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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은대 작가 겸 자이언트북컨설팅 대표 "실패했기에 글을 썼고 664명에게 글쓰기 삶을 주었고, 나는 새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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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은대 작가 겸 자이언트북컨설팅 대표 "실패했기에 글을 썼고 664명에게 글쓰기 삶을 주었고, 나는 새 사람이 되었다"

전과자 파산자 알콜중독자... 10년만에 책 12권 낸 출판 프로듀서 국내 1호
책을 쓴다는 건 자기 삶 편집권 되찾는 일...글쓰기는 재능 아니라 체질의 문제
이은대 작가 겸 자이언트북컨설팅 대표가 독서 특강을 통해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10년동안 664명이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사진=이은대 이미지 확대보기
이은대 작가 겸 자이언트북컨설팅 대표가 독서 특강을 통해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10년동안 664명이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사진=이은대
전과자, 과거의 멍에는 오늘의 육신을 갉아먹고 미래의 영혼을 옥죈다. 잠이 오지 않는 현실에 술을 한 모금 채우자 막노동에 지친 몸은 고목처럼 쓰러진다. 오늘 하루 또 살아냈다. 작가 이은대는 고백한다. 어느날 닥친 재앙은 그를 전과자로 몰았고 전과자는 다시 파산자로 이어지고 알코올은 악마의 위로처럼 그를 흔들어댔다. 그때 발견한 글쓰기는 그에게 새로운 삶을 주었다. 그렇게 10년. 12권의 책을 냈고 자이언트북컨설팅 대표로서 664명에게 자기 이름을 단 책을 내도록 했다.

기자는 이은대 작가가 첫 책을 낸 이후 9년만에 다시 인터뷰를 했다. 카톡을 타고 온 작은 글자들은 문답이 아니라 닦을 힘조차 없어 까맣게 굳어버린 눈물이었다. 10년 분투의 글쓰기, 664명의 쓰기 멘토, 그리고 새 사람으로 거듭나기. 이은대의 '글쓰기 오디세이'를 따라가본다. 질문 8개 문항에 답변이 무려 9천자가 넘었다. 작가 뜻을 존중해 원문대로 싣는다.

- 막노동꾼에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출판 프로듀서로 거듭난 지난 삶의 노정이 참으로 치열합니다. 지난 10년을 인생에서 어떤 의미로 봐야 할까요?


"치열했다는 말씀을 들으면 늘 조금 머쓱해집니다. 제가 한 일은 치열함이라기보다 반복에 가까웠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한 편을 쓰고, 사람들 앞에 서서 수업을 하고, 다시 새벽에 일어나 한 편을 쓰는 일. 그 단순한 순환을 십 년 동안 놓지 않았을 뿐입니다. 참고로 작가수업을 처음 시작한 시점이 2016년 5월이니 올해로 만 십 년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 664명이 자기 이름을 단 책을 냈고, 제 개인 저서는 열두 권이 되었습니다.

저는 전과자였고, 파산자였고, 알코올에 기대어 살던 사람이었고, 공사 현장에서 하루 일당을 받던 막노동꾼이었습니다. 그 시절을 미화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그 자리에서 배운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인생의 바닥에서는 계획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바닥에서 통하는 방법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든 살아내는 일뿐이었습니다. 저에게 그 방법이 글쓰기였습니다.

처음에는 살자고 썼습니다. 나를 설명할 언어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던 시절, 종이 위에서만 제가 저를 변호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도 제 말을 들어주지 않던 때에 백지는 끝까지 들어주었습니다. 그렇게 몇 해를 쓰고 나니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 글을 읽은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쓰고 싶다는 말, 나도 쓸 게 있다는 말. 그 말들이 모여 작가수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십 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회복의 기록이 아니라 재구성의 기록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전으로 돌아간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업하던 시절의 저로 복귀한 것도 아니고, 잃은 것을 되찾은 것도 아닙니다.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다시 지어졌습니다. 실패가 지워진 것이 아니라, 실패가 재료가 되었습니다. 제 수업의 힘도 성공담이 아니라 실패의 목록에서 나옵니다. 무너져 본 사람만이 무너지려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봅니다.

