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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영천을 걷다②] 가을 보현산 안쪽 5㎞…횡계구곡에 숨은 300년 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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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영천을 걷다②] 가을 보현산 안쪽 5㎞…횡계구곡에 숨은 300년 정자

출렁다리·짚와이어 지나 화북면 계곡길…횡계마을~별빛마을 1시간30분
아홉 굽이 따라 숲·마을 풍경 이어져…3곡 모고헌·4곡 옥간정도 한길에
영천 화북면 횡계구곡의 정자 풍경. 바위와 숲 사이에 오래된 목조건물이 자리해 보현산 자락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이미지 확대보기
영천 화북면 횡계구곡의 정자 풍경. 바위와 숲 사이에 오래된 목조건물이 자리해 보현산 자락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
귀애정과 귀애고택, 가래실문화마을에서 시작한 ‘숨은 영천’의 두 번째 길은 보현산 자락으로 이어진다.

보현산권에는 출렁다리와 짚와이어, 천문과학관처럼 이름난 관광지가 모여 있다.
그 사이 화북면에는 계곡을 따라 5㎞를 걷는 또 다른 길이 숨어 있다.

횡계구곡이다.

보현산에서 내려온 물길을 따라 숲과 계곡, 농로와 마을길이 이어진다.
3곡과 4곡에는 300년 넘은 모고헌과 옥간정이 남아 있다.

영천시는 이 길을 ‘보현산하늘길 제5코스’로 안내하고 있다.
횡계마을에서 별빛마을까지 약 1시간30분이 걸린다.

가을에는 숲이 물들고 계곡 주변으로 낙엽이 내려앉는다.

산을 오르는 등산보다 계곡을 따라 천천히 걷는 여행에 가까운 길이다.

아홉 굽이 따라 5㎞…숲·계곡·마을이 번갈아

영천 화북면 횡계구곡의 계곡 풍경. 보현산에서 흘러내린 물길을 따라 바위와 숲, 마을길이 이어진다.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이미지 확대보기
영천 화북면 횡계구곡의 계곡 풍경. 보현산에서 흘러내린 물길을 따라 바위와 숲, 마을길이 이어진다.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


횡계구곡의 이름은 계곡이 굽이치는 아홉 곳에서 나왔다.

1곡 쌍계에서 시작해 2곡 공암, 3곡 태고와, 4곡 옥간정, 5곡 와룡암, 6곡 벽만, 7곡 신제, 8곡 채약동을 거쳐 9곡 고암으로 이어진다.

영천 화북면 횡계구곡의 5곡 와룡암. 바위 사이로 계곡물이 흐르며 횡계구곡 특유의 깊은 산세를 보여준다.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이미지 확대보기
영천 화북면 횡계구곡의 5곡 와룡암. 바위 사이로 계곡물이 흐르며 횡계구곡 특유의 깊은 산세를 보여준다.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


길의 풍경은 한 가지로 이어지지 않는다.

마을길을 걷다가 계곡 가까이 내려서고, 숲을 지나면 농로가 나온다.
바위 사이로 흐르던 물길이 잠시 숲에 가렸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경사가 가파른 산길을 계속 오르는 코스도 아니다.
약 5㎞를 걷는 동안 계곡과 마을을 차례로 지나며 보현산 자락을 둘러보는 구조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풍경은 더 선명해진다. 계곡을 감싼 나무가 물들고 바위와 길가에는 낙엽이 쌓인다.
여름의 짙은 녹음과는 다른 횡계구곡의 계절이 시작된다.

아홉 굽이 가운데 3곡과 4곡에서는 오래된 두 정자를 만난다.

단풍과 낙엽으로 물든 영천 화북면 횡계구곡의 가을 풍경. 바위와 숲 사이로 계절의 색이 짙어지고 있다.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이미지 확대보기
단풍과 낙엽으로 물든 영천 화북면 횡계구곡의 가을 풍경. 바위와 숲 사이로 계절의 색이 짙어지고 있다.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


3곡 모고헌·4곡 옥간정…가을길에 남은 300년 정자


횡계구곡 3곡에 자리한 모고헌. 정규양이 머물며 학문을 닦고 후학을 가르쳤던 공간으로, 계곡과 가까이 붙어 있는 정방형 구조가 특징이다.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이미지 확대보기
횡계구곡 3곡에 자리한 모고헌. 정규양이 머물며 학문을 닦고 후학을 가르쳤던 공간으로, 계곡과 가까이 붙어 있는 정방형 구조가 특징이다.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


3곡 태고와에는 모고헌이 자리한다.

