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안재영은 고요히 펼쳐진 화면 위에 유영하는 색채의 진동과 율동적인 조형의 흐름을 중첩하며, 사물에 깃든 기억의 잔향을 서정적 서사로 직조한다. 그의 작업은 부재가 남긴 정서적 흔적을 감각적 이미지로 환원하는 과정에 가깝다. 작가는 장르적 관습과 형식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내면의 심상과 외부 세계의 표상을 끊임없이 호출하고 해체한다. 이처럼 축적과 소거를 반복하는 조형적 실험은 감정의 결이 충분히 응축될 때까지 지속된다.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정조는 ‘그리움’이다. 아버지를 향한 기억과 정서적 회상이 서사의 중심축을 이루며, 최근 1년간 제작된 작품들은 작가가 마주한 내적 성찰과 창작의 사유를 응축해 보여준다. 그는 일상 속 사물에 스며든 시간의 퇴적과 부재의 흔적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누군가를 향한 절실한 감응을 회화적 이미지로 전환한다. 화면 위에 덧입히고 지워내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기억의 층위를 축적하며, 물성의 깊이와 정서적 밀도를 한층 농밀하게 구축한다.
안재영은 사물을 시간과 기억을 품은 존재로 바라보며 그 안에 잠재된 서사를 화면 위로 불러낸다. 사물은 저마다 기억과 정서를 간직한 채 은유적 언어를 발화한다. 전시장 입구의 ‘맨드라미’를 시작으로 추상적 경향이 두드러진 신작들로 이어지며, 내밀한 전시 공간에서는 작가가 탐구해 온 도자 평면화가 배치되어 다시금 구상적 서사의 결을 드러낸다. 이 같은 구성은 추상과 구상, 기억과 재현 사이를 넘나드는 작가의 조형적 사유를 입체적으로 조망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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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문신미술상은 한국 현대조각의 거목인 문신의 예술적 유산과 창조적 정신을 계승하고자 제정된 상으로, 안재영은 지난해 제24회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심사위원회는 그를 특정 매체나 형식의 경계를 고수하지 않고 평면과 입체, 나아가 영상 작업에 이르기까지 조형 언어의 확장을 지속해 온 작가로 주목했다. 또한 시대적 감수성과 실험적 태도를 바탕으로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 왔다는 점에서, 문신이 추구했던 개척적 예술 정신을 오늘의 맥락 속에서 창의적으로 계승하는 동시대 작가로 평가하며 수상의 의미를 부여했다.
미술평론가 임창섭은 안재영의 작업에 대해, 사물에 스쳐 지나가는 순간적 인상과 미세한 정서를 예민한 조형 감각으로 포착해 독창적인 이미지로 재구성하는 역량이 돋보인다고 평가한다. 그는 다른 재료와 시각적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하며, 기존의 형식적 규범이나 장르적 경계를 넘어서는 개방적이고 확장된 예술세계를 구축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작업은 감각과 기억, 물성과 정서가 교차하는 다층적 조형 공간을 제시한다.
안재영은 문신미술상 본상으로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조형적 성취와 예술적 깊이를 공적으로 인정받았다. 임창섭의 언급처럼 그는 작업실에서의 치열한 탐구와 성찰에 몰두하며 자신만의 창작 세계를 구축해 왔다. 고독한 수행의 시간은 흔들림 없는 집중력과 끈질긴 실험정신으로 이어졌고, 동시대 미술계에서 독자적 조형 언어를 구축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의 작업에는 타고난 감수성과 부단한 자기 연마가 교차하며, 예술을 삶의 본질적 소명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배어 있다. 숙명처럼 선택된 창작의 길 위에서 그는 끊임없이 한계를 갱신하며 고유한 예술적 궤적을 이어간다.
미술평론가 장준석은 안재영의 회화에 대해, 밝고 풍요로운 색채가 화면을 감싸며 한 편의 서정적 선율처럼 감각적인 울림을 자아내지만, 그 이면에는 가볍지 않은 시간의 축적이 자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표면을 따라 흐르는 붓질의 흔적과 화면 깊숙이 스며든 정서의 결을 찬찬히 마주할 때, 관람자는 화려한 색채 아래 잠재된 고뇌의 시간과 묵묵한 수련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그의 작업은 순수한 감수성과 뜨거운 창작 의지, 그리고 오랜 인내가 켜켜이 쌓여 형성된 결과물로, 따뜻하고 화사한 조형 언어 뒤편에 자리한 인간적 진정성과 정신적 밀도를 은은하게 드러낸다.
