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불확실성'으로, 구매자가 유리한 입장에서 상담 진행

그는 이달 초 버킹엄 궁전 근처의 빌딩을 9500만 파운드(약 1405억 원) 상당에 구입했다. 이는 런던에 대한 일종의 신임 투표로 부동산 업계에게는 호재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크게 싼값에 샀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쌍수를 들고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그리핀이 현 시점에서 런던의 고가 부동산을 구입한 이유와 배경은 무엇일까.
헤지펀드는 타이밍이 전부다. 영국이 몇 주 후 합의도 없이 EU로부터 이탈할 우려가 있는 이 시기에 런던 부동산 구입을 단행한 것은 이러한 의미에서 '의외'의 일로 받아들여진다. 게다가, 런던의 고급 부동산은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구매자를 잃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핀의 결정에 더욱 의문이 든다.
영국은행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프라이빗뱅킹(PB) 부문 자회사인 쿠츠에 따르면 ▲중고 주택 구입에 대한 세율 인상이나 ▲자금 세탁에 대한 감시 강화 ▲강경한 형태로의 EU 이탈(하드 브렉시트)의 가능성 등 악재가 겹치면서 런던의 주거용 고급 부동산 가격은 2014년 이래 15% 가까이 떨어졌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그리핀의 투자는 조금 납득이 간다. 9500만 파운드라는 매입 가격은 개발업체 등 판매자의 희망 가격을 34%나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한 가지만으로도 브렉시트 이후 최악의 악재가 겹쳐도 그리핀의 투자 자금이 어느 정도 지켜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잉글랜드은행(영국 중앙은행)의 추정에서도, 합의없는 브렉시트가 실행된 후 런던 주택 가격은 30%가량 떨어질 수 있는데, 여기에서도 그리핀은 이미 4%의 실속을 차린 상태다. 따라서 손해를 볼 가능성은 그만큼 적다. 오히려 영국이 EU와 어떠한 합의에 도달한 경우, 부동산 가격은 현시점보다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므로 현명한 쇼핑이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결국 시타델의 창업자 켄 그리핀이 현 시점에서 런던의 고가 부동산을 구입한 이유는 "손해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거래에서는 그리핀의 손실 여부를 따지기보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해 판매자보다 구매자가 유리한 입장에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교훈이라 할 수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