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판 10곳 설치, 실제 인지 여부는 별개…요금 징수 구간 안전성도 재점검해야
미납 원인·고지 성공률 공개 없이 부가통행료만 늘려서는 제도 개선 어려워
서울시·운영사, 개통 당시 설계 넘어 현재 교통량 기준 사후 검증 필요
미납 원인·고지 성공률 공개 없이 부가통행료만 늘려서는 제도 개선 어려워
서울시·운영사, 개통 당시 설계 넘어 현재 교통량 기준 사후 검증 필요
이미지 확대보기수도권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서부 간선 지하도로의 통행료 미납이 296만 건에 육박하면서 통행료를 내지 않은 운전자에 대한 징수 문제를 넘어 징수 체계 자체가 운전자에게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9월 개통 이후 올해까지 발생한 미납통행료는 295만9543건, 미납액은 74억4810만원에 달한다. 연도별 미납 건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해도 매년 수십만건의 미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특히 2025년부터 부가통행료 부과가 시작되면서 징수 체계의 실효성을 둘러싼 검증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 296만 건 미납 ‘왜 못냈나’?
현재 공개된 통계만으로는 미납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고의적인 미납인지, 하이패스 결제 오류인지, 차량 명의나 주소 문제인지, 통행료 안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경우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단순 미납 295만9543건 이라는 숫자만 강조하면 모든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징수 시스템의 성능은 미납 발생 이후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납부로 연결시키느냐까지 포함해 평가해야 한다.
서울시와 운영사는 미납 원인을 유형별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하이패스 오류와 일반 미납을 구분하고 1차 고지 이후 실제 납부율, 2차 고지 전환율, 3차 부가통행료 부과율, 전자고지 성공률 등을 제시해야 한다.
이 데이터가 있어야 296만 건이 운전자들의 고의적인 미납인지, 아니면 징수·고지체계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인지 판단할 수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표지판 10곳, ‘설치했다’와 ‘인지했다’는 다르다
서울시는 지하도로 진입 전 유료도로 안내표지를 성산 방향 6곳, 일직 방향 4곳 등 모두 10곳 설치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표지판의 숫자가 곧 운전자 인지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운전자는 표지판을 볼 때 도로 방향과 차로, 주변 차량 흐름, 신호와 다른 교통정보 등을 동시에 판단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표지판이 몇 개 있느냐가 아니라 운전자가 유료도로 진입 전에 요금 발생 사실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느냐다.
특히 통행료 2800원이라는 금액과 요금 징수 방식까지 운전자가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단순히 안내표지 설치 현황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말고 표지판별 설치 위치와 가시거리, 주행속도, 야간 시인성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지하에서 요금 처리’…교통안전 측면 다시 봐야
더 중요한 문제는 통행료 징수 구간의 구조다. 우측 가변차로를 따라 분홍색 유도선을 이용해 요금 처리 구간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차량이 감속하거나 앞차를 따라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하이패스 오류 등으로 앞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줄일 경우, 뒤따르는 차량이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일반 지상 도로와 달리 지하도로는 측면 공간과 시야가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시설물이 법적으로 설치 가능한지, 여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실제 통행량을 기준으로 시간, 감속거리, 차로 변경, 대기공간, 본선 재합류, 긴급차량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개통 당시 교통량을 기준으로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현재 교통량과 차량 흐름이 달라졌다면 사후 안전 검증이 필요하다.
■ 하이패스 오류 차량 ‘갑자기 멈추지 않는’ 장치 필요
통행료 징수 체계는 정상적으로 결제되는 차량만을 기준으로 설계해서는 안 된다.
실제 도로에서는 하이패스 단말기 오류, 카드 오류, 잔액 부족 등 다양한 상황이 발생한다.
문제는 운전자가 통행료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인지하는 순간이다. 이때 운전자가 요금소 부근에서 갑자기 감속하거나 차로를 변경하면 오히려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오류가 발생해도 멈추지 말고 정상 통과한 뒤 사후 납부할 수 있다’는 안내를 운전자에게 명확하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통행료 징수보다 교통 흐름과 안전을 우선하는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미지 확대보기■ 5배 부가 통행료, 징수보다 ‘고지 성공률’부터 공개해야
2025년 5만822 건, 2026년 5만8077 건 등 2년간 10만8899 건이 부가통행료 부과 단계로 넘어갔다. 부가통행료 부과액도 14억1881만원에 이른다. 소형차 기준 통행료 2800원이 미납 이후 최종적으로 1만6800원까지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물론 반복적인 미납을 방지하기 위한 제재는 필요하다.
하지만 제재의 강도를 높이는 것과 고지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서울시는 1차와 2차, 3차 고지 절차를 운영하고 있지만 각 단계에서 실제 운전자에게 고지가 전달됐는지, 고지 이후 납부율이 얼마나 되는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
전자고지 실패율과 주소 불명, 차량 명의 변경 등으로 실제 고지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까지 분석해야 한다.
이번 문제에서 서울시와 운영사가 가장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행정절차를 이행했느냐가 아니라 이용자가 실제로 이해할 수 있었느냐다.
표지판을 설치했고 고지서를 발송했다는 사실만으로 시스템이 충분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도로 이용자는 행정기관이 정한 절차를 미리 알고 운전하는 사람이 아니다. 주행 중 제한된 시간 안에 도로의 성격과 요금 발생 여부, 진입 차로, 결제 방식을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서울시와 운영사는 통행료 징수체계를 ‘징수 행정’의 관점뿐 아니라 교통안전과 이용자 정보 제공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다.
■ 서울시, 부가통행료 ‘최초 1회 감면’
서울시는 운전자가 통행료 납부 절차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고려해 1인당 최초 1회에 한해 부가통행료를 감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운전자 1인당 최초 1회에 한해 감면하고 있다. 3차 고지 단계에서도 통행료 관련 정보를 충분히 알지 못했을 가능성을 감안한 조치"라며 "한 차례 감면을 받은 이후에는 해당 통행료와 납부 절차를 충분히 인지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이후 미납부터는 정상적으로 납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운전자에게 한 차례 안내와 감면 기회를 제공한 뒤 다시 미납이 발생하면 통행료 납부 의무를 인지한 상태로 판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최초 1회 감면제도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전체 미납이 296만 건에 육박한 만큼 미납 구조를 보다 세분화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초 감면 이후 동일 운전자의 반복 미납이 전체에서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 매년 새롭게 발생하는 최초 미납은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문제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복 미납 비중이 높다면 운전자 책임과 제재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반면 신규 미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도로 진입 전 안내나 결제방식 인지 과정에 개선할 부분이 없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운영사가 전체 미납 건수뿐 아니라 최초 미납과 반복 미납 비율, 최초 1회 감면 건수, 감면 이후 재차 미납한 사례 등을 분석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
서부간선 지하도로의 296만 건에 육박하는 미납을 단순히 운전자 개인의 책임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유료도로 진입 안내부터 결제, 사후 고지, 교통안전까지 전체 체계가 실제 이용 과정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지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서부간선지하도로는 성산대교 남단에서 금천IC까지 10.33㎞를 연결하는 왕복 4차로 소형차 전용 유료도로이며, 민간사업자인 서서울도시고속도로가 2051년 9월까지 운영한다. 통행료는 소형차 기준 2800원, 경차는 1400원이다.
이지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lwldms79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