또 하나, 이 십 년의 의미를 저 혼자의 서사로 말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664명이라는 숫자는 제 실적이 아니라 664개의 인생이 각자 결단한 결과입니다. 아이 셋을 키우며 새벽 네 시에 쓰던 어머니, 정년을 앞두고 첫 원고를 붙들던 공직자, 병상에서 노트북을 켜던 분. 그분들이 자기 몫의 치열함을 감당했고, 저는 옆에서 방향을 잡아드렸습니다. 제가 배출했다는 표현보다 함께 건넜다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결국 지난 십 년은 한 사람이 읽고 쓰는 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실험한 기간이었습니다.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은대 작가의 책. 왼쪽 '자기계발 강사되는 법'이 가장 최근에 낸 책이다. 사진=이은대이미지 확대보기
이은대 작가의 책. 왼쪽 '자기계발 강사되는 법'이 가장 최근에 낸 책이다. 사진=이은대

- '나이 오십은 얼마나 위대한가' '시간을 아끼고 지식을 압축하는 요약 독서법' 등 삶의 깊이를 더하는 책을 꾸준히 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삶을 대하는 태도나 지식을 흡수하는 방식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합니다.


"두 가지가 바뀌었습니다. 하나는 속도이고 다른 하나는 방향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모으는 사람이었습니다. 책을 사면 서가에 꽂히는 권수가 늘어나는 일이 뿌듯했고, 강연을 들으면 노트가 두꺼워지는 일이 성장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오십을 넘기며 확인한 사실이 있습니다. 쌓인 정보와 바뀐 삶 사이에는 아무 상관관계가 없었습니다. 서가는 두꺼워졌는데 제 하루는 그대로였습니다.

그때부터 읽는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한 권에서 백 가지를 얻으려 하지 않고 한 가지를 남기는 쪽으로 옮겼습니다. 『요약 독서법』은 그 전환의 기록입니다. 요약이라는 말을 분량 줄이기로 오해하는 분들이 계신데, 제가 말하는 요약은 압축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이 책에서 내 삶에 심을 문장 하나를 고르는 일. 나머지는 흘려보내도 무방합니다. 한 권에서 한 문장을 건지면 일 년에 백 권을 읽는 사람은 백 개의 실천 항목을 갖게 됩니다. 그 편이 밑줄로 새까매진 책 백 권보다 삶을 바꿉니다.

태도의 변화는 조금 다른 결입니다. 오십 이전에는 판단이 빨랐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몇 분 안에 규정했고, 상황을 만나면 곧바로 결론을 냈습니다. 지금은 판단을 미룹니다. 미루는 힘이 나이가 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패의 데이터가 쌓이면 세상이 내 예측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결론 대신 질문을 오래 들고 다닙니다. 원고를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문장을 고쳤고, 지금은 왜 이렇게 썼는지 먼저 묻습니다. 그 질문 하나로 원고가 살아나는 경우를 수없이 보았습니다.

'나이 오십은 얼마나 위대한가'를 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오십은 상실의 나이로 취급받습니다. 체력이 줄고 직장이 흔들리고 자녀는 떠나갑니다. 그런데 오십에는 이십대와 삼십대가 결코 가질 수 없는 자산이 하나 있습니다. 실패해 본 이력입니다. 무엇이 통하지 않는지 아는 사람만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오십의 강점은 남은 시간이 짧다는 자각에서 나오는 선택의 정확도입니다. 저는 그 정확도를 위대함이라고 불렀습니다.

지식을 흡수하는 방식도 자연히 바뀌었습니다. 요즘 제 독서는 세 갈래입니다. 첫째, 쓰기 위해 읽습니다. 다음 원고에 필요한 자리만 정밀하게 읽습니다. 둘째, 가르치기 위해 읽습니다. 수강생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분에게 건넬 문장을 찾습니다. 셋째, 흔들리기 위해 읽습니다. 제 생각과 반대편에 선 책을 일부러 고릅니다. 이 세 번째 독서가 사람을 늙지 않게 합니다. 확신만 쌓는 독서는 나이보다 사람을 빨리 굳게 만듭니다"

이은대가 낸 책들. 이 작가는 책을 쓰는 건 자기 삶의 편집권을 찾는 일이라고 했다. 사진=이은대이미지 확대보기
이은대가 낸 책들. 이 작가는 책을 쓰는 건 자기 삶의 편집권을 찾는 일이라고 했다. 사진=이은대


- 국내 1호 출판 프로듀서로 평범한 사람들의 책 출간을 이끌어 왔습니다. '책쓰기'가 가지는 본질적인 가치는 무엇인가요?