‘Missing You_사물의 기억’은 색채의 응축과 이완, 붓질의 리듬, 화면이 지닌 심연적 공간감이 교차하며 내면의 정서를 감각적으로 환기한다. 깊이감 있는 화면 속에서 중첩된 색 면들은 점진적으로 전면 부상하며 독특한 공간적 진동과 시각적 운동성을 생성하고, 화면 전체는 긴장과 균형 사이를 정교하게 조율해 나간다. 산재한 선적 흔적과 선명한 색의 파편들은 시선을 화면 전반으로 유도하며, 색채의 리듬과 변주 속에서 시각적 유희를 확장한다. 특정한 형상에 의존하지 않고도 밀도 높은 감각적 장을 구축해 내는 지점이야말로 그의 조형 언어가 지닌 핵심적 성취이다.
학예사 윤영필은 장르 간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매체와 형식의 혼종적 결합을 통해 확장된 조형 언어를 구축한다고 설명한다. 그가 제시한 ‘사물의 기억’ 연작은 ‘on trail’ 시리즈의 연장선상이며, 동일한 사물이라 할지라도 누구의 경험과 시선에 의해 매개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적 층위를 획득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안재영은 이러한 관계적 사유를 바탕으로 물성과 회화를 긴밀히 접속하며, 이를 자신만의 조형적 자율성으로 전환해 나간다.
그의 작업은 시간의 퇴적 속에서 서서히 변형되고 재조합되는 사물의 흔적과 그 접촉의 순간마다 발생하는 미세한 사건적 진동에 집중한다. 더 나아가 작가는 사물의 기억이 남아 있는 장소를 직접 답사하며 감각적으로 체화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유동적으로 넘나드는 조형 언어로 재구성함으로써 기억의 지층을 시각적으로 가시화한다.
작품은 계획된 질서라기보다 우연성과 즉흥성이 교차하는 구성 속에서 다양한 사물과 물질의 파편들이 결합하며 형성된다. 이러한 비결정적 배열은 화면의 구조를 끊임없이 변이시키며, 일상적 사물의 이면에서 비물질적인 기운이나 존재의 기척을 감각적으로 환기한다. 결과적으로 그가 사유하는 ‘사물의 기억’은 구체적 재현을 넘어 추상적 이미지의 장으로 확장되며, 관람자에게 감각과 인식이 교차하는 열린 시각적 공간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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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안재영(b.1968)은 회화, 도예, 판화, 영화제작, 글쓰기, 음악, 미디어 등 여러 매체를 가로지르며 장르의 경계를 해체하고 재구성해 온 예술가로, 고정된 형식에 머무르지 않는 확장된 조형 실천을 지속해 왔다. 그는 예술을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주되는 과정으로 인식하며, 이론과 실천을 병행하는 태도 속에서 집요한 창작의 궤적을 이어온다. 학문적으로는 성균관대와 고려대 대학원 미술교육과를 거쳐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예술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탈리아 국립예술학교 건축도예과와 알토(Aalto)大에서 석사과정 이수, 국제적 예술 담론 속에서 조형 언어를 확장해 왔다.
그는 조선일보미술관을 비롯한 다수의 개인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작업 세계를 발표해 왔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하는 한편 이탈리아 메트코 차석 수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국회의장상, ‘오늘의 미술가상’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통해 예술적 성취를 인정받았다. 또한 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역임하며 동시대 공예와 미술의 접점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 왔다.
안재영은 박경리문학관 스튜디오 입주 작가로서의 체류 경험을 통해 작업의 사유 지평을 확장해 왔으며, 현재 그의 작품은 광주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동부지방법원, 중국성경미술관, 목포종합경기장 등 다양한 공공 및 기관 컬렉션에 소장되어 동시대 미술 제도 안에서 그 조형적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는 그의 작업 세계가 개인 차원을 넘어 제도적·공공적 영역으로 점진적으로 확장되며 사회적 담론의 일부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안재영의 ‘Missing You_사물의 기억’展은 사물을 매개로 한 기억의 고고학적 탐사이자, 회화를 통해 부재의 정서를 가시화하는 동시대적 시도이다. 반복적 축적과 소거의 회화적 행위는 부재의 감각을 물질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화면을 단순한 재현의 공간이 아닌 감정의 퇴적지로 전환한다. 안재영의 작업은 장르와 매체의 경계를 지속적으로 교란하며, 존재의 결핍과 정서적 잔향을 회화적 밀도로 전환하며, 화면 전체를 감각적 에너지의 장으로 확장한다. 그의 작업은 회화를 하나의 열린 감각적 사건으로 확장하는 조형적 실천으로 귀결된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