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기획취재] 복지에 허리 휜다...대구 달서구 예산의 73%, 공공시설 건립 잇단 취소

글로벌이코노믹

[기획취재] 복지에 허리 휜다...대구 달서구 예산의 73%, 공공시설 건립 잇단 취소

보훈회관 등 건립에 지방채 60억...채무 제로 기록 깨져
정부 고유가 지원 등 현금성지원 맞춰 2년 149억 부담
재정자립도 17%..."복지 지방비 분담 비율 재검토를"
대구 달서구가 정부 복지사업과 현금성 지원정책에 따른 지방비 부담 증가로 재정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사회복지 예산 비중은 73.29%에 달하며 최근 2년간 현금성 지원사업 분담액은 149억원에 이른다. 사진=대구 달서구청이미지 확대보기
대구 달서구가 정부 복지사업과 현금성 지원정책에 따른 지방비 부담 증가로 재정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사회복지 예산 비중은 73.29%에 달하며 최근 2년간 현금성 지원사업 분담액은 149억원에 이른다. 사진=대구 달서구청
대구 달서구가 중앙정부의 복지사업과 현금성 지원정책에 따른 지방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재정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전체 예산의 73.29%가 사회복지비로 편성된 가운데 최근 2년간 정부 현금성 지원사업에 부담한 구비만 149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복지정책의 지원 대상과 규모를 결정하면 지방자치단체는 정해진 비율에 따라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

재정 여력이 부족한 기초지자체일수록 의무지출이 늘어나면서 자체 사업과 주민 생활에 필요한 시설 투자까지 조정해야 하는 구조다.
달서구는 보훈회관과 행정복지센터 건립을 위해 6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고, 달성습지 에코전망대 등 총 594억원 규모의 공공시설 건립사업도 중단하기로 했다.

김용판 달서구청장은 지난 8월 재정 비상체제 전환을 선언한 데 이어 최근 정부 지원정책의 비용 분담 구조에 문제를 제기했다.

30년 넘게 주민 복지 현장에서 활동해 온 사회복지 전문가도 지방재정 악화가 지역 복지서비스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구 달서구가 복지예산 증가와 지방비 부담에 대응해 재정 비상체제로 전환하고 594억원 규모의 공공시설 건립사업을 중단했다. 사진은 지난 8월 13일 재정운용 대책을 발표하는 김용판 달서구청장. 사진=달서구이미지 확대보기
대구 달서구가 복지예산 증가와 지방비 부담에 대응해 재정 비상체제로 전환하고 594억원 규모의 공공시설 건립사업을 중단했다. 사진은 지난 8월 13일 재정운용 대책을 발표하는 김용판 달서구청장. 사진=달서구


복지예산 73.29%…재정자립도 17%대로 하락


달서구의 올해 사회복지 예산은 8678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73.29%를 차지한다.

기초연금과 보육 등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복지사업에는 지방자치단체도 정해진 비율에 따라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
복지 대상자가 늘거나 지원 규모가 확대되면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하는 지방비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여기에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올해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대규모 현금성 지원정책이 시행되면서 달서구가 부담한 지방비는 149억원에 이르렀다.

세입 여건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달서구의 재정자립도는 2023년 21.09%에서 올해 17.28%까지 3년 연속 하락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지방세와 교부세 수입 감소에 복지 분야 의무지출 증가가 겹치면서 자체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도 줄어들었다.

달서구는 지난해 보훈회관과 송현2동 행정복지센터 건립을 위해 6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오랫동안 유지해 온 무채무 기조도 이 과정에서 깨졌다.

김 구청장은 현금성 지원정책에 따른 지방비 분담이 없었다면 지방채 발행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설 건립을 위해 발행한 지방채지만 전체 재정운용 과정에서 정부 지원금 분담이 차입 필요성을 높였다는 주장이다.

재정 악화는 대형 공공시설 건립사업의 중단으로 이어졌다.

달서구는 달성습지 에코전망대 330억원, 달서별빛천체과학관 199억원, 달서생태관 65억원 등 총 594억원 규모의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건립에 필요한 구비 부담뿐 아니라 시설 완공 이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운영비와 관리비까지 고려한 결정이다.

공모사업·복지예산 확대…지방비 부담 누적


지방재정의 어려움은 정부 복지사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가 추진하는 각종 공모사업도 기초지자체에 상당한 재정 부담을 남길 수 있다.

공모에 선정되면 국비나 시비를 확보할 수 있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정 비율의 지방비를 부담해야 한다.
시설을 건립한 이후에는 인건비와 유지관리비까지 자체 예산으로 충당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달서구가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 3곳에도 구비 129억원이 필요하다.
시설 준공 이후 발생하는 운영비는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복지 분야 역시 지출 구조가 경직돼 있다.
중앙정부가 정한 지원 대상과 급여 기준에 따라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만큼 지자체가 재정 상황에 맞춰 지출 규모를 조정하기 어렵다.

세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의무지출과 공모사업 부담이 함께 증가하면 도로·생활환경 개선과 지역 특성에 맞춘 복지사업 등에 투입할 재원도 영향을 받는다.

결국 중앙정부 정책에 따른 지방비 분담 비율을 지역별 재정 여건에 맞게 조정하고, 공모사업 선정 단계부터 장기적인 운영비 부담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년 복지 전문가 "지방재정 악화, 복지서비스 안정성 위협"


지방재정의 어려움은 실제 주민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장에서도 우려를 낳고 있다.

30년 넘게 사회복지 분야에서 활동해 온 한 전문가는 급격한 복지 수요 증가와 지방재정 악화가 겹치면서 기존 서비스 축소와 시설 운영비 동결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급격한 복지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재정이 갈수록 피폐해지면서, 기존 서비스의 축소와 시설 운영비 동결 등 복지 현장의 안정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헌법 제34조는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국가의 사회보장·사회복지 증진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 전문가는 이를 근거로 "복지 정책을 결정하는 주체는 중앙정부이면서, 지방정부에 부담 비율을 점차 늘리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을 배려하지 않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지방자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운용할 수 있는 재원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국세와 지방세 세법 개정을 통한 재정자치권 이양이나 지방재정 조정제도 개혁 없이는 현재의 지자체 구조는 지속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국가가 추진하는 복지정책의 안정적인 시행을 위해서라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재정 책임을 보다 명확하게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금성 지원 확대와 지방재정…비용 분담 구조 개선 요구


정부의 현금성 지원정책은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재정 기반이 취약한 지자체가 지원금의 일부를 의무적으로 부담하면서 자체 사업을 축소하거나 지방채 발행까지 검토해야 한다면 정책 추진 과정에서 재정적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달서구의 사례는 이러한 부담이 실제 지방정부의 예산운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김용판 달서구청장은 최근 "복지는 오늘을 살리는 것으로 끝나야지, 내일을 저당 잡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며 중앙정부의 재정 책임 강화를 요구했다.

복지 현장에서도 지방재정 문제를 개별 지자체의 어려움으로 남겨두지 말고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국회와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세와 지방세의 재원 배분, 지방교부세 제도, 복지사업별 국비·지방비 분담 비율은 함께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일수록 동일한 지방비 부담이 자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지역별 재정 여건을 반영한 분담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복지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원 규모를 확대하는 것과 함께 실제 비용을 부담하는 지방정부의 재정 여력도 고려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재정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심현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mhb744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