"책쓰기의 본질은 자기 삶의 편집권을 되찾는 일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남이 써준 문장 속에서 살아갑니다. 부모가 붙여준 설명, 학교가 매긴 등급, 직장이 부여한 직함, 이웃이 수군거린 소문. 그 문장들이 모여 한 사람의 정체가 됩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남이 쓴 문장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전과자, 파산자, 실패한 사업가. 그 단어들이 제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책을 쓴다는 행위는 그 편집권을 자기 손으로 가져오는 사건입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 다른 문장을 쓸 권리, 어디까지가 원인이고 어디부터가 의미인지 스스로 정할 권리. 원고를 붙들고 몇 달을 씨름한 사람은 예외 없이 이 경험을 합니다. 자기 인생을 처음으로 자기가 서술해 본 사람의 표정은 이전과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결과물로 보지 않습니다. 서점에 깔린 종이 뭉치는 부산물에 가깝습니다. 진짜 가치는 원고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에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은 세 가지를 얻습니다.

첫째, 자기 삶의 목록을 갖게 됩니다. 목차를 짜려면 살아온 시간을 전부 꺼내 늘어놓아야 합니다. 그 작업을 해본 사람은 자기 인생에 쓸 만한 재료가 이렇게 많았다는 사실에 놀랍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 삶을 하찮게 여기는 이유는 삶이 하찮아서가 아니라 한 번도 목록으로 정리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사고의 근육이 생깁니다. 한 권 분량의 논리를 세우려면 흩어진 생각을 계속 연결해야 합니다. 이 작업은 뇌를 다시 배열합니다. 책을 낸 분들이 이후 직장에서, 사업에서, 대화에서 달라졌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문장을 정리하는 능력은 곧 삶을 정리하는 능력입니다.

셋째, 좌표가 생깁니다. 책은 명함이 아니라 좌표입니다. 나라는 사람이 어디에 서 있고 어느 쪽을 보고 있는지 세상에 표시하는 일입니다. 좌표를 찍은 사람에게는 그 좌표를 보고 사람이 찾아옵니다. 강의 요청, 협업 제안, 뜻밖의 독자. 평범한 사람의 인생이 확장되는 통로가 이렇게 열립니다.

평범한 사람의 책이 왜 필요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저는 반대로 묻습니다. 유명한 사람의 이야기만 남는 사회가 건강하겠느냐고. 정작 사람을 살리는 문장은 대단한 성취담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자기 자리에서 버틴 기록에서 나옵니다. 664권의 책이 그 증거입니다"

이은대 작가가 낸 책들. 이 작가는 5060 세대에게 '가장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며 자기 경험을 쓸 것을 권한다. 사진=이은대이미지 확대보기
이은대 작가가 낸 책들. 이 작가는 5060 세대에게 '가장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며 자기 경험을 쓸 것을 권한다. 사진=이은대


- 그동안 수많은 예비 작가를 마주했을텐데요, 글을 쓰고 싶어하지만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으로 강조하는 '글쓰기를 통한 자립의 힘'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주저하는 분들의 말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문장력이 부족하다, 특별한 경험이 없다, 시간이 없다. 십 년 동안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이유는 그 안에 있지 않았습니다. 진짜 이유는 평가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내 글이 형편없다는 말을 들을까 봐, 나를 아는 사람이 비웃을까 봐 쓰지 못합니다.

그래서 제가 말하는 자립은 경제적 독립이 아니라 평가로부터의 독립에서 출발합니다. 자립에는 세 단계가 있다고 정리해 두었습니다.