정규양이 1701년 횡계로 거처를 옮기며 지었다.
처음에는 ‘태고와’라 불렸고, 1730년 제자들이 고쳐 지은 뒤 모고헌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모고헌은 횡계서당 안, 횡계천 암반 위에 세워진 정면 2칸·측면 2칸의 팔작지붕 정자다.

정자 뒤편에는 300년이 넘은 향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굵은 고목과 오래된 정자, 돌담이 한 공간에 모여 있어 모고헌의 세월을 함께 보여준다.
이 향나무는 정각사 스님이 건넨 어린 나무를 당시 태고와에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모고헌 뒤편에 서 있는 300년 넘은 향나무. 정각사 스님이 건넨 어린 나무를 태고와에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이미지 확대보기
모고헌 뒤편에 서 있는 300년 넘은 향나무. 정각사 스님이 건넨 어린 나무를 태고와에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


가을에는 정자 주변 나무가 물들고 마당과 돌담 아래로 낙엽이 쌓인다. 바로 곁으로는 횡계천이 흐른다.

별도 주차장은 없지만 모고헌 앞 빈터에 잠시 차를 세울 수 있다.

물길을 따라 한 굽이를 더 올라가면 4곡 옥간정이다.

횡계구곡 4곡에 자리한 옥간정. 정만양·정규양 형제가 후학을 가르치기 위해 1716년 세운 정자로, 계곡을 향해 누마루를 높게 냈다.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이미지 확대보기
횡계구곡 4곡에 자리한 옥간정. 정만양·정규양 형제가 후학을 가르치기 위해 1716년 세운 정자로, 계곡을 향해 누마루를 높게 냈다.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


정만양·정규양 형제가 1716년 세운 정자로, 계곡 쪽으로 높게 낸 누마루 아래로 횡계천이 흐른다. 옥간정 역시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두 정자는 300여 년 전 형제가 함께 공부하고 후학을 가르치던 공간이다.

형 정만양은 ‘훈수’, 동생 정규양은 ‘지수’라는 호를 썼다. 함께 소리를 내는 두 악기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형제의 우애를 담았다.

지금은 횡계구곡길을 걷는 여행객이 3곡 모고헌을 지나 한 굽이 위 4곡 옥간정까지 같은 길에서 차례로 만난다.

횡계구곡 4곡 옥간정의 입구 풍경. 오래된 고목과 돌담 아래로 계곡물이 흐르며 정자 주변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든다.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이미지 확대보기
횡계구곡 4곡 옥간정의 입구 풍경. 오래된 고목과 돌담 아래로 계곡물이 흐르며 정자 주변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든다.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


출렁다리와 다른 보현산…가을에는 속도를 늦춘다


보현산댐 출렁다리. 길이 530m 규모로 보현산권을 대표하는 체험형 관광시설이다. 사진=영천시 문화관광 인스타그램이미지 확대보기
보현산댐 출렁다리. 길이 530m 규모로 보현산권을 대표하는 체험형 관광시설이다. 사진=영천시 문화관광 인스타그램

보현산댐 짚와이어. 출렁다리와 함께 보현산권의 대표 체험형 관광시설로 꼽힌다. 사진=경북나드리이미지 확대보기
보현산댐 짚와이어. 출렁다리와 함께 보현산권의 대표 체험형 관광시설로 꼽힌다. 사진=경북나드리


보현산 여행은 출렁다리와 짚와이어처럼 짧고 강한 체험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횡계구곡은 방식이 다르다.

5㎞를 약 1시간30분 동안 걸으며 계곡과 숲, 작은 마을과 오래된 정자를 차례로 지난다.
특정 시설 하나를 보고 이동하기보다 걷는 길 전체에 풍경이 이어진다.

가을에는 이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단풍 든 숲길을 지나 계곡으로 내려가고, 모고헌과 옥간정을 거쳐 다시 물길을 따라 걷는다.
보현산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대신 산 아래 계곡과 마을 가까이에서 계절을 만난다.

출렁다리와 짚와이어로 익숙한 보현산 안쪽에 횡계구곡이라는 또 하나의 길이 남아 있다.

아홉 굽이의 물길과 가을 숲, 300년 된 두 정자가 약 5㎞에 이어진다.

‘숨은 영천’의 두 번째 길은 그렇게 보현산 깊숙한 곳을 지난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