빙권 특별보고서는 1950년대 이후 표층 생태계 생물의 분포가 10년마다 평균 52㎞, 해저 생태계 생물은 10년마다 평균 29㎞씩 극지 방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정리했다. 수온과 산소, 해류, 수심 조건이 이동 속도와 방향을 좌우한다.
2050년 동해안 오징어 산업은 과거와 다른 형태를 피하기 어렵다. 어획량이 일시적으로 회복되는 해가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어장 위치와 조업 시기, 국제 경쟁 여건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 연안에서 잡히던 오징어가 일본 북부와 러시아 극동 해역 쪽으로 더 많이 이동하면 수입 의존도와 국제 자원 관리의 중요성도 함께 커진다.
방어와 참다랑어가 올라오는 바다
명태와 오징어가 줄어든 자리에는 다른 어종이 들어오고 있다. 방어와 삼치, 전갱이, 부시리, 참다랑어 같은 난류성 어종의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과거 제주와 남해 중심으로 인식되던 방어는 강원도 연안에서도 중요한 어획 대상이 됐다. 겨울 방어는 이미 전국 횟감 시장의 대표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2050년의 한국 바다에서는 난류성 어종의 비중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늘어나는 어종이 곧바로 수산업의 안정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방어가 늘면 방어를 잡을 수 있는 어구, 위판 체계, 냉장 유통, 소비시장, 자원 관리가 함께 준비돼야 한다. 참다랑어가 자주 출현해도 국제 규제와 자원 관리 기준을 무시할 수 없다. 대형 회유성 어종은 한 나라의 바다에 머물지 않는다.
이미지 확대보기PICES(북태평양해양과학기구)와 ISC(북태평양 참치류 및 유사어종 국제과학위원회)가 함께 다룬 북태평양 고도회유성 어종 연구도 해양환경과 대형 회유성 어종의 생산성, 분포가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WCPFC(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 역시 태평양 참치류를 생산성과 생태 균형을 함께 고려해 관리해야 한다는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해역에서 참다랑어와 방어가 늘어나는 현상은 기회이면서 경고다. 새로운 어종을 지역 산업으로 키울 수 있지만, 과거 명태와 오징어에서 겪은 자원 관리 실패를 반복하면 또 다른 감소가 뒤따를 수 있다. 바다가 새 어종을 보내준다고 해서 무한한 어장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지속 가능한 어획량을 계산하고, 산란기와 성장 단계에 맞춘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제주와 남해, 동해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2050년 한국 바다의 가장 큰 변화는 생물지리학적 경계선의 이동이다. 제주에서 먼저 나타난 아열대화는 남해를 지나 동해로 확산되고 있다. 제주 연안에서는 열대·아열대성 어류와 산호류의 출현 빈도가 늘고, 남해와 동해에서도 난류성 어종 비중이 커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 주변 바다는 쿠로시오 해류와 쓰시마난류의 영향을 받는다. 따뜻한 해수가 동중국해와 대한해협을 거쳐 남해와 동해로 들어오면 생물의 이동 경로도 함께 열린다. 수온 상승은 생물에게 보이지 않는 문을 만든다. 과거에는 겨울 저수온이 막고 있던 길이 점차 열리면서 남방계 생물이 더 북쪽까지 올라올 수 있다.
산호와 해조류 변화는 어류보다 더 민감한 신호가 될 수 있다. 산호는 스스로 먼 거리를 이동하지 못한다. 해조류 숲도 한 장소에서 환경 변화에 반응한다. 수온이 오르고 해양열파가 길어지면 연산호류, 남방계 해조류, 갯녹음 현상이 함께 변한다. 해조류 숲이 약해지면 어린 물고기의 보육장도 줄어든다. 먹이망의 출발점이 흔들리는 셈이다.
국제 학술지 연구들은 해양열파가 더 길고 잦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Nature Communications에 실린 연구는 1982~1998년과 2000~2016년을 비교했을 때 전 세계 해양의 82%에서 해양열파 빈도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IPCC와 여러 해양기관도 1980년대 이후 해양열파가 더 빈번하고 강하게 나타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동해는 앞으로 차가운 바다라는 기존 인식에서 더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강원도 연안에 방어가 잡히고, 독도 주변에서 남방계 생물이 관찰되는 흐름은 예외적인 장면으로 남지 않을 수 있다. 2050년의 동해는 냉수성과 난류성 생물이 더 복잡하게 섞이는 바다에 가까워질 전망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양식업은 고수온과 함께 살아야 한다
2050년 한국 수산업에서 양식업의 비중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는 2024년 세계 수산양식 현황 보고서에서 2022년 세계 수산·양식 생산량이 2억2320만 톤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양식 생산이 처음으로 어로어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세계 수산물 공급의 중심이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도 같은 방향에 놓여 있다. 2025년 국내 수산물 생산량은 393만 톤으로 전년보다 8.7% 늘었고, 해면양식업 생산량은 253만 톤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김과 미역, 다시마, 굴, 전복, 넙치 같은 양식 품목은 이미 한국 수산업의 핵심 축이다.