첫 단계는 감정의 자립입니다. 글을 쓰면 자기 감정에 이름이 붙습니다. 막연히 힘들다고 느끼던 상태가 문장이 되는 순간, 그 감정은 다룰 수 있는 대상으로 바뀝니다. 이름 없는 고통은 사람을 삼키지만 이름 붙은 고통은 재료가 됩니다. 저는 술로 감정을 처리하던 사람이었고, 지금은 종이로 처리합니다. 이 전환 하나로 사람이 삽니다.

두 번째는 언어의 자립입니다. 자기 문장을 스스로 판단하는 눈이 생기는 단계입니다. 처음 수업에 오시면 대부분 잘 썼는지 물어보십니다. 몇 달이 지나면 질문이 바뀝니다. 이 문단이 앞과 연결되지 않는 듯한데 어떻게 보시느냐고 묻습니다. 판단의 주체가 저에게서 그분에게로 넘어간 순간입니다. 이때부터 그분은 스승이 없어도 계속 씁니다. 제 수업의 목표는 사실 이 지점입니다. 저 없이 쓰게 만드는 일.

세 번째가 경제의 자립입니다. 글이 쌓이면 책이 되고, 책이 나오면 강의가 따라오고, 강의를 하다 보면 코칭이 생깁니다. 실제로 제 수업을 거쳐 강사가 되고 코치가 된 분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순서를 뒤집으면 거의 실패합니다. 돈이 되는 글을 먼저 찾으면 오래 쓰지 못합니다. 오래 쓴 사람에게 돈이 따라오는 순서라야 무너지지 않습니다.

주저하는 분들께 제가 실제로 건네는 말은 단순합니다. 잘 쓰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계속 쓰는 몸을 만들자는 이야기입니다. 글쓰기는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체질의 문제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앉는 습관이 몸에 배면 문장은 뒤따라옵니다. 저는 재능 있는 사람이 중도에 사라지고 성실한 사람이 책을 내는 장면을 십 년 동안 반복해서 보았습니다.

특별한 경험이 없다는 말씀에도 답을 드립니다. 독자가 원하는 대목은 사건의 크기가 아니라 감정의 정확도입니다. 해외에서 겪은 대단한 일보다 새벽 부엌에서 혼자 밥을 먹던 십 분이 사람을 울립니다. 삶에 사건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건을 문장으로 옮겨본 적이 없을 뿐입니다"

이은대 작가가 낸 책들. 이 작가는 AI 활용은 필요하지만 손글씨를 권한다. 문장의 밀도를 높인다는 얘기다. 사진=이은대이미지 확대보기
이은대 작가가 낸 책들. 이 작가는 AI 활용은 필요하지만 손글씨를 권한다. 문장의 밀도를 높인다는 얘기다. 사진=이은대


- AI 시대에 사람이 손으로 쓰는 글, 책이 갖는 고유한 생존 전략이나 가치는 어디 있나요?


"저는 AI를 배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AI를 활용한 글쓰기 과정을 따로 만들어 가르치고 있습니다. 자료 조사, 구조 점검, 표현 다듬기에서 이 도구의 효용은 분명합니다. 도구를 거부하는 일은 전략이 아니라 고집에 가깝습니다.

다만 도구가 대신할 수 없는 자리가 어디인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제가 보는 경계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AI는 평균을 씁니다. 무수한 문장을 학습해 가운데 값을 내놓습니다. 문법은 매끄럽고 구성은 반듯합니다. 그런데 사람을 흔드는 문장은 평균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예외에서 나옵니다. 어느 새벽 공사장 컨테이너에서 식은 국밥을 먹으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 순간 손끝이 얼마나 시렸는지, 그 구체는 겪은 사람의 몸에만 저장되어 있습니다. 데이터에 없는 문장을 쓸 수 있는 존재는 아직 사람뿐입니다.

둘째, AI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글에는 서명이 따릅니다. 내가 쓴 문장대로 살아야 한다는 압박, 부끄러운 문장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의 화끈거림. 그 책임감이 글을 무겁게 만들고, 독자는 그 무게를 읽습니다. 자기 이름을 걸고 쓴 문장에는 삶을 저당 잡힌 사람 특유의 진동이 있습니다. 독자는 생각보다 훨씬 예민하게 그 진동을 감지합니다.

