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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첫 흑인 장관에, 또 인종주의 공격 표적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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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첫 흑인 장관에, 또 인종주의 공격 표적돼

[글로벌이코노믹=온라인뉴스팀] 이탈리아 역사상 첫 흑인 장관인 세실 키안주(48·여) 국민통합 장관이 또다시 인종주의자들의 공격 표적이 됐다.

이탈리아 북부지역에 있는 파도바 시의 도로레스 발란드로(여) 의원은 13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성폭행' 관련 단어를 사용하면서 키안주 장관을 인신공격하는 글을 올렸다.
이탈리아의 우파정당인 북부동맹 소속인 발란드로 의원은 페이스북에 "아프리카인이 여성 두 명을 성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모든 이민 범죄자들을 조사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자 댓글을 달면서 키안주 장관을 공격했다고 AFP 통신, 인터내셔널비즈니스 타임스(IBT) 등 외국 언론매체들이 보도했다.

발란드로 의원은 키안주 장관의 사진 옆에 "왜 아무도 그녀를 성폭행하지 않는가. 그래서 그녀가 끔찍한 성폭행 범죄 희생자들이 겪는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창피스럽지 않은가?"라고 댓글을 달았다.

발란드로 의원의 페이스북 발언은 즉각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빠르게 전파됐다.

인터넷 뉴스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비판여론도 거세게 일었다.

키안주 장관은 즉각 트위터를 통해 "모든 사람이 그런 발언에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엔리코 레타(46) 총리도 "키안주 장관은 정당하다. 우리는 모두가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나도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레타 총리는 또 "그 발언(발란드로 의원의 발언)은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 키안주 장관은 이탈리아 정부와 이탈리아, 그리고 나와도 연대 관계에 있다"고 키안주 장관에 대한 신뢰를 거듭 확인했다.

레타 총리가 소속된 집권 제1당인 민주당을 비롯해 중도우파인 자유국민당 등도 일제히 "발란드로 의원의 발언은 인종주의와 증오로 가득 찬 발언"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북부동맹 관계자마저 `부적절한 발언'을 한데 대한 책임을 물어 발란드로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발란드로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것(댓글발언)은 화가 난 상태에서 나온 것이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말 키안주 장관이 임명된 이후부터 우파 성향의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키안주 장관에 대한 인종차별적 비방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이탈리아 사회에서 인종주의 논란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극우파 성향의 누리꾼들은 장관 임명 직후 인터넷에 키안주 장관을 `콩고의 원숭이' `줄루족' `반(反) 이탈리아적인 흑인' 등으로 지칭하는 비방글을 올렸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탈리아 정부는 키안주 장관에 대한 비방글을 올린 웹사이트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이민 2,3세대들이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린 프랑스, 독일, 영국 등 다른 서방 국가들과 비교할 때 이민자들을 받아들인 역사가 비교적 짧고, 이민자들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비호의적이다.

이탈리아는 1980년대에 들어서야 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동유럽이나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였다. 현재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전체 인구의 7.5%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콩고에서 태어난 키안주 장관은 30년 전 이탈리아로 유학을 와 안과의사가 됐으며, 현재 이탈리아인 남편과 사이에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중도좌파 성향의 키안주 장관은 지난 2월 총선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데 이어 지난 4월 말 레타 총리가 내각에 여성장관 7명 가운데 한 명으로 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