그러나 양식업의 확대는 기후 리스크의 확대와 함께 온다. 2024년에는 9월 하순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고수온 현상이 지속됐고, 수산 분야 고수온 피해가 1430억 원으로 최근 10년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어류뿐 아니라 굴, 피조개, 새꼬막, 멍게 등 수하식·살포식 양식생물에서도 고수온 피해가 발생했다고 정리했다.
2050년 양식업의 경쟁력은 생산량 확대보다 안정성 확보에 달려 있다. 고수온에 강한 품종, 순환여과식 양식, 스마트양식, 실시간 수온·용존산소 관측, 질병 예측, 재해보험 개선이 모두 필요하다. 양식장은 이제 바다에 띄운 농장이 아니라 기후위험을 관리하는 생산시설이 돼야 한다.
이미지 확대보기식탁은 바다보다 늦게 변하지만 결국 따라간다
한국인의 식탁은 이미 바뀌고 있다. 명태는 수입 의존도가 높아졌고, 오징어 가격은 어획량 변동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반대로 방어와 참다랑어, 삼치, 전갱이에 대한 소비 관심은 커졌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유통망은 계절성 어종을 빠르게 상품화하고 있다.
2050년 식탁에는 지금보다 다양한 난류성 어종이 올라올 수 있다. 방어와 삼치, 부시리, 참다랑어가 더 익숙한 수산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제주와 남해에서 먼저 자리 잡은 소비문화가 동해안과 내륙 시장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가 늘어나는 속도만큼 자원 관리가 따라가지 못하면 가격 불안과 자원 감소가 반복될 수 있다.
식량안보의 관점에서도 바다 변화는 중요하다. FAO는 세계 수산물 소비가 장기적으로 늘고 있으며, 해양 수산자원의 지속가능성이 식량안보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고 평가한다. 2021년 기준 세계 해양 어족자원의 37.7%가 남획 상태로 분류됐다는 점도 경고로 남아 있다.
한국은 수산물 소비가 많은 나라다. 국내 연근해 자원이 흔들리면 수입 의존도는 더 커지고, 국제 가격과 환율, 물류 여건, 수산자원 규제 변화가 국내 식탁에 더 크게 반영된다. 2050년의 수산정책은 어민 지원정책을 넘어 식량정책, 기후정책, 지역경제정책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더 많이 잡는 시대에서 더 정확히 읽는 시대로
한반도 바다의 다음 25년은 적응의 시간이다. 어종은 이동하고, 어장은 흔들리고, 양식장은 고수온과 싸우며, 소비시장은 새로운 품목을 받아들인다. 과거의 수산정책이 생산량 확대에 무게를 뒀다면 앞으로는 변동성 관리가 핵심이 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기후변화 영향 전망과 평가를 위해 IPCC 시나리오 자료를 한국 해역에 맞게 상세화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전 지구 기후모델 자료를 그대로 쓰기에는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류와 지형, 수심, 연안 조건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지역 해역에 맞춘 예측 모델이 정교해질수록 어민과 양식업자는 출항 시기, 양식 품종, 재해 대응을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수산업의 미래 경쟁력은 세 가지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먼저 바다를 촘촘히 관측하는 능력이다. 다음은 관측 자료를 어민이 이해할 수 있는 예측 정보로 바꾸는 능력이다. 마지막은 새로운 어종을 무리하게 잡아내는 대신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관리하는 능력이다.
2050년 한국 바다가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완전히 정해지지 않았다. 배출 감축과 자원 관리, 기술 전환의 속도에 따라 피해는 줄어들 수 있고 기회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준비가 늦어지면 변화의 비용은 어민과 양식업자, 가공업체, 소비자가 나눠 떠안게 된다.
한반도 바다는 이미 과거의 바다에서 멀어지고 있다. 명태가 떠난 바다는 오징어 감소를 겪었고, 오징어가 줄어든 항구는 방어와 참다랑어를 바라보고 있다. 제주에서 시작된 아열대화는 남해를 지나 동해와 독도까지 흔적을 남기고 있다. 위성은 매일 바다의 체온을 재고, 과학자들은 장기 관측표에 변화를 기록하며, 어민들은 가장 먼저 바다의 낯선 리듬을 몸으로 견디고 있다.
2050년 한국 바다는 더 뜨거운 바다일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더 많은 선택을 요구하는 바다이기도 하다. 어떤 어종을 지킬 것인지, 어떤 어종을 새 산업으로 키울 것인지, 어떤 양식 체계를 만들 것인지, 어느 지역 어촌을 어떻게 적응시킬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로 남는다.
이미지 확대보기바다는 이미 답을 조금씩 내놓고 있다. 명태의 빈자리, 오징어가 줄어든 위판장, 방어가 올라온 동해, 독도 해저의 남방계 생물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한국 수산업의 다음 시대는 바다를 더 많이 이용하는 능력보다 바다의 변화를 더 빨리 읽고 더 신중하게 적응하는 능력에서 결정될 것이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