셋째, 독자는 정보를 읽지 않고 사람을 읽습니다. 정보만 필요하다면 검색으로 충분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책을 사는 이유는 저자의 태도를 만나고 싶어서입니다. 이 사람이 무엇을 견뎠고 무엇을 포기하지 않았는지, 그 궤적을 확인하고 싶어서입니다. 검증 가능한 삶이 뒤에 서 있는 문장과 그렇지 않은 문장은 다릅니다.

그래서 AI 시대의 생존 전략을 물으신다면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남이 대신 쓸 수 없는 자리로 더 깊이 들어가는 방법뿐입니다. 자기 체험, 자기 실패, 자기 관점. 이 세 가지를 파고들수록 대체 불가능성이 올라갑니다. 반대로 정보 요약과 트렌드 정리에 머무는 글은 빠르게 자리를 잃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겠습니다. 손으로 쓰는 행위 자체에도 기능이 있습니다. 손글씨는 느립니다. 그 느림이 생각을 정돈합니다. 저는 지금도 원고의 뼈대를 잡을 때 노트에 손으로 씁니다. 자판은 생각을 앞질러 가지만 펜은 생각을 기다려줍니다. 속도를 겨루는 시대에 일부러 느린 도구를 쥐는 일. 그 선택이 결국 문장의 밀도를 만든다고 믿습니다"

- 작가께서 그동안 이룬 성취도 대단하지만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나 개인적으로 품고 있는 삶의 비전이 있다면?


"세 가지를 품고 있습니다.

첫째, 작가를 넘어 지도자를 길러내는 일입니다. 664명이 책을 냈습니다. 다음 단계는 그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사람을 이끄는 일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요즘 힘을 쏟는 쪽이 양성 과정입니다. 라이팅 코치 양성과정, K-스토리텔러 강사 자격 과정, 자기계발 강사 양성 과정, 메시지 메이커 양성과정, 요약 독서법 강사 양성과정을 순차적으로 세우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다시 사람을 세우는 존재로 넘어가는 사다리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제가 한 사람에게 십 년을 쏟는 대신 백 명의 코치가 각자 열 명을 맡으면 셈이 달라집니다.

둘째, 저 없이도 돌아가는 구조를 남기는 일입니다. 지금까지의 자이언트는 제 개인기에 기대어 굴러왔습니다. 제가 강의하고 제가 첨삭하고 제가 기획했습니다. 이 방식은 규모의 한계가 분명하고, 무엇보다 제가 없으면 멈춥니다. 커리큘럼을 문서로 정리하고 교재를 표준화하고 코치들이 같은 품질로 가르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일에 남은 시간을 쓰려 합니다. 사람은 사라져도 시스템은 남습니다.

셋째, 글쓰기가 닿지 않은 자리로 가는 일입니다. 저는 바닥에서 글로 살아났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바닥에 있는 사람에게 이 방법이 닿아야 마땅합니다. 회복 시설, 교정 시설, 병원, 지역의 작은 도서관. 책을 낼 형편이 아닌 분들이 자기 이야기를 한 편이라도 남기는 자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수익 사업으로는 성립하지 않는 영역이지만, 제가 받은 것을 생각하면 갚아야 할 몫이라고 여깁니다.

개인적인 비전을 말씀드리면 조금 소박합니다. 죽는 날까지 매일 한 편을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베스트셀러 목록이나 수강생 숫자보다 그 습관을 놓지 않는 쪽이 어렵고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묘비에 새길 문장 하나를 오래전부터 정해두었습니다. 읽고 썼다. 그 네 글자면 충분합니다"

- 100세 시대입니다. 작가님은 5060세대나 제2인생을 준비하는 후배 세대들에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을 가장 실천적으로 보여주신 분입니다. 그들에게 실질적인 조언 한마디 들려주십시오.


"늦었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 말에 저는 산수로 답합니다. 지금 쉰다섯인 분이 여든까지 산다고 보면 이십오 년이 남습니다. 이십오 년은 대학에 들어가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어 정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을 앞에 두고 늦었다고 말하는 계산법이 저는 이해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제가 첫 책을 낸 나이도 젊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막연히 용기를 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실질적인 방법을 몇 가지 나누겠습니다.

하나, 시작의 단위를 잘게 쪼개는 방법입니다. 인생 이모작이라는 말은 거창합니다. 거창한 목표는 사람을 움직이지 못합니다. 제가 권하는 단위는 A4 한 장입니다. 하루에 A4 한 장, 기간은 백 일. 이 정도면 누구나 감당합니다. 백 일이 지나면 원고지 오백 장 분량이 쌓이고, 그 분량은 책 한 권의 뼈대가 됩니다. 인생을 바꾸겠다는 결심보다 오늘 한 장을 쓰겠다는 약속이 훨씬 강력합니다.

둘, 자격증보다 기록을 먼저 만드는 방법입니다. 은퇴를 앞둔 분들이 자격증 취득에 몰두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자격증은 자기를 증명하는 수단 중에 힘이 약한 편에 속합니다. 같은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수천 명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자기 경험을 정리한 글 한 편은 세상에 한 편뿐입니다. 삼십 년 직장 생활에서 얻은 노하우를 정리한 원고가 어떤 자격증보다 정확하게 그 사람을 설명합니다.

셋, 과거를 자산으로 전환하는 방법입니다. 오십 이후의 인생은 새로 배우는 싸움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재배치하는 싸움입니다. 삼십 년 경리 업무를 하신 분은 숫자로 사람을 설득하는 법을 아십니다. 이십 년 영업을 하신 분은 거절을 견디는 법을 아십니다. 그 경험을 언어로 꺼내는 순간 상품이 됩니다. 문제는 대부분이 자기 경험을 당연하게 여겨 꺼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넷, 혼자 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의지력은 생각보다 약합니다. 저 역시 혼자였다면 석 달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 자기를 두는 일, 마감을 정해주는 사람 곁에 서는 일. 환경이 의지를 이깁니다. 제 수업의 실질적인 기능도 사실 이 대목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덧붙이겠습니다. 늦음을 판단하는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스물다섯에 방향 없이 달리는 사람보다 예순다섯에 방향을 정하고 걷는 사람이 먼저 도착합니다. 저는 그런 장면을 실제로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 앞으로 내놓고 싶은 책이 있나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더 할 얘기가 있다면.


"세 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 권은 에세이집입니다. 그동안 제 책은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서 쪽에 무게가 실려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방법을 걷어내고 ‘삶’만 남기는 글을 묶으려 합니다. 여섯 개의 부로 구조를 잡아두었고 원고도 상당 부분 쌓였습니다. 잘 쓴 글보다 정직한 글에 가까운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 한 권은 강사와 코치를 위한 책입니다. 이번에 『자기계발 강사 되는 법』을 냈는데, 현장에서 만나는 질문이 그 책 한 권으로 다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이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십 년 동안 강단에서 겪은 실패를 포함해 정리하려 합니다.

나머지 한 권은 664명의 이야기입니다. 제 인생을 다룬 책은 이미 냈습니다. 이제는 제 곁을 지나간 분들의 기록을 남기고 싶습니다. 누가 왜 쓰기 시작했고 무엇이 바뀌었는지, 중간에 그만둔 분들의 이유까지 담아야 정직한 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이 나온다면 제 저서 목록에서 스스로 오래 아낄 한 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십 년째 같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쓴 문장만큼 살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자기를 설명하는 문장이 초라한 사람은 초라하게 살고, 자기를 설명하는 문장이 단단한 사람은 단단하게 삽니다. 그 문장을 남이 써주게 두느냐 내가 쓰느냐, 인생의 갈림길이 거기에 있다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재능도 평범하고 학벌도 내세울 것이 없으며 인생의 절반을 실패로 채웠습니다. 그런 사람이 십 년 동안 매일 쓰기만 했는데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사실이 제 책보다 더 좋은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저 정도 사람도 되었으니 나도 되겠다는 마음, 그 마음이 한 사람에게라도 생긴다면 이 인터뷰의 값은 충분합니다.

읽고 쓰는 삶은 누구에게도 문을 닫지 않습니다. 그 문이 제게 열렸듯 다른 분들에게도 열려 있습니다. 지난 십 년이 제게 가르쳐준 진실은 그 한 줄입니다"


엄정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